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의 남쪽 고을’ 별미 3선!
‘양주의 남쪽 고을’ 별미 3선!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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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남양주 ④ 맛기행

광릉불고기, 이북식 손만두국, 산자락 손두부&장어구이

‘양주의 남쪽 고을’이라는 뜻의 경기도 남양주. 북으로 포천시와 의정부시, 동으로 가평군, 남으로 광주시와 하남시, 서로 구리시와 서울특별시와 접하는 남양주시는 동북방의 산지와 서남방의 분지로 구분된다. 또 산줄기와 함께 한강 상류와 닿아있어 산자락 먹을거리와 강줄기 먹을거리를 함께 품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맛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 광릉불고기를 비롯해 이북식 손만두와 산자락 손만두 & 장어구이 등을 맛보러 가보자.


맛 하나, 향긋하고 푸짐한 광릉불고기
 

경기도 남양주시 광릉수목원(국립수목원) 가는 길에 있는 광릉불고기(031-527-6631)는 2000년 4월 테이블 4개로 시작한 작은 밥집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돈이 없어서 간판도 달지 못했다는데, 간판 없는 집으로 더 유명해졌다. 덕분에 여전히 간판이 없다. 식당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으면 ‘추가주문은 받지 않습니다’, ‘술은 반주로만 판매합니다’ 등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또 숯불구이 집인데도 여느 고깃집과 달리, 식당 안에서 자욱한 연기나 고기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조리실에서 직접 구워 주기 때문이다.

주덕현 대표에 따르면 “밥집이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생각해 낸 규칙들”이라며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당황해하지만 곧 이해하고 고기양도 자기가 먹을 만큼 정확히 주문하게 된다”고.
주변에 광릉과 지금은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이 바뀐 광릉수목원이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이어진다. 눈여겨보니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 손님들이 제법 많다. 또 부모님을 모시고 온 팀들도 눈에 띈다.

“밥집인데다 금연이고, 또 술 때문에 벌어지는 소란도 없어서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상차림이 나오자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삭이고추를 오이소박이김치처럼 무친 아삭이소박이를 비롯해 묵, 나물 등에 된장찌개를 갖춘 10여 가지의 밑반찬이 나온다. 주 대표의 부인이 직접 만들어내는 밑반찬에 숯불돼지불고기가 더해진 광릉숯불고기백반이 저렴하다고 느껴진다. 소숯불고기가 더해진 밥상 역시 마찬가지다. 또 최근 설치한 셀프 반찬통 덕분에 손님은 원하는 반찬을 양껏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밑반찬과 된장찌개에 열광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광릉불고기를 시작하기 전, 어머니와 갈비전문점을 10년 동안 운영했어요. 이동식갈비와 돼지주물럭이 주 메뉴였는데, 당시 사용하던 돼지주물럭 양념이 지금 광릉불고기의 소스가 되었죠. 돼지숯불구이용으로 개발된 소스라 소불고기보다 돼지불고기 맛이 나아요.”

덕분에 돼지불고기(8000원)가 소불고기(1만원)보다 더 인기다. 더 많은 손님에게 고기 맛을 뵈려는 욕심에 추가 주문은 받지 않고, 술은 반주용으로 2인 1병씩만 판다. 오전 11시30분~저녁 8시30분 영업,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맛 둘, 고향의 맛~ 어랑손만두국

이북식 손만두국으로 유명한 어랑손만두국(031-592-2959)은 1991년 남양주 호평동의 천마산 서울리조트 근처 16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천마산 스키장을 찾는 스키어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남양주시청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어랑’은 ‘산골’을 뜻하는 함경도 지방의 사투리다. 함경도에서는 김치로 소를 채운 만두를 어랑만두라고 부른단다. 주인장 김영환 대표의 부모님 고향이 함경북도 어랑인데, 그곳에서 먹던 만두맛, 그러니까 어머니의 만두맛을 떠올리며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어랑손만두의 역사인 셈이다. 1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갖춘 어랑만두의 모양은 복주머니 형태다. ‘만드는 이도, 먹는 이도 복을 받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어랑에 대해 설명을 보태자면 함경북도 중부 동해안에 자리한 군으로 ‘어대진’ 부근은 예부터 좋은 어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어랑(漁郞)’이라는 이름에서 ‘물고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눈치 챌 수 있는데, 덕분에 “이북 함경도의 어랑(아마도 어대진 부근을 뜻할 것)에서 즐겨먹던 만두로 기원은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고 어랑만두를 소개하는 이도 있다. 어찌되었거나 함경도 지방에서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 만두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만두는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운남성 여수에서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사람의 머리 대신 밀가루를 빚어 소와 양고기로 속을 채워 만든 만두를 제물로 쓴데서 유래한다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사람의 머리모양과 닮았다.

