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은 내게 꽃을 주었네
수로부인은 내게 꽃을 주었네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4.29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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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강릉 | 바다…정동진~헌화로

▲ 심곡항은 깊은 골짜기 안쪽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항구를 감싼 골짜기 덕분에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정동진~모래시계공원~심곡항~헌화로~금진항…총 7.5km
1998년 5월 강릉시는 강릉 문화방송에 심곡~금진 간 도로와 주변경관 이름 짓기를 의뢰했다. 곧바로 ‘심곡~금진 해안관광도로 이름 짓기 한마당 축제’가 열렸고 관동대학교의 정인화 교수가 헌화로라는 이름을 제안해 지금에 이르렀다.

정동진에서 헌화로 향하는 길
헌화가가 전해지는 길은 어떤 길일까? 헌화가를 되뇌며 향하는 길, 아름다운 노래만큼이나 궁금증도 커졌다.

헌화로가 심곡~금진 사이에 놓인 길이라지만 심곡과 접해 있고 볼거리가 다양한 정동진으로 먼저 향했다. 정동진은 해돋이로 유명해지면서 관광지로 급부상한 곳으로 해변을 거닐며 바닷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심곡까지 차로 10분 거리여서 함께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 모래시계공원에 들어서니 광장 한 가운데 커다란 원형 모래시계가 서 있다.
정동진에 도착해 해변이 아름다운 모래시계 공원으로 이동했다.
SBS TV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소로 관광명소가 된 정동진은 드라마와 관련된 명소가 많다. 모래시계공원은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1999년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면서 만들어졌다.

공원에 들어서니 광장 한 가운데 커다란 원형 모래시계가 서 있다. 이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에 무게 40톤(모래 무게 8톤)으로 세계 최대라고 한다. 시계의 모래가 모두 떨어지는 데에만 1년이 걸린다니 대단하다. 매년 1월1일 0시에 반 바퀴를 돌려 새로운 한해를 맞는데, 서울에서 보신각종을 치듯 정동진에서는 모래시계를 돌리는 것이 새해 행사다.

매년 모래시계를 돌리는 날이면 화려한 불꽃놀이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를 보고 난 후 새해의 해돋이를 즐기며 신년을 맞기 위해 몰리는 사람이 많다.

▲ 드라마 유명세가 아니어도 정동진의 겨울 바다는 아름답다.

해변으로 걸어 내려가니 겨울철 찬바람이 바닷바람과 만나 얼굴로 달려드는데, 뺨을 얻어맞은 듯 얼얼하다. 그래도 사람으로 시끌벅적한 여름보다 잔잔한 파도소리도 가려들을 수 있는 겨울바다가 더 운치 있다.

정동진에서 심곡으로 난 도로를 따르면 언덕을 오르면서 왼쪽으로 썬크루즈 리조트가 자리해 있다. 원래는 기차카페로 유명했던 곳인데 관광지화 되면서 조각공원, 해돋이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유람선 콘도가 들어서면서 썬크루즈 리조트로 바뀌었다. 정동진에서 보는 언덕 위의 크루즈도 아름답지만 전망대로 소문난 곳이니 한번쯤 들러 언덕아래 풍광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썬크루즈 리조트를 지나 구불거리는 내리막을 돌아가니 작고 조용한 항구가 나타났다. 바로 헌화로의 출발점인 심곡항이다. 깊은 골짜기 안쪽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항구를 감싼 골짜기가 마치 담요를 두른 듯 포근한 기분이 들게 한다. 양쪽으로 뻗은 산줄기 가운데 놓인 오지마을인지라,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몰랐다고 한다.

▲ 바다를 눈앞에 두고 걷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헌화로는 사진 찍기에도 명소다.

헌화가 전해져오는 바닷길
이제 본격적인 헌화로. 단거리 선수가 신발을 고쳐 매듯 설렘을 가라앉히고 헌화로에 올랐다.
헌화로의 풍광은 출발부터 기대 이상이다. 한반도 땅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라는 말이 실감난다. 파도가 조금 높으면 도로 위로 물이 넘어오기도 하니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배에 오른 느낌이다.

한쪽엔 눈앞에 바다가, 반대쪽엔 아름다운 절벽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어 동화 속 주인공처럼 묘한 기분이 든다. 길 양쪽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이만 한 곳이 없겠다.

헌화가의 무대가 된 이유도 있지만 그 사랑노래 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이 헌화로라는 이름과 딱 맞아 떨어진다. 정동진까지 오면서 되뇌던 헌화가가 풍광과 오버랩 되어 떠오른다.

자줏빛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수로부인의 아름다움에 반해 몰고 가던 소를 내버려두고 낭떠러지의 꽃을 꺾어 바쳤던 노인의 사랑은 나이와 조건, 환경을 따지는 요즘 시대에 사랑의 정의라도 보여주는 듯 아름답다.

▲ 한쪽엔 바다가, 반대쪽엔 아름다운 절벽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전체 7.5km 구간 가운데 헌화로는 2.4km, 짧은 듯 아쉬움이 있지만 드라이브 뿐 아니라 오롯하게 걸으며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오히려 걷는데 힘이 들어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일이 없어 좋다.

해안을 따라 꾸불꾸불 이어진 길을 따르다 보면 중간쯤에 자포암과 합궁골을 지난다. 이곳은 일출을 보며 자녀를 구하는 기도를 올렸던 곳이라고 한다. 합궁골 꼭대기는 옛날 기우제를 지낸 곳이다. 합궁골의 신력이 자녀를 점지하고 비를 내려준다고 믿었던 터라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바다 위로 부서지는 햇살이 보석처럼 눈부시다. 찬바람에 맞서며 낚시를 즐기는 노인이 햇살과 함께 좋은 풍광을 연출한다. 파도를 피해 암초위에 올라앉은 갈매기들마저 신선노름이라도 하는 듯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쯤 갔을까, 굽잇길을 도니 금진항이 나타났다.
강릉의 최남단 항구인 이곳은 땅이 검고 조수가 드나들어 먹진, 흑진이라 하였는데, 1916년 행정구역 변경에 따라 금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바닷물이 유난히 맑고 1960~70년대의 항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헌화로 개발에 힘입어 사람의 발길이 늘고 있다. 정박해 있는 고깃배와 멀리 보이는 등대가 고즈넉한 겨울 풍경을 만들어 준다. 헌화로의 종착지로 손색없다. 

정동진~헌화로 정보
특별한 새해맞이를 준비하고 있다면 다소 많은 인파를 감안하고도 정동진을 추천한다. 새해를 여는 아침, 해돋이를 보며 2011년 소망하는 일을 마음에 담아보자. 정동진에서 아침을 맞았다면 이번엔 헌화로다. 출발 전에 헌화가를 한번 읽어보고 온다면 금상첨화. 정동진~모래시계공원~심곡항~헌화로~금진항 구간은 총 7.5km, 차로 이동하면 1시간 미만, 걸어서는 2~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겨울 바닷바람을 견딜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걸어 봐도 좋겠다. 정동진 기차역은 입장료 500원, 주차비는 1000원이다. 모래시계공원은 입장과 주차무료. 문의 : 정동진역 033-644-5062 www.jeongdongj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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