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좋았고, 바람이 좋았고, 솜이불처럼 푹신하게 깔린 눈길이 좋았다. 그런 자연 속에서 걷는 게 좋았다. 물론 간간히 숨을 헐떡이게 하는 오르막도 있었고, 숨을 고르며 가만가만 조심스레 내려와야 하는 내리막도 있었다. 하얀 눈 위로 내 발자국이 나고 그 발자국을 따라 뒷사람이 걸어 왔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단정해졌다.
능선에 오르니 털 짧은 멧돼지마냥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산줄기가 넘실댔다. 정직하게 걷기만 한다면 저 산줄기를 따라 끝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 푸르렀고, 바람이 상쾌했고, 산길이 눈부셨다. 계속 걸을 수 있다는 게, 아직 나의 삶과, 너의 삶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연속된다는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