안면도에서이룬 이카로스의 꿈
안면도에서이룬 이카로스의 꿈
  • 글·김성중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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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 안면도 | ① 비행 체험

▲ 이제 하늘을 나는 것은 단지 꿈이 아니다. 초경량비행장치를 타고 안면도 창공으로 훨훨 날아올라 보자.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비행 체험…20시간 교육으로 라이선스도 획득 가능

요즘은 하늘을 쳐다보면 비행기가 수도 없이 날아다니지만, 전문 조종사가 아니라면 비행기 조종은 먼 꿈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한서대학교 비행장에 가면 단지 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반인도 쉽게 비행 체험을 할 수 있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섬들이 조화를 이룬 안면도 상공을 날아보았다.

취재협조·도원항공 041-671-6061 www.dohwon.com

하늘은 신의 영역이었다. 인간이 절대 침범할 수 없는 그런 세계였다. 끝없이 드넓은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이카로스의 바람도 신의 노여움을 받고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라이트 형제가 처녀비행에 성공한 후 급속도로 발전한 비행 기술로 인해 지금은 비행기로 지구 어디든지 날아다닌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자유롭게 활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이륙을 준비중인 비행기들 사이로 뭉게구름과 어우러진 빨간색의 초경량비행장치가 날아가고 있다. 한서대학교 비행장은 국내 최고의 비행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의 영역을 자유롭게 침범(?)하는 비행족들
“야호~날았어요, 날았어!”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힘찬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도 단 두 명만이 탈 수 있는 조그만 비행기였다. 기체가 떠오르기를 잠깐, 이내 푸른 하늘 높은 곳으로 점점이 사라졌다. 이카로스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는 순간이다. 곧이어 갖가지 모양의 비행기들이 연이어 하늘을 수놓으며 비행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일행이 찾아간 곳은 안면도와 가까운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한서대학교 비행장. 이곳은 요즘 한창 비행 체험이 인기다. 비행 체험이란 한 번도 비행기 조종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도 조그만 비행기를 타고 실제로 비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 2인승의 비행기는 초경량비행장치라고 불리는데, 간단한 신고만 거치면 우리나라 어디서든지 비행할 수 있다.

▲ 비행하기 전 기체에 이상이 없는지 교관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기도 안산에서 처음으로 초경량비행장치를 이용한 비행이 시작됐다. 그 후 경기 화성의 제부도, 충남 공주 등 여러 지역에 동호회와 업체가 생겨났다. 현재 우리나라 초경량비행장치는 450여 대, 이착륙장은 30개 정도 된다.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2000명 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초경량 비행기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초경량비행장치입니다. 일반 항공기가 많은 시간과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 데 비해, 초경량비행장치는 배우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아요.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두렵고 위험할 것 같아서 비행을 망설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나면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리죠. 라이선스 과정을 밟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렇게 비행 체험을 하고 흥미를 느껴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서대학교 비행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항공업체인 도원항공의 이강윤 사장이 체험 비행에 앞서 간단하게 스포츠항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오랫동안 공군과 민간항공업체에서 비행기를 조종해 온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지금은 일반인도 비행 조종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스포츠항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라이선스 과정이 아니라면 체험 비행에서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없습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잘 듣고 보기만 하면 돼요.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 미래에 여성 파일럿이 꿈인 꼬마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다.

비행기 격납고에서 일행이 탈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체코에서 만들어진 빨간색의 이 비행기의 이름은 성능이 아주 뛰어난 ‘유로스타’다. 무게는 250kg. 일반 승용차가 1000kg을 훌쩍 넘어가는 데 비하면 아주 가벼운 것이다. 이렇게 가벼운 비행기가 성인 두 명을 태우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강윤 사장이 관제탑과 영어로 교신을 시작했다. 항공법에서는 교신할 때 모든 언어를 영어로 통일한다.
“지금 바람의 속도가 5~10노트(약 2.5~5m/s) 정도 되네요.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겠어요. 초경량비행장치는 20노트가 넘으면 비행이 불가능해 집니다. 비행하기 전에 꼭 기상 상태를 확인해야하죠.”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이강윤 사장은 안전한 비행을 위해 이착륙 연습을 세 번 정도 시도했다. 비행을 해본 후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일행에게 체험 비행을 허락했다. 모두들 처녀비행이라 가슴이 두근두근 진정되지 않았다.

