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내포문화숲길 Act ⑤ Field Trip
Backpacking|내포문화숲길 Act ⑤ Field Trip
  • 글 강다경 객원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3.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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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새긴 백제 사람들의 마음

▲ 돌탑만 보면 돌이 하나 올리고 싶어진다.

가야산 인근에는 100여 개의 절터가 산재해 있다. 현재는 대부분 폐사지이지만 한때 이곳은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곳이다. 그 향기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싶어 서산마애삼존불과 보원사 터를 찾았다. 내포땅 답사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곳들이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은 용현계곡 깊숙한 인바위에 새겨져 있다. 1959년 홍사준 부여박물관장이 보원사터로 유물조사를 왔다 존재를 알게 되며 국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까지는 동네 주민들만 아는 웃고 있는 산신령님과 본마누라, 작은마누라 입상이었다. 얼음이 언 계단을 따라 올라가 만난 미륵반가사유상의 넉넉하고 해맑은 웃음은 환하기만 하다. 삼존불을 깎던 백제인들에게 부처는 만면에 웃음을 지닌 존재였나 보다. 우리 인생에도 저런 웃음 지을 날이 가득하길 바라며 보원사 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 보원사지 오층석탑이 푸른 하늘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 삼존불 아래 위치한 전각 처마를 따라 고드름의 이빨이 제법 무섭다.

보원사 터는 눈밭이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두터운 눈밭 여기저기 석조물만 남아 있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사리탑, 보승탑은 모두 보물이니, 아무도 없는 눈밭에 보물이 널려있는 셈이다. 그저 돌덩이일 수도 있는 석탑이 보물이 될 수 있는 것은 거기 새긴 인간의 마음 탓일 것이다. 그 돌에 새긴 인간의 마음은 말로 되는 게 아니라 그대로 남아 천 년을 지내고 있다. 오층석탑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넓디넓은 비움, 그 안에 담겨있는 승함과 멸함 사이에 잠깐 귀를 둬본다.

▲ 삼존불은 빛에 따라 미소가 바뀐다는데, 빛이 안 들어도 웃음은 환하다.

▲ 보원사에서 따뜻한 커피를 내준 내포가야산 성역화추진위원회 김선임 사무국장. 덕분에 내포지역 일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천 년 세월을 입은 석탑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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