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아이 러브 제주 ④ 트레킹
KOREA TRAVEL|아이 러브 제주 ④ 트레킹
  • 글 사진 박성용 기자
  • 승인 2013.04.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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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봉·제지기오름·송악산…가족나들이로 좋아
높이는 낮지만 조망은 일품

▲ 지미봉에서 바라본 종달포구와 우도(왼쪽), 성산일출봉.

제주에는 총 368개의 오름이 있다. 숫자가 많은 만큼 그 높이와 모양도 제각각 다르다. 해발 1600m가 넘는 한라산 권역의 오름부터 100m 안팎의 해안가 오름까지 높이가 다양하다. 모양 또한 말굽형, 원추형, 원형, 복합형 등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여행 코스와 테마에 맞게 대상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오름 트레킹의 매력이다. 최근 올레길 붐을 타고 오름 탐방로도 잘 정비되어 과거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웬만한 오름은 현지 렌터카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해주고, 입구에는 주차장과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제지기오름 정상에서 본 보목포구와 섶섬.

우도가 한눈에 보이는 지미봉
이번 오름 트레킹은 유모차 올레길 코스에 가깝게 붙은 곳을 우선으로 골랐다.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순 없지만, 캐리어를 이용하면 잠시 시간을 내어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짧은 거리가 특징이다. 높이가 낮다고 풍광마저 볼품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중산간지대의 오름과는 다르게 오밀조밀하고 때론 일망무제로 탁 터지는 바닷가 풍경이 한손에 잡힐 듯한 해안가 오름만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지미봉 또는 지미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마을 입구의 동북 방향에 솟아 있다. 올레길 21코스의 경유지이자 종착지 부근이다. ‘지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제주의 꼬리 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자로는 지미봉(地尾峰)으로 표기하고, 우리말로는 ‘땅끝’이라고도 부른다. 지미봉의 매력은 우도 전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 올레길 21코스의 경유지이자 종착지 부근인 지미봉.
▲ 지미봉 전망대에서 본 우도.

▲ 지미봉에서 내륙 쪽으로 바라본 풍경.
▲ 제지기오름 입구에 핀 동백꽃.

▲ 지미봉 오르막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조금만 발품을 팔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지미봉의 높이는 165.8m에 불과하지만 조망은 가히 1000m급이다. 고도를 올릴수록 종달포구를 중심으로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좌우로 펼쳐진다. 섬 오른쪽이 살짝 솟은 우도는 파도를 헤치고 항해 중인 배처럼 보였다. 정상까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100m마다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모든 오름이 그렇듯 지미봉도 정상까지는 오르막이어서 도중에 포기하지 말라는 배려 같았다.

정상 아래에 놓인 전망대에 서면 가슴이 벅차다. 오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밭과 돌담의 풍경이 가장 매혹적이다. 검은 화산석으로 쌓은 기하학적인 모양의 돌담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다양한 색깔의 밭은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름 탐방에 따라나선 유모차여행 이병걸 실장은 “할머니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직접 손으로 일궈놓은 밭”이라며 “강인한 생활력과 땀을 생각하면 숙연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름 꼭대기에는 옛날 봉수대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북서로는 왕가봉수, 남동으로는 성산봉수와 교신했다고 한다.

동네 뒷산처럼 친근한 제지기오름
제지기오름은 서귀포시 보목동에 있다. 올레길 6코스에 있는 이 오름은 높이 94.8m로 동네 뒷산 같은 곳이다. 정상엔 운동시설들이 갖춰져 있을 만큼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옛날 절이 있었다고 해서 절오름, 일명 제지기오름 또는 제제기오름이라고 한다.

제지기(제제기)는 절(窟寺)이 있고 이를 지키는 절지기가 살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절지기오름이라 불리다가 차차 제지기오름·제제기오름으로 변이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문헌에 절오름(寺岳)으로 적혀 있으며 현지 주민들 사이에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

▲ 일제가 송악산 해안가 절벽에 파놓은 참호.

▲ 제지기오름은 동네 뒷산처럼 친근한 오름이다.

오름 입구에 도착하자 끝물을 맞은 동백이 반겨준다. 완연한 봄기운이 서귀포의 바람과 햇살에 실려 있다. 길은 지미봉보다 덜 가파르다. 길 양쪽으로는 신록이 한창이다. 제지기오름 정상에는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다른 오름에 비해 탁 트인 조망은 약하지만 보목포구와 그 건너편의 섶섬이 잘 보인다.

