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내포문화숲길 Act ④ Walking
Backpacking|내포문화숲길 Act ④ Walking
  • 글 강다경 객원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3.22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 속에서도 삶을 위해 부산한 생명들

▲ 내포문화숲길 중 가장 먼저 조성된, 용현자연휴양림 근처의 숲길에 눈이 가득하다.

산길에는 눈이 하염없이 쌓여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숫눈이란 한갓 착각이었다. 네 발로 자신의 몸뚱이에만 의지해 사는 짐승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어지럽다. 완벽하게 하얀 길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거기서도 여전히 생명들이 삶을 위해 부산하다. 추운 겨울을 나는 각자의 방식을 지니고서, 겨울 끝에 올 봄을 짐승들도 기다리고 있을까.

발은 푹푹 빠지고 겨울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내 발걸음은 서툴기 그지없다. 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스키라도 타듯 자연스러운데, 내게는 300m를 조금 넘는다는 이 낮은 산 오르기가 쉽지 않다. 앞 사람 발자국을 따르지 않으면 눈이 푹푹 발을 감싼다. 발 앞쪽에 힘을 주며 걸으라는 지시를 따르자 한결 편해졌지만, 금세 숨이 차올랐다. 산행 초보자답다.

▲ 하늘은 물감 풀어놓은 것처럼 파랗고 세상은 하얗다.

▲ 눈사람 씨도 그동안 잘 지내고 계셨나요?

숨을 몰아쉬며 더는 못 오르겠다 싶을 무렵 능선이었다. 누가 듣기에는 노고라는 말도 우스울 테지만 내게는 엄청난 노고였는데, 그 보답이라도 해주듯 능선에서 바라본 겨울산 풍경이 아름답다. 멀리 당진 시가지가 장난감 도시처럼 펼쳐져 있다. 반대편은 산의 근육에 빼곡히 박힌 나무의 줄기다. 겨울을 나는 나무들의 거센 악력이 거기 소리 없이 거기 숨겨져 있을 것이다. 대설과 혹한을 이겨내며 삶을 지탱하려는 조용한 몸부림 위로 하늘은 하염없이 파랗다.

▲ 오르막보다 내리막은 더 난감해 기다시피 내려왔다.

▲ 퉁퉁고개 정자에서 잠시 쉬며 몸을 따뜻하게 데운다.
▲ 숨을 몰아쉬며 오른 노고에 보답하듯 능선에서 바라본 겨울산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 내포문화숲길 코스를 설명해 주는 국립용현자연휴양림 김용규 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