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이야기 | 고어텍스 ③
소재이야기 | 고어텍스 ③
  •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고어코리아
  • 승인 2014.07.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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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

GORE-TEX® WHY
2011년 가을 삼각산 아래 어느 장비점이었다.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여성과 함께 등산 재킷을 고르고 있었다. 화사한 색깔의 재킷들이 나란히 걸린 진열대 앞에서 그는 여성에게 고어텍스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방수와 방풍, 투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고어텍스 재킷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남자는 고어텍스 재킷을 만지며 말했다.

“한 번 만져봐, 확실히 고어텍스가 들어간 옷이라 촉감이 부드럽지 않아?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골라봐.” 여자는 옷을 골랐고 남자는 점원을 불러 가격을 물은 후 덧붙였다. 더 비싼 재킷은 없는지. 그 대화를 들으며 옆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구경하다가 비싼 값에 좌절하고 가벼운 바람막이 재킷을 고르면서 한참을 웃기도 했지만 고가의 제품을 주저없이 살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웠다.

2013년 11월 초 수락산 7부 능선 부근에서 83세의 노인이 발견되었다. 구조된 안모 씨는 치매와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었고 실종된 지 사흘 만에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에게 구조되었다. 사흘 동안 그는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고 의식도 또렷한 편이었다.

더 중요한 건 그가 고어텍스 등산복과 재킷, 신발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구조대는 고어텍스 재킷 때문에 빗물이나 이슬 등 습기가 몸에 직접 닿지는 않아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면서 그 몇 해 전 천왕봉에서 만났던 청년들이 생각났다. 갓 제대한 듯 짧은 머리와 건장한 체격의 청년 서너 명을 하산길의 장터목 산장에서 만났다. 그들은 올라가는 중이었다. 날이 흐리고 간혹 비가 흩뿌리고 있었는데 혈기왕성한 그 청년들은 청바지에 런닝셔츠만 입고 옷가지와 물병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입술이 살짝 보라색 기운이 돌아 저체온증인 것 같다고,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그냥 올라가겠다고 했다. 보온병에 있던 물을 먹이고 마른 수건을 건네면서 물기나 잘 닦으라고 해다. 다행히 사고 소식은 들리지 않았지만 하산 내내 마음을 졸였다.

이 이야기들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이고 쉽게 경함할 수 있는 예는 아니다. 이제는 고어텍스가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입어야 하고 기능과 한계는 무엇인지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언제 어디에 고립되어도 고어텍스로 감싸고 있으면 안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어텍스 제품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 논란이 일 때마다 그 중심에는 고어텍스가 있다. 논란의 핵심은 동네 뒷산 가면서 장비는 히말라야급이라는 거다.

등산이나 트레일러닝 등 아웃도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사고를 제외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위험 요소는 땀이다. 땀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신체의 반응이고, 땀을 잘 내보내야 체온을 지키고 몸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땀을 가장 잘 방출하는 방법은 뭘까?

옷을 하나도 입지 않는 것이다. 꼭 입어야 한다면 모시 같은 소재가 통기성이 좋아 땀을 잘 방출시킨다. 하지만 비가 온다면 대책이 없고, 비를 맞은 상태에서 바람을 맞으면 기화열 때문에 체온이 떨어지기 쉽다. 고어텍스를 이런 상황에 필요한 소재다. 비나 바람에 몸을 노출시키지 않고서도 땀을 바깥으로 배출해 체온을 유지하고 몸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고어텍스의 임무이자 기능이다.

결론적으로 아웃도어라고 꼭 고어텍스가 필요하냐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다. 질문을 바꿔 아웃도어에 나갈 때 고어텍스 의류가 있으면 좋냐 물으면 답은 ‘예’다. 산에 한 번 오른다고, 캠핑 한 번 가겠다고 고어텍스 재킷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속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마련하되 제대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요령도 익히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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