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성료…평가와 과제
[종합]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성료…평가와 과제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6.01.1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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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일 열띤 각축전 폐막…박희용의 값진 우승, 대회 완등자 부재, 후원사의 적극성 결여

지난 15일 저녁 개막을 알린 2016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가 이틀간의 열띤 각축을 끝으로 17일 막을 내렸다. 올해는 월드랭킹 1위에서 8위까지의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비롯해 총 18개국에서 102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박희용이 토밀로프 막심과 펼친 드라마 같은 슈퍼 파이널(재대결)이 하이라이트였다.

▲ 시상식이 끝난 후 한 자리에 모인 선수들과 대회관계자들. 사진 양계탁 기자

세계를 놀래킨 대한민국의 저력
이번 대회의 관심사는 지난해 여자난이도 부문 우승으로 러시아의 독주를 무너뜨린 송한나래의 2연패와 아쉽게도 남자난이도 부문 3위에 그쳤던 박희용의 우승 여부였다. 결과는 아쉬움과 기쁨의 교차.

여자난이도 예선에 이어 준결승까지 1위로 통과하며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송한나래 선수는 결승에서 경기 도중 추락해 아쉽게도 4위에 그쳤다. 하지만 남자난이도에서는 러시아의 토밀로프 막심과 접전을 펼치며 슈퍼 파이널(동점자 재대결)까지 올라간 박희용이 드라마 같은 우승을 차지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박희용은 이 밖에도 함께 진행된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속도와 난이도에서 우승을 차지해 3관왕에 등극했다.

▲ 난이도 여자부 시상식. 신운선·송한나래·이명희 선수가 각각 2·4·5위를 차지했다.
▲ 난이도 남자부 시상식. 1위는 한국의 박희용에게 돌아갔다.

여자난이도는 신운선 선수가 2위라는 쾌거를 이루며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이명희 선수는 5위에 머물렀다. 여자난이도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톨로코니나 마리아 선수는 여자속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유일한 2관왕에 올랐다.

2016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 선수가 난이도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남녀속도전은 1~3위 모두 러시아 선수들이 차지했다.

대회 빙벽과 루트는 최선인가?

▲ 난이도 결승 중 아이스캔디 구간을 지나가는 선수.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올해 경기는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됐다. 17일 아침부터 내린 비는 대회가 폐막하는 저녁 시간까지 쏟아졌다. 우중에도 양일간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

하지만 많은 관람객이 “아이스클라이밍 대회인데 왜 빙벽이 아니냐”는 질문을 내놓았다. 사실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드라이툴링(혼합등반) 형태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건 주최 측에서도 매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빙벽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얼음은 선수들의 출전 순서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루트에서 진행할 경우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인공빙벽에서 진행된 속도전의 결과만 봐도 선수들의 기량만큼 빙질의 차이가 순위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20년까지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개최하는 청송군에게 빙벽이냐 드라이툴링이냐의 선택은 숙제이자 기회일 수 있다.

이름뿐인 대회를 지양하기 위해 올해 월드컵대회 난이도에는 15m 오버행 구간에 길이 1.5m, 지름 60cm의 원통형 아이스캔디가 등장했다. 지난해는 이 구간에 원형 통나무 구조물을 사용했다.

▲ 얼음을 쌓아 만든 빙벽에서 치러진 속도전.
올해 대회는 루트에 대해서 아쉬움을 털어놓는 관계자가 많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단 한 명의 완등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루트세터들의 실수가 아니냐’는 평가다. 1년간 피와 땀으로 대회를 준비한 선수들에게 최소 몇 명은 완등의 기쁨을 안겨줘야 하지 않았을까.

더불어 청송군에서 부지를 매입해 새롭게 조성한 대회장인 만큼 지속적인 활용과 2020년까지 진행될 월드컵 운영에 대한 효과적인 아이디어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한 때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청송에서 처음 열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년간 노스페이스가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국제적인 대회라는 명성뿐 아니라 노스페이스의 브랜드 파워도 월드컵 홍보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2020년까지 연장되면서 지난해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은 “회사의 내부 경영 방침상 2016년 대회부터는 후원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올해 후원사에 노스페이스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다만, 아웃도어와 무관한 산업 환경설비업체인 ㈜경우크린텍이 공동 후원사로 나섰다.

청송 월드컵이 6년 차에 접어들면서 최초로 후원사가 두 개로 늘었지만 실제로는 후원이 가장 적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까지는 대부분의 관계자에게 지급되었던 물품조차 끊겨 대회 스태프들은 청송 월드컵 1주일 전 열렸던 마운티아컵 국내 대회에서 지급받은 마운티아 다운재킷을 착용하고 있었다.

▲ 2016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경기장.

대한산악연맹 이의재 사무국장은 “노스페이스가 2011년부터 5년간 청송 월드컵의 국내 공식 후원사로 매년 많은 후원금과 물품을 지급했다”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UIAA의 공식 후원사가 되면서 세계에서 열리는 UIAA의 모든 대회를 후원하고 있어 올해 국내 월드컵 후원은 최소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 국장은 “노스페이스가 2014년과 2015년은 국내와 UIAA 양쪽 모두 공식 후원사로서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청송 월드컵이 5년간 연장돼 국내 후원을 최소화한 것을 탓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15일 열린 청송 월드컵 개회식에 후원사인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1주일 전 열린 마운티아컵 대회 후원사인 동진레저의 강태선 회장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속도전 남자부 시상식.
▲ 속도전 여자부 시상식.

청송은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통해 겨울 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인구 3만의 지자체가 단독으로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새로운 5년을 시작한 지금 후원사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스클라이밍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범(쇼케이스) 종목으로 선정돼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상당히 고무된 지금 대한민국이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와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밑바탕이 돼 주어야 한다.

한편, 올 시즌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일정은 스위스 사스페(1월 22~23일) 대회와 이탈리아 라벤슈타인(1월 29일~1월 31일) 대회 등이 남아 있다.

2016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결과

부문 순위 성명 국가
남자난이도 1 박희용 대한민국
2 토밀로프 막심 러시아
3 토밀로프 알렉세이 러시아
여자난이도

1

톨로코니나 마리아

러시아

2 신운선

대한민국

3

블라소바 에카테리나

러시아

남자속도전

1

카르타셰프 블라디미르

러시아

2

바긴 알렉세이

러시아

3

블라소프 막심

러시아

여자속도전 1

톨로코니나 마리아

러시아

2

필리포바 마리암

러시아

3

코시치바 에카테리나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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