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다, 산이 만나는 ‘서해의 알프스’
하늘, 바다, 산이 만나는 ‘서해의 알프스’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인천 ② 실미도~무의도 호룡곡산

▲ 무의도는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 실미도, 서해의 알프스로 불리는 호룡곡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인천의 명소다.

무의도선착장~실미도~국사봉~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원점회귀…약 17km 7시간 소요

‘실미도’ 하면 작가 백동호의 동명 소설도 유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미도의 ‘684 부대’가 소개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 섬에 실제 존재했던 31명 부대원의 모습을 다룬 영화 한 편으로 무인도에서 관광지가 돼버린 실미도. 가을을 떠나보내며 영화의 소재가 됐던 실미도와 ‘서해의 알프스’라 불리는 절경 호룡곡산이 있는 무의도를 찾았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속하는 무의도는 9.432㎢의 섬에 6백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서울에서 2시간, 인천에선 1시간 거리에 있어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천혜의 자연미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차량을 이용하거나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갈 수도 있어 당일 코스로 손색이 없다. 안개가 많이 낀 날이면 섬이 마치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형상이나 아름다운 춤사위의 모습으로 보였다’하여 무의도(舞衣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 무의도는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어 잠진도 선착장에서 15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무의도로 
가을의 끄트머리라 동이 트면서부터 하늘이 더없이 푸르다. 무의도는 아직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어 무의도로 들어가려면 잠진도선착장에서 15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30분마다 운항하는 무의도행 배를 타고 ‘넘실거리는 바다물결에 춤추는 섬’, 무의도로 향했다. 잠진도선착장과 워낙 가까워 병풍처럼 펼쳐진 무의도의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0m) 풍광을 감상하다보니 배는 어느덧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을 벗어나 횟집들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약 1km 가니 실미도가 있는 실미유원지로 향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약 200m 가면 밭 옆에 국사봉으로 향하는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하지만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실미도. 내리막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니 멀리 해변이 보이고 입구에 매표소가 서 있다.

무의도는 들어오는 배의 뱃삯부터 실미도가 있는 실미유원지, 드라마촬영장인 하나개해수욕장 등 입장료를 내야하는 곳이 여럿이니 현금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실미유원지로 들어가 음식점과 민박집을 몇 개 지나면 실미해수욕장의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백사장 한켠으로 건너편 실미도와 연결된 바닷길이 드러나 있었다. 무의도와 실미도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물때에 맞춰서 오면 모래사장이 하얗게 드러난 바닷길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 무의도와 실미도는 떨어져 있지만 물때에 맞춰서 오면 모래사장이 하얗게 드러난 바닷길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무의도해운 홈페이지(www.muuido. co.kr)로 들어가면 배시간은 물론 물때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고 오자. 실미도는 최근 영화 ‘실미도’의 촬영장과 세트를 철거해 영화장면을 떠올리고 찾았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걸어서 바닷길을 건너가 과거 역사 속 실미도를 되새기며 오롯하게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섬이다. 

▲ 산길로 들어서니 ‘이곳이 과연 섬에 있는 산인가’ 싶을 정도로 나무들이 빼곡하게 에워싼다. 
‘서해의 알프스’ 호룡곡산
섬에서 나와 실미유원지와 국사봉으로 나뉘는 이정표가 있던 삼거리로 향했다. 산길로 들어서니 ‘이곳이 과연 섬에 있는 산인가’ 싶을 정도로 오르막을 따라 나무들이 빼곡하게 에워싼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예쁜 단풍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아쉽다.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은 갈림길이 거의 없고 적절한 곳에 이정표가 세워있어 초행길에도 어렵지 오를 수 있다. 남쪽으로 곧장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15분 가량 올라가니 작은하나개와 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800m를 더 가면 국사봉이다. 무의도에 있는 산길은 대부분의 오르막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놓아 어린 자녀와 함께 와도 걷기에 좋다. 나무데크로 연결된 길을 따라 오르니 사방이 잘 보이는 곳에 전망대가 서있다. 이곳이 국사봉(230m)이다. 

