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태어난 ‘제2의 피부’
MATERIAL GORE-TEX®
아웃도어는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다. 오래 전, 에드먼드 힐러리는 첨단 장비 없이도 사가르마타(Sagarmatha, 에베레스트)에 올랐고 헨리 데이빗 소로는 월든에서 2년을 보냈다. 지금, 사람들은 삼각산과 청계산을 오르면서도 고어텍스 재킷을 입는다.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게 값비싼 기능성 재킷이고, 주 타깃은 고어텍스다. 고어텍스는 물은 스며들지 않고 바람은 막아주며 수증기는 통과시키는 합성수지 기반의 소재다. 줄여서 방수방풍투습이라 한다.
우연히 태어난 ‘제2의 피부’
고어텍스는 방수방풍투습 기능을 가진 소재다. 아웃도어 장비점에서 재킷을 골라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물은 스며들지 않고 습기만 빠져나가게 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물 입자보다는 작고 수증기 입자보다는 굵은 구멍을 만들면 된다. 체로 굵은 자갈을 걸러내고 고운 모래만 친다고 하면, 굵은 자갈은 물, 고운 모래는 수증기, 체는 고어텍스다.
그는 테프론 코팅으로 유명한 듀폰사의 화학 엔지니어였다. 회사에서 취급하던 합성수지인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하 PTFE, Polytetra-Fluoroe thylene)을 연구하다가 어떤 가능성을 보았는지 고어는 집 지하실에 자그마한 공장을 만들어 PTFE를 취급하는 회사를 창업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 고어라고 이름지었다. 이후 그는 PTFE로 전선 피복을 만들었고, 이후 약 10년 동안 고어는 전선 피복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아는 고어텍스 형태의 멤브레인이 만들어진 건 1969년이었다. 윌버트 고어의 장남 밥 고어(Bob Gore)는 PTFE를 압출하고 성형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다 가열된 합성수지를 늘리면서 강도는 기존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길이는 열 배 정도 늘어나는 경험을 했다. 더 중요한 건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특정 조건에서 늘어난 PTFE를 e-PTFE(expanded PTFE)라고 이름 지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소재가 그렇게 탄생했다. 그로부터 약 10년 동안 e-PTFE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1976년 처음 고어텍스라는 이름으로 상용화할 수 있었다.
우연히 태어나 이제는 ‘제2의 피부’라 불리며 적잖은 오해와 편견에서 수많은 아웃도어 전문가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고어텍스. 없으면 아니 되는 필수품은 아니다. 힐러리는 고어텍스 재킷 없이도 최고봉을 올랐고, 소로우는 이슬을 맞으면서도 월든 호수에서 걸작의 사유를 완성했다. 당연하게도, 고어텍스는 선택의 문제다. 다만 닥치고 사거나, 닥치고 쓸데없다고 욕하기보다 정확한 원리와 적당한 용도를 알고 난 후에 선택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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