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되짚어보는 조선 왕조 500년
하루에 되짚어보는 조선 왕조 500년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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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서울 강북 ④ 고궁 나들이

▲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에서는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등 국가의 중요한 의식을 거행했다.
덕수궁~경복궁~창덕궁~종묘~창경궁 코스 총 6~7시간 소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대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울, 그 중심엔 조선왕조 500년의 가장 빛나는 부분인 고궁이 자리한다. 서울 사람들에게 고궁은 유년기 소풍이나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 기억된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고궁은 단순히 조선 궁궐의 의미를 넘어 한민족의 자부심으로 우뚝 서있다. 따스한 봄소식을 전하는 3월을 맞아 조선왕조의 발자취를 따라 가족과 함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서울 고궁 나들이 코스를 소개한다. 하루 코스의 출발지로 좋은 덕수궁을 시작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창경궁의 순서대로 돌아보았다. 경희궁은 일부가 복원되었으나 답사 동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제외했다.

고궁 나들이를 시작하다!

▲ 고궁 나들이 출발 코스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하루 세 번 수문장교대식이 열린다.
서울 지도를 기준으로 볼 때 경복궁이 중심에 있고 오른쪽과 왼쪽 아래로 궁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코스로 궁을 돌아보려면 가장 아래에 위치한 덕수궁을 출발지로 잡는 게 좋다. 덕수궁은 서울시청과 가깝고 다른 궁에 비해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하차해 덕수궁 방면으로 나가면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이 보인다.

지금의 덕수궁(德壽宮)은 원래 경운궁(慶運宮)이라 불렸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가 의주까지 피난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보니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이 모두 소실돼 왕이 거처할 왕궁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왕족의 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완전했던 월산대군의 집을 행궁으로 삼아 왕이 거처하게 되었다.

이후 선조가 행궁에서 선종하고 광해군이 왕위에 즉위하면서 행궁을 경운궁이라 하였다. 경운궁의 정문은 원래 정남쪽의 인화문이었으나, 다시 지으면서 동쪽에 있던 대안문(大安門)을 수리하고 이름도 대한문(大漢門)으로 고쳐 정문으로 삼았다고 한다.

다른 궁에 비해 관광객이 많지 않아 덕수궁의 느낌은 늘 차분하고, 그 넓이도 걷기에 적당해서 고궁산책의 첫 코스로 안내책자를 보며 둘러보기에 좋다. 보물인 ‘중화문’과 ‘중화전’, ‘흥천사 종’ 등이 남아 있다. 대한문 앞에서 매일 3회(11:00, 14:00, 15:30) 열리는 수문장교대식도 좋은 볼거리다.
▶요금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09:00~20:00 전화 02-771-9951. 홈페이지 www.deoksugung.go.kr

▲ ‘천하의 일을 부지런히 하여 잘 다르시는 곳’이란 이름의 경복궁 내 으뜸 전각인 근정전의 입구 근정문.

조선왕조 최고의 법궁, 경복궁
덕수궁에서 경복궁까지 걸어가려면 광화문광장을 지난다. 이 광장은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옛 모습을 찾아 세계 속의 도시로 만들고자 조성한 도심 속 문화의 거리다. 광화문광장에는 이순신장군동상과 세종대왕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으로 가는 길에 두 분을 만나 뵙는 일도 의미 있다 하겠다.

경복궁의 정문은 광화문이다. 하지만 2006년 시작된 광화문 복원공사로 2010년 10월까지 광화문은 개방돼 있지 않다. 오른쪽 담을 따라 걷다보면 나타나는 입구로 들어가 흥례문을 통해 경복궁에 입장할 수 있다.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 아직 찬 기운이 남아있었지만 경복궁의 웅장함은 흥례문에 들어서는 순간 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조선왕조의 첫 번째 법궁이던 경복궁. 경복궁은 북으로 북악산을 기대어 자리 잡았고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 넓은 육조거리(지금의 세종로)가 펼쳐져, 왕도인 한양도시 계획의 중심이기도 했다.

