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RE-TEX® STRUCTURE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고어텍스의 기능은 방수방풍투습이다. 원리는 물 입자보다 작고 수증기 입자보다 큰 구멍. 이 구멍은 e-PTFE를 특정 조건에서 늘려서 만들어낸다. 이 초박형의 필름 형태를 띤 e-PTFE를 ‘멤브레인(membrane)'이라고 한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이 멤브레인에 존재하는 구멍들은 물 입자에게는 너무 작은 바늘구멍이고 수증기 입자에겐 활짝 열린 대문처럼 크다. 이 합성수지가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 촉감을 보다 좋게 하기 위해 멤브레인에 안감을 덧댄다.

그리고 겉감도 댄다. 멤브레인만으로도 방수가 되지만 마찰에 대한 내구성을 높이고 겉감에 발수처리를 하면 방수 성능이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멤브레인에 안감과 겉감을 접합해 만든 원단을 ‘라미네이트(laminate)’라 부른다. 원래 라미네이트는 붙인다, 접합한다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고어텍스’는 라미네이트를 뜻한다.

방수와 발수 이야기를 잠깐 짚어보자. 방수는 물을 막는다는 뜻이다. 원단에 물을 떨어뜨렸을 때 원단을 통과하지 않으면 방수가 된다고 본다. 물의 압력에 따라 방수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기 때문에 물의 압력을 정해서 실험을 한다. 발수는 물을 뽑아낸다는 뜻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물을 튕겨낸다는 뜻이다. 방수는 원단이 젖더라도 안으로 물이 스며들지만 않으면 되지만 발수는 원단이 젖지 않으면서 물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무슨 차이가 있느냐. 발수는 되지 않고 방수만 된다면 옷이 물을 먹은 셈이어서 옷이 무거워져 몸놀림이 둔해진다. 고어텍스의 경우 습기를 내보내야 하는데 겉감이 물을 먹으면 투습 성능도 약해진다. 마지막으로 방수투습에 대한 상식 하나 더. 고어텍스가 아닌 재킷의 경우 방수 원단을 썼다고 해도 오랜 시간 비를 맞으면 물이 스며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옷을 만들 때 생기는 박음질 구멍 때문이다. 실이 물에 젖으면서 물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고어텍스를 사용하는 재킷들은 이를 막기 위해 방수테이프로 모든 바늘땀을 코팅하는데 이를 심실링(seam sealing)이라고 한다. 대부분 겉감에 하는데 요즘에는 피부나 속옷과 닿는 안감에도 심실링 처리를 한다. 또 한 곳, 지퍼 역시 물이 스며들기 쉽기 때문에 방수처리를 한다. 지퍼 이빨이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게 방수 지퍼다. 참고로 심실링한 부분이나 방수처리 된 지퍼는 발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잠깐, 궁금증 하나. 몸의 습기를 재킷 바깥으로 투습시킬 수 있다면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바깥의 습기가 재킷을 통과해 몸을 더 습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맞다. 이건 자연의 이치이고 과학적 원리 때문이다. 습기는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몸에서 난 땀을 밖으로 배출한다는 건 재킷 안의 온도와 습도가 바깥의 온도와 습도보다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비가 내린다면 습도는 바깥이 더 높지만 온도는 체온이 훨씬 높기 때문에 투습이 작동한다. 그리고 이때에는 몸이 비에 젖지 않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만약,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습식 사우나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사우나의 습기가 재킷 안쪽으로 들어가 몸에서 난 땀과 함께 흘러 내릴 것이다. 그래서 고어의 주요 소비국들은 사계절이 있거나 추운 지방의 나라들이다. 늘 더운 나라는 고어텍스의 주요 마케팅 대상도 아니다. 고어텍스는 모든 상황에 완벽한 만능 소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고어텍스의 종류를 간단히 살펴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재는 일반 고어텍스 제품(GORE-TEX® Products)다. 완벽한 방수와 방풍 기능에 기본적인 투습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트레일 러닝이나 산악 자전거 등 움직임이 좀 격렬해서 땀을 많이 흘린다 싶으면 고어텍스 액티브 제품(GORE-TEX® Active Products) 멤브레인이 적합하다. 멤브레인을 더 얇게 만들어 투습 성능을 더 강화했다. 투습성만은 고어텍스 프로보다 더 좋다. 전문가용인 고어텍스 프로 제품(GORE-TEX® Pro Products) 멤브레인은 히말라야에 오르는 등 레저보다 탐험에 가까운 아웃도어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