▲ 도원항공의 이강윤 사장이 안전한 비행 체험을 위해 이착륙 연습을 하고 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체의 진동
“다다다~”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며 출발을 기다렸다. 헤드셋을 착용하자 관제탑에서 영어가 들려왔다. 교관은 주의 깊게 들으며 주변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가기를 잠깐, 시야가 하늘로 향하면서 갑자기 몸이 붕 떠올랐다. 동공은 크게 확대되고, 주먹에는 힘이 꽉 들어갔다.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일행들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눈앞으로 하늘과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어느새 일행도 비행장도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기자는 안면도 상공을 날고 있었다.

“지금 해발 300m 정도 올라왔습니다. 이 정도면 안면도가 또렷하게 잘 보이죠. 초경량비행장치는 한번 기름을 넣으면 700km 거리를 날아갈 수 있어요. 여기서 부산까지 가도 충분하죠.”

헤드셋으로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정된 기류에 올라서자 기체의 흔들림이 크게 줄었다. 너무 긴장한 탓에 숨 한번 내쉬지 못하고 그저 목석같이 의자에 딱 달라붙어서 정면만 바라봤는데, 점차 안정이 되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 안면도 북서쪽에 위치한 백사장항. 낚싯배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발 아래로 안면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햇빛에 반사된 바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눈부시게 보였다.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꽃지 해수욕장, 곳곳에 있는 염전과 섬들도 작고 조그맣게 보였다. 땅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드넓은 천수만도 보이고 옹기종기 모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황도도 눈에 들어왔다. 안면도를 하늘에서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곳이 안면도였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조종도 잠시 해보았지만, 바람과 기류에 따라 기체가 흔들거려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기의 조그만 미동이 손끝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비행기와 내가 몸이 하나가 된 듯 했다. 고도가 낮아지자 기류가 더 심해지면서 비행기가 더 심하게 흔들거렸다. 이제 착륙을 시도할 차례다. 활주로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왔다. 모든 사물들이 본래의 크기로 돌아올 때쯤 기체는 좌우로 살짝 덜컹거리며 활주로에 안착했다.

비행시간은 20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면도 곳곳을 하늘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승용차로 다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을 단 20분 만에 안면도 전체를 구경한 것이다. 아직도 손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전율·희열·안도…. 갖가지 느낌들이 한순간 교차되는 듯 했다.

초경량비행장치가 비록 2인승이고 무게도 250kg 안팎으로 가볍지만, 그 어떤 비행기보다도 안전하다고 한다. 심지어 비행 중에 엔진이 멈춰버리는 경우에도 1m 씩 하강할 때 100m 이상거리를 활공할 수 있다. 보통 해발 300m 이상의 높이에서 활공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안전하게 착륙할 장소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비행 체험에 불과했지만, 정식적으로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도 어디든지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작은 비행기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죠.”

안면도의 하늘은 아름답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안면도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왜 이카로스가 그렇게 하늘을 동경했는지 알 것 같다. 엔진의 진동이 온몸에 전해지면서 떠오르던 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비행을 마치고 나자 마음이 조금 허전했다. 직접 조종을 하지 않아서일까? 이젠 왠지 라이선스 획득에 도전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손으로 조종을 하며 마음껏 하늘을 나는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 곧 흰 눈으로 덮일 안면도. 그때가 되면 다시 한 번 안면도 창공을 날아보리라.

초경량비행장치 라이선스 과정 및 체험 비행 안내

▲ 도원항공의 이강윤 사장
초경량비행장치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레저 스포츠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2인승 비행기다. 만 14세 이상이고 신체적 기준이 운전명허(2종 보통) 취득에 적합하면 누구나 라이선스를 가질 수 있다. 정규 교육 시간은 20시간. 공식적인 강사 자격증이 있는 교관에게 교육받아야 하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보통 20~35시간 정도 교육을 받아야 조종에 익숙해진다. 비용은 20시간에 250만 원 선이다. 교육을 마친 후에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이론 4과목과 실기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

꼭 라이선스 획득 목적이 아니라도 비행 체험을 할 수 있다. 초경량비행장치를 운영하는 곳에서는 대부분 일반 사람들이 쉽게 비행기에 친숙할 수 있도록 체험 비행을 하고 있는데, 비행장에서 싲가해서 반 시계방향으로 해안을 따라 안면도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가격은 20분 비행에 6만 원, 30분 비행에 9만 원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가격이 비슷하다. 안면도 주변 태안군 남면에는 우리나라에서 체험 비행을 하기에 가장 최적의 시설로 손꼽히는 한서대학교 비행장이 있으며 체험 비행은 이강윤 사장이 운영하는 도원항공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41-671-6061 www.doh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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