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전주 ⑥ 맛길
Korea Travel | 전주 ⑥ 맛길
  • 글 채동우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4.03.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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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손맛 느낄 수 있는 전주 맛집…골목마다 맛집 프렌차이즈는 설 자리가 없네

짱짱한 냉면 한 수저 갓 튀긴 치킨 한 조각, 메밀방앗간
미리 말해두건대, 이 냉면집 상호만 믿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 메밀방앗간이라고는 하나 실제 냉면 면발에 메밀 함량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을 씹으면 입안 가득 메밀향이 퍼지는 정통 평양냉면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 가늘고 질긴 함흥냉면 면발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집 냉면에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장제 면을 그대로 쓰지도 않고 공장제 육수와 비빔장도 쓰지 않기 때문. 물냉면 육수는 동치미 육수 베이스고 비빔냉면은 전형적인 함흥냉면 스타일의 비빔장으로 낸다. 성의 없는 고깃집 냉면보다는 훨씬 낫다. 이 식당의 진짜 묘미는 따로 있다. 바로 프라이드 치킨. 냉면집에서 튀김닭을 내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정통 냉면집에서 수육을 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갓 튀겨 바삭한 치킨과 시원한 냉면의 조합이 의외로 좋다.

· 냉면 6500원, 치킨 반마리 7500원.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2가 652-3 063-224-9946

상추와 김밥, 고추장 돼지 불고기의 삼합, 진미집
사실 이 가게는 밥집은 아니다. 실내포차 정도가 되겠는데, 주력으로 밀고 있는 음식이 안주와 식사의 중간에 가깝다. 무슨 말인지는 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알게 된다. 100이면 100, 모든 손님의 테이블에 소주와 더불어 김밥이 올려져 있기 때문. 물론 김밥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곳은 아니다. 김밥은 서브메뉴다. 메인 메뉴는 따로 있다. 가게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연탄불로 쉬지 않고 돼지고기를 굽고 있는 완전 오픈된 주방을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이 가게는 한 접시씩 고추장 돼지 불고기를 판다. 3가지 화력의 연탄불로 돌아가며 구워 기름기도 적당히 뺐다. 같이 나오는 상추 위에 김밥을 올리고 돼지고기 한 점을 올린 후 취향에 따라 마늘이나 깍두기를 같이 넣고 쌈을 싸서 먹으면 된다.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은 기대를 웃도는 맛이다. 또다시 한 쌈을 부르고, 절로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 돼지 불고기 1접시 8000원, 김밥 2000원.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655-14 063-254-0460

내가 바로 원조 초코파이, 풍년제과
풍년제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주방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초코파이, 매장 안에서 쉼 없이 포장되고 있는 초코파이, 줄을 서서 초코파이를 사가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초코파이 월드다. 사실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다 풍년제과 마크가 프린트된 빵봉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허풍을 조금 보테자면 1분에 1명꼴로 목격된다. 관광객뿐 아니라 전주시민들도 이곳의 빵을 사랑한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대체 하루에 팔리는 초코파이는 몇 개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매장에서 팔리는 갯수만 4000~5000개 가량 된다.

택배 판매,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분점 판매까지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초코파이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 대체 얼마나 대단한 맛이기에 그렇게 팔리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맛을 보도록 하자. 물론 한입 먹자마자 눈이 하트모양으로 변할 정도로 대단한 맛은 아니다. 하지만 전주를 떠나 서울에 도착할때 쯤이면 그리워질 만한, 딱 그런 맛이다.

· 초코파이 1개 1600원.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1가 40-5 063-285-6666

35년 단골을 거느린 식당, 원조 맛자랑 팥 고향집
전주 교대 인근에 위치한 식당. 간판에는 ‘원조 맛자랑 팥 고향집’이라고 상호명을 표기하고 있지만 단골들 사이에서는 맛자랑분식으로 통하는 가게다. 일단 이 식당의 미덕은 저렴한 가격이다. 대학가라 학생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만큼 섭섭한 질문도 없다. 이 가게 단골은 대학생도 있지만 인근 주문들이 대다수이기 때문.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식당을 운영하며 생긴 단골들을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이 식당과 비슷한 메뉴로 전주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유명 가게가 있는데 단골들은 맛자랑분식의 손을 들어준다. 아직 콩국수를 먹기엔 이른 계절이라 팥죽이나 칼국수, 수제비 같은 메뉴들이 잘 나간다. 정성 들여 팥을 곱게 갈아 쑨 팥죽은 한술 뜨는 순간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새알도 넉넉히 들어 한끼 식사로 전혀 모자라지 않다.

· 새알팥죽 5000원.
·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142-2번지 063-231-0993

들어는 봤나? 물갈비, 남노갈비집
상호만 보고 들어가서 테이블을 보고 깜짝 놀랄 식당이다. 분명 갈비집이라 되어 있는데 가게에 들어가면 모두들 냄비에 끓고 있는 음식을 먹고 있기 때문. 김치찌개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김치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손님이 하나같이 주문해서 먹고 있는 이 음식의 정체는 ‘물갈비’다.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나 들어간 재료는 친숙하다. 고추장 베이스의 돼지갈비를 냄비 밑에 깐 후 물을 붓고 그 위에 콩나물과 당면을 푸짐하게 올렸다. 콩나물 숨이 죽고 당면이 익기 시작하면 처음의 생소한 비주얼은 사라지고 친숙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덩어리로 들어간 돼지갈비를 가위로 잘라 약한 불에 계속 끓여가며 먹는 이 음식의 맛도 아주 친숙하다. 의외로 조미료 맛도 덜해 다른 식당의 찌개류보다 뒷맛이 깔끔하다. 물갈비를 적당히 먹고 난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먹어도 좋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 물갈비 1인분 8000원.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2가 29-5 063-288-3525

구수한 황태와 특제 간장소스의 절묘한 조합, 전일슈퍼
전주에는 ‘가맥’이라는 음주문화가 있다. 가게 맥주의 줄임말인데 가게에서 맥주를 사서 준비된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걸 말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일슈퍼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 1등 공신은 황태포다. 연탄불에서 정성 들여 구운 황태의 식감은 조금 과장하자면 까끌한 솜사탕 같다.


뻣뻣하고 질깃할 것 같지만 입에 들어가면 스르르 풀어진다. 그리고 함께 나오는 간장소스에 황태를 찍어 먹으면 ‘맥주! 맥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달콤하고 매콤한 이 소스 덕에 황태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전주에 왔다가 전일슈퍼의 황태구이를 잊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택배 판매도 한다.

· 황태구이 9000원.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3가 13-12 063-284-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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