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호수를 본 적이 있는가. 축 처진 어깨에 꼬여만 가는 날들을 지고 터덜터덜 걷던 때였다. 신기루처럼 눈앞에 나타난 풍경이 있었으니, 초록색 호수였다. 저 뒤로는 흰 눈이 덮여 있는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는 곧 “아!”로 변했다. 이 세상에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들이 있다는데 일단 안도했던 것일까. 저런 풍경을 실제로 보기 전에는 사라질 수 없다는 생각은 한 발자국 더 내밀 틈을 주었다. 그때 본 그 초록빛 호수가 바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다.
루이스 호수는 ‘작은 물고기의 호수’라는 뜻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딸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앨버타 총독이었던 루이스 공주의 남편이 이 호수를 발견하고는 자기 아내의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안타깝게도 몸이 약했던 공주는 본인의 이름을 딴 루이스 호수에 와보지 못했다. 왜 이렇게 초록빛 루이스 호스를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가 하면, 앨버타에서 루이스 호스를 빼면 시작도 맺음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앨버타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로키 산맥이다. 정확하게는 ‘캐나디언 로키’라고 부른다. 앨버타에 속한 밴프·재스퍼·우드 버펄로·워터튼 레이크·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 중 밴프와 재스퍼가 캐나디언 로키에 속한다. 캐나디언 로키의 관문 캘거리에 입성하면 밴프 국립공원과 대면한다. 대규모 빙하와 야생동물을 구경할 수도 있고 야영장도 잘 갖춰져 있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재스퍼 국립공원이 나오는데, 이 둘을 잇는 230km의 고속도로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다.
주변에 로키산맥이 이어지는 우람한 절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건 아마도 ‘자동차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보우 호수, 루이스 호수, 페이토 호수를 지나 클라이밍 코스로 유명한 ‘눈물의 벽’도 만난다. 캐나디언 로키를 실컷 만끽하면서 재스퍼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다시 트레킹을 마친 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앨버타의 주도인 에드먼턴에 닿는다. 이제, 축제의 도시 에드먼턴에서 또 다른 앨버타를 즐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