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껴안아주는 겨울 포구
외로움도 껴안아주는 겨울 포구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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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인천 ⑤ 소래포구

▲ 원래 소래포구의 풍경. 안개만 걷히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 <사진제공 인천광역시>

항구의 다양한 표정, 사람들,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까지 

‘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도 /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른 새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컴컴하다. 차라리 늦은 밤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아직 채 깨어나지 않은 소래포구의 졸린 눈을 비비며, 시인 곽재구의 <포구기행>이 떠오른건 아마도 그가 덤덤히 풀어낸 바닷가의 풍광이 그려졌기 때문이리라. 깊은 잠, 달디단 휴식에서 깨어나는 겨울 소래포구를 찾았다. 


남도땅처럼 육감스레 펼쳐지는 갯벌도 없다. 수도권 도심의 크지 않은 재래어항일 뿐이다. 그런데도 결코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소래포구가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어둠을 뚫고 기어코 일어서려는 새벽의 푸름 때문일까. 푸른 공기를 가르며 별빛처럼 온기를 더한 가로등 불이 하나둘 새벽하늘을 깨우기 때문일까. 

▲ 새벽,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소래포구의 표정.

누군가에겐 언제든지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여행지, 또 누군가에겐 생존을 위한 터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포구기행>의 그 아련한 ‘포구’를 느끼고 싶은 공간. 모두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자리한 소래포구의 표정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의 발길이 뜸할 것만 같은 겨울포구는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다. 소래포구 역시 마찬가지다. 한겨울에도 볕이 좋은 날이면 포구 앞마당은 간이식당으로 변신한다. 회 한 접시에 소주잔을 채우며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는 이들도 보인다. 

다행인 것은 바다를 바라보면 행여나 스며드는 우울함이 머물 시간도, 공간도 없다는 거다. 바로, 사람냄새 덕분이다. 비릿한 바다냄새에 뒤섞인 사람들의 열기가 무겁고 습한 쓸쓸함이나 우울함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작게만 보이는 포구인 소래어촌계엔 300척의 어선이 꽃게며, 주꾸미며, 새우 등을 잡으며 드나든다. 힘 있게 겨울바다를 가르는 어선의 생동감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 소래포구 어시장의 간판. 새벽녘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았다. 

다양한 표정을 지닌 소래포구의 풍경
소래포구는 1933년 소래염전 들어서고, 1937년 수원과 여주를 잇는 협궤열차 수인선이 개통되면서 발전한 마을이다.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지형도를 보면 소래포구는 바다 한가운데 비죽 나와 있는데, 그때부터 이곳은 시흥시 월곶동(월곶포구)으로 건너다니던 도선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974년 인천내항이 준공되면서 새우잡이 소형 배들의 출입이 어려워지자, 그 덕에 한산하기만 했던 소래포구가 일약 새우파시로 부상한다. 파시(波市)는 풍어기에 열리는 생선시장을 뜻한다. 

새우파시로 일어선 소래포구는 이후 새우·꽃게·젓갈 등으로 널리 알려져 연평균 300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했고, 지난 2001년부터 매년 가을 소래포구축제가 열려왔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소래포구축제는 지난 10월7일부터 나흘간 진행됐는데, 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수도권 재래어항인 소래포구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포구의 낭만이며, 풍경, 그리고 먹을거리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게다.

▲ 올해 담은 깨끗한 새우젓은 육적, 작년에 담아 약간 진한 색의 새우젓은 추젓. 가격은 5000원 정도 차이난다. 배에서 내린 생새우를 팔던 소래포구의 아주머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새우며 꽃게, 대하를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난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겨울포구 구경도 하고 추억도 만들 겸 찾는 것이다. 물론, 푸짐한 해산물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꽃게가 풍년이라 1kg에 암놈은 1만5000원, 수놈은 1만3000원에 살 수 있다. 어시장 구석구석을 위풍당당(?)하게 채운 녀석들을 보자 문득 간장게장이 생각난다. 게딱지 하나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랬다.

“간장 게장 해 먹을 건데, 싱싱한 놈으로 주세요!”

게의 배 부분에 붉은색이 비치는 게 알이 꽉 찬 놈이라는 유용한 정보까지 얻는다. 1kg에 2만5000원이라는 대하는 다음기회를 기약한다. 대신 한 말, 즉 4kg에 2만원인 생새우가 탐이 난다. 김장 할 때, 국 끓일 때뿐만 아니라 부침개, 라면 등에 넣어도 맛이 좋단다. 

▲ 소래포구 어시장 내부의 모습. 제철 맞은 꽃게며 각종 어패류가 가득이다.

▲ 소래포구 어시장의 바깥 풍경. 푸른 새벽 공기 사이로 별빛처럼 반짝이는 가로등불.
수도권 시민들이 첫손에 꼽는 매력적인 포구
소래포구의 최대 장점은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배가 드나드는 시간 때에 따라 시끌벅적함과 고즈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포구의 모습을 품고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어느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네비게이션에 가장 많이 물어본 장소 2위에 오르기도 했단다. 

또 소래철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궤도 간격이 표준궤간인 1435mm보다 좁은 소형의 기관차, 그래서 일명 ‘꼬마기차’라고도 불리는 협궤열차가 달리던 소래철교. 덕분에 한때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기도 했다고. 안타깝게도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1995년 사라지고, 지금은 협궤열차가 다니던 소래철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해산물도 저렴하게 샀겠다, 회로 든든하게 속도 채웠겠다. 여유가 있다면 어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산책하는 것은 어떨까. 어시장과 고깃배가 불을 밝히는 야경이 아름다우니 데이트 코스로 염두에 두는 것도 좋겠다. 2010년 올 한해 화재와 수재로 여기저기 생채기를 지닌 소래포구는 오는 2011년 종합어시장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소래대교 위에서 바라다본 소래포구 풍경.
아까 그 푸른 새벽녘의 새치름한 모습은 뒤로하고 날이 밝아오면서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소래포구. 여전히 걷히지 않은 안개만이 새벽녘의 모습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옅은 구름에 감싸인 듯한 소래포구를 뒤에 두고 나온다. 포구 밖으로 나오자 퍽퍽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바다를 그새 가린다. 바다와 닿은 작은 포구. 어쩌면, 이곳은 매일매일이 축제의 연속일지 모르겠다. “축제의 시간이란 온몸으로 자신을 느끼는 시간”이라던 누군가의 말처럼.

소래포구 교통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내려 1번 또는 790번 버스를 타면 소래포구에 닿는다. 오이도역은 오이도와 소래포구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는데 행정구역상 경기도 시흥시인 오이도역에서 인천 남동구의 소래포구까지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문의 : 소래포구 032-421-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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