전통 이북식 만두를 내놓는 어랑손만두국에서는 배추김치·소고기·두부·숙주·팽이버섯·파 등 10여 가지 재료로 채운 꽉 찬 만두소를 맛볼 수 있다. 되게 반죽된 만두피에 만두소를 가득 채우면 큼직한 게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것이 크기로 보면 평양식 만두에 가깝다. 특히 느끼하지 않은 김치의 매콤한 맛이 우리 입맛에 딱 맞다. “갖은 재료로 버무린 만두소도 일품이지만 오래 시간 고아낸 육수국물이 확실히 다르다”는 주인장의 말처럼 붉은색을 띠는 칼칼한 국물맛 또한 개운하다.

대표메뉴인 손만두국(7000원)을 비롯해 어랑뚝배기(7000원), 어랑전골(2만5000원), 도시락만두(7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사골로 우려낸 국물맛이 시원하다. 어랑뚝배기 국물은 육개장에 가까울 정도로 얼큰하다. 생만두 포장(6000원)도 가능하다. 연중무휴로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


맛 셋, 산자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손두부&뉴페이스 장어구이

산에 안겨 있는 마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가 있다면 무엇일까? 우선 하산주를 한 잔 하면서 산행으로 인해 빠져나간 에너지도 보충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거기에 가격마저 착하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그래서 단언한다. 전국의 산자락 음식점들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베스트 메뉴. 바로 ‘두부’다.
물론 ‘두부’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동동주의 환상 짝꿍, 파전이 있고 닭볶음탕이 있고 강줄기가 닿아있다면 민물매운탕까지 포함한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있다. 하지만 만두를 더하면 만두전골, 버섯을 더하면 버섯전골 등 무한한 변신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두부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가 되는 등 여러 가지로 따져 봤을 때 두부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메뉴임에 틀림없다.

남양주 역시 축령산, 천마산, 운길산, 예봉산 등 산세가 발달한 경기도 지역으로 산자락 곳곳에 하산주 집들을 품고 있다. 그중 산꾼들에게 ‘제법 맛을 낸다는’ 평을 듣고 있는 천마산 호평동(평내) 기점의 천마산손두부(031-559-8849)를 소개한다.

수진사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 바로 밑에 자리한 천마산손두부는 주변의 대형 음식점 한가람과 함께 이곳을 지키는 음식점이다.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두세 개의 하산주집들이 더 있었다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마산손두부는 우리콩에 동해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해 그 맛이 특히 고소하다. 모두부(5000원)부터 두부부침(7000원), 비지탕(5000원), 순두부(5000원), 그리고 1만5000원(소)짜리 두부전골까지 두부에 관한 대부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더불어 산자락 단골메뉴인 닭볶음탕과 파전, 도토리묵 등도 준비되어 있다. 깔끔하거나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산꾼들에게는 나름 정 있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어온 집이다.

남양주의 대표적인 또 다른 산인 운길산에는 뉴페이스인 장어집들이 가득이다. 청목농원(031-576-9960), 산들에농원(031-576-9622) 같은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셀프 장어집’들이 언제부턴가 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평 또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음식점마다 가격과 크기에 차이가 있는데 2인분 기준으로 특대 4마리에 4~5만원 정도 한다. 가격은 매우 착하나, 그릴에 올려 나온 장어를 직접 굽고 요리해야 한다. 소금구이나 양념구이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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