▲ 경회루는 왕의 각종 연회와 외국 사신의 접대를 위해 사용했던 곳으로 건축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했고,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고종 때인 1867년 중건되었다.
흥선대원군이 주도해 중건한 경복궁은 330여 동의 건물들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선 웅장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웅장했던 궁의 건물들은 일제 강점기에 근정전 등 극히 일부 건물만 빼고 거의 대부분이 강제 철거되었고, 입구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어 궁궐 자체를 가려버렸다. 다행히 1990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추진되어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흥례문 일원을 복원하였으며, 왕과 왕비의 침전, 동궁, 건청궁, 태원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광화문~흥례문~근정문~근정전~사정전~강녕전~교태전을 잇는 중심 부분은 궁궐의 핵심 공간으로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건물들이 대칭과 비대칭으로 배치돼 변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함께 갖추었다. 현재의 입구인 흥례문을 지나 영제교를 건너 근정전에만 가도 경복궁의 규모와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만 원짜리 지폐의 뒷면에 나온 경회루를 보고 한참을 올라가면 명성왕후가 시해된 건청궁이 나온다. 내려오는 길에 국립민속박물관에 들러 가족과 함께 우리 고유의 민속과 전통을 나누는 경험도 추천할 만하다.
▶요금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관람시간 09:00~18:00 전화 02-3700-3900. 홈페이지 www.royalpalace.go.kr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

▲ 창덕궁 진선문에서 바라본 궁궐 풍경. 정면에는 숙장문, 좌측에 인정문이 보인다.
경복궁에서 창덕궁까지 걸어서 가는 코스는 일반 인도라서 광화문 광장이 있는 덕수궁~경복궁 코스보다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울거리를 만끽하며 걷는 도보코스로 충분하다. 안국동 방향으로 걷다보면 쉽게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창덕궁은 다른 궁과는 달리 개별 자유 관람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입구인 돈화문에 도착하면 입장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입장은 해설사가 동반한다. 매일 09:15부터 15:45까지 매시 15분과 45분에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몰시간에 따라 마지막 입장시간이 변동되니 사전문의를 하는 게 좋다.

창덕궁은 1405년(태종 5) 조선왕조의 이궁으로 지은 궁궐이다.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이웃한 창경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렀다.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타버린 뒤 광해군이 다시 지었고 이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하였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궐이다.

경복궁의 주요 건물이 좌우대칭의 일직선상에 놓여있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을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하여 한국 궁궐 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보유하고 있다. 비원으로 잘 알려진 창덕궁 후원은 정자, 연못, 수목, 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사진 찍기 좋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창덕궁은 자연과 전통 건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요금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관람시간 09:15~15:45 전화 02-762-8261. 홈페이지 www.cdg.go.kr

▲ 종묘에서 연결된 통로를 통해 창경궁으로 들어가면 임금과 신하의 학문적 교류를 했던 함인정이 나온다.

종묘와 창경궁을 함께 보는 마지막 코스
창덕궁에서 나와 종묘를 향하는 길은 다른 코스에 비해 가깝다. 돈화문에서 종로3가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종묘공원이 나오고 종묘공원을 마주한 종묘 입구가 보인다.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서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물 중의 하나다. 현재 정전에는 19실에 49위, 영녕전에는 16실에 34위의 신위가 모셔져 있고, 정전 뜰 앞에 있는 공민왕신당에는 조선시대 공신 83위가 모셔져 있다. 입구 외대문을 지나 직선으로 난 길 옆으로 ‘공민왕신당~정전~영녕전’의 순서대로 위치해 있다.

영녕전의 뒤쪽으로 창경궁과 연결된 통로를 지나면 1483년(성종 14)에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세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창건한 창경궁이 나온다.

▲ 종묘와 창경궁을 잇는 통로. 이 통로를 통해 종묘와 창경궁을 방문할 수 있다.
지금은 종묘와 연결된 통로뿐이지만 본래 창경궁은 창덕궁과 연결되어 동궐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하면서, 독립적인 궁궐의 역할과 동시에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공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다. 창경궁은 임진왜란으로 모든 전각이 소실돼 1616년(광해군 8)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이괄의 난을 겪으며 또 한 번 소실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정전인 명정전은 조선왕궁 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요금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09:00~18:00 전화 02-765-0195. 홈페이지 http://jm.c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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