하늘이 열리고 사방으로 산과 바다가 펼쳐있어 고개를 오르며 찼던 숨이 한 번에 탁하고 트인다. 멀리 보이는 잠진도선착장에서 무의도로 들어오는 배가 아이들 장난감 블록처럼 작고 귀엽다. 그 뒤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 오고 난 뒤 쾌청한 날이면 이곳에서 백령도와 연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 호룡곡산은 작은 섬에 있는 산에 불과하지만 산과 바다 풍광을 느끼며 걷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전망이 빼어난 호룡곡산 정상
국사봉에서 되돌아 내려와 양쪽으로 나뉘는 능선에서 왼쪽으로 20여 분 따라 걸으니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드라마 촬영지로 소문난 하나개해수욕장, 왼쪽은 시원하게 펼쳐진 서해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바위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으로 돌아 전망바위에 오르니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 또한 대단하다. 무의도와 연결된 소무의도가 손에 닿을 듯 앞에 보이고 그 뒤로 드넓은 바다를 건너 흐리지만 송도 국제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산에 올라와 걸을수록 절경이 이어지니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전망바위를 벗어나 내리막을 오르니 키 작은 소나무군락이 나타났다. 이어 억새군락을 지나 15분쯤 지났을까, 재빼기고개를 건너가는 아치형 구름다리가 등장했다. 이곳을 지나면 호룡곡산 북릉이다. 북릉을 타고 15분 가량 올라가니 호룡곡산 정상에 닿기 전 마지막 전망장소가 나타난다. 올라왔던 길을 내려다보니 국사봉과 잠진도선착장, 멀리 인천공항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겨울의 문턱을 넘는 시기라지만 슬슬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라서 쉬자’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해 20여 분 정도 더 올라 드디어 호룡곡산 정상에 닿았다. 이미 국사봉과 전망바위에서 절경을 보고 왔지만 정상에서 보는 하늘과 바다와 산의 조화는 여간 아름답지 않다. 정상의 바위지대 사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은 땀을 식히며 허기를 채우기에도 일품이다. 이곳에서는 정면으로 멀리 송도 국제도시가 보이고 그 아래 무의도와 연결된 소무의도가 보인다. 전망바위 풍광과 비슷하지만 하늘과 사방이 열려있어 가관이다.

왼쪽으로 영흥도, 자월도, 덕적도 등 옹진군에 속한 섬들이 올망졸망 사이좋게 물위에 떠있다. 일몰에 맞춰서 오르면 ‘서해의 알프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겠다.

▲ 전망바위에 오르니 무의도와 연결된 소무의도가 손에 닿을 듯 앞에 보이고 바다를 건너 흐리지만 송도 국제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광은 땀을 식히며 허기를 채우기에도 일품이다.

환상의 길 따라 하산
하산은 올라온 길 왼편으로 이어진 바위가 많은 길을 따른다. 정상을 뒤로하고 내리막을 따라 걸으면 곧이어 큼직하고 평평한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 약 50m 더 내려가니 우측으로 굽이도는 길과 만났다. 얼마쯤 갔을까, 길 왼쪽에 부처바위가 반긴다. 사실 이정표만 없었다면 부처바위인지 모를 것 같은데 이름을 듣고 보니 부처를 닮을 것도 같다. 

▲ 호룡곡산 정상에서 등산객들이 코스를 보며 내려갈 길을 살피고 있다.
부처바위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이 조금 가파르다. 그럼에도 호룡곡산 정상까지 잘 닦여있던 나무데크나 안전시설은 거의 없었다. 이 길로 내려온다면 미끄러우니 각별히 주의하자.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고 걷기 좋은 길이 등장하면서 삼거리로 나뉘었다. 왼쪽으로는 ‘환상의 길’이라 불리는 해안가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해안과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해안가로 내려와 환상의 길을 따라 걷는데 ‘언제 산길을 걸었나’ 싶을 만큼 해변을 걷는 기분 또한 일품이다. 해변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니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이곳은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과 ‘천국의 계단’에서 등장했던 장소로 아직 드라마촬영에 사용됐던 건물과 세트장이 남아있다. 두 드라마를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서 세트장에서 사진을 찍고 해변을 거닐어도 좋겠다. 

▲ 내려오는 도중, ‘환상의 길’이라 불리는 해안가 길과 해안과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산길로 나뉜다. 

하나개해수욕장 매표소로 나오면 이제 돌아가는 길. 여기서 큰무리선착장까지 차가 다니는 큰 길을 따라 약 5km,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걸었던 길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풍광을 즐기며 마을을 지나 해변을 따르면 지루하지 않다. 가는 길에 국사봉~호룡곡산 구간에 지났던 구름다리도 만날 수 있어 섬을 크게 한 바퀴 돈 것 같은 뿌듯함마저 생긴다. 큰무리선착장에서 잠진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니 사방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도시민들이 쉼을 얻을 수 있는 무의도, ‘배를 타고 들어와 하루 동안 바다와 산을 한 번에 즐기는 코스로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생각하며 일정을 마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