섶섬은 천연기념물 제1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파초일엽의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섶섬은 파초일엽의 북방한계선이기도 하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문섬, 범섬 등 서귀포 앞바다의 이름난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산 후 근처 어진이네횟집에 들러 목을 축였다. 이병걸 실장은 자리물회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자리돔은 5월부터가 제철이라 한치물회로 갈증을 달랬다. 음식점 바로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어 올레꾼이나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 마라도와 모슬포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내리는 관광객들.

역사의 아픔 간직한 송악산
올레길 10코스에 있는 송악산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있다. 송악산은 절벽에 파도가 부딪쳐 울린다고 하여 ‘절울이’라고도 부르며, 예로부터 해송이 많은 오름이라는 뜻에서 송악산(松岳山)이 되었다.

높이 104m인 송악산은 지질학적인 가치와 더불어 아픈 역사의 흔적을 갖고 있다. 송악산 정상은 이중분화구로 유명하다. 1분화구는 직경 약 500m 둘레 약 1.7km이고, 2분화구는 제1분화구 내의 화구로 둘레가 약 400m 깊이가 69m로 거의 수직 경사를 나타내고 있다. 분화 활동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제주도의 형성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오름이다. 침식작용이 심해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분화구에 가까이 가자 금방이라도 부서지고 무너질 것처럼 지반이 약했다.

▲ 송악산 가는 길에서 만난 말.

▲ 송악산은 절벽에 파도가 부딪쳐 울린다고 하여 ‘절울이’라고도 부른다.

송악산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중국 침략의 발판으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만들어졌던 비행장, 고사포대와 포진지, 비행기 격납고 잔해 등이 흩어져 있다. 또 해안가의 절벽 아래에는 참호 15개소가 남아 있다. 생지옥과도 같았을 이곳이 지금은 행락객들이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로 변했으니, 이것도 세월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까.

정상 아래의 전망대에서는 가파도와 마라도 원경을 볼 수 있다. 가파도는 얇은 종잇장처럼 떠있어 파도가 치면 금방이라도 물이 넘칠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그 뒤로 희미하게 우리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가 얼굴을 내밀었다. 마라도와 모슬포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이 긴 줄을 이었다.

▲ 송악산에 오르면 가파도와 마라도를 볼 수 있다.

▲ 송악산은 제주도의 형성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오름이다.

오후가 되면서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지미봉과 제지기오름에서는 땀이 날 만큼 더웠던 날씨가 급변해 체감 온도가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하루에 봄 여름 겨울날씨를 다 겪은 셈이다. 높이 100m 안팎의 오름을 다니면서 느낀 것 하나.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가 중요하다는 것을.

▲ 지미봉

오름 가는 길

지미봉

제주국제공항 출발|공항입구삼거리~종합경기장입구~광양사거리~삼양해수욕장입구사거리 ~삼양검문소~동일주도로~조천리삼거리(직진)~김녕교차로~만장굴입구~세화고입구사거리~종달교차로사거리~지미봉. 약 44분(44.km) 소요.
서귀포 출발|서귀포시청~서홍동사무소(직진)~토평사거리~하례입구(직진)~1136번지방도~의귀사거리(좌회전)~수망사거리(우회전)~성읍민속마을(오른쪽 진입)~오조교차로~송내교차로~중동교차로(우회전)~지미봉. 약 60분(60.3km) 소요.

제지기오름
제주국제공항 출발|공항입구삼거리~노형오거리~무수천사가로사거리~평화로~관광대학입구~경마장교차로~동광입구(왼쪽 진입)~상창사거리~창천삼거리~군산. 약 36분(36.1km)
서귀포 출발|서귀포시청~서귀포시의회(우회전)~중문입구사거리~천제교~관광단지입구~ 예래입구사거리~색달입구(직진)~청천교~창천삼거리~군산. 약 17분(17.2km).

송악산
제주국제공항 출발|공항입구삼거리(오른쪽 두 번째 진입)~노형오거리~한라대학입구~무수천사가로사거리~평화로~관광대학입구~경마장교차로~동광입구(오른쪽 진입)~제2한창교~서광사거리(직진)~산이수동입구(성모1리)~송악산. 약 46분(46km) 소요.
서귀포 출발|서귀포시청~중문입구사거리~창천삼거리~화순삼거리~1132번지방도~한전아파트~덕수삼거리~산방산(좌회전)~사계리(좌회전)~송악산. 약 28분(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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