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즈매니아 카라반 투어 ㅣ 프라이시넷
호주 태즈매니아 카라반 투어 ㅣ 프라이시넷
  • 글 사진 김산환 도서출판 꿈의지도 대표·여행작가
  • 승인 2013.01.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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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가 담긴 와인글라스

▲ 콜즈 베이의 눈부시게 맑은 바다. 태즈매니아의 동부 해안에는 이런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아! 우리가 절경을 보았을 때 터트리는 짧은 감탄사다. 이런 감탄사가 터진 곳은 분명히 풍광이 기가 막히게 좋은 곳이다. ‘더할 것도 뺄 것 도 없는’이란 표현이 적확한 그런 곳. 애이모스 산 정상에서 와인 글라스 베이를 내려다볼 때의 감동이 그랬다. ‘아!’하는 짧은 신음이 터져 나올 뿐, 어떤 말도 하지 필요치 않았다. 이런 것이 세기의 여행지라는 생각만 들게 했다.

태즈매니아의 여행 키워드를 2가지로 요약하면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과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이다. 크레이들 산은 내륙의 정점이고, 프라이시넷은 바다와 접한 해안의 정점에 있다. 여행자들은 이 두 곳만 돌아보면 태즈매니아의 절반은 봤다고 여긴다.

▲ 에이모스 산 정상에서 바라본 와인글라스 베이. 맑은 날이면 쪽빛바다와 눈부신 해변이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 콜즈 베이에서 바라본 일몰.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의 날씨는 수시로 변하면서 이처럼 황홀한 일몰을 선사하기도 한다.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은 태즈매니아의 동부 해안에 자리했다.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어 내려간 반도의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콜즈 베이에서 와인 글라스 베이에 이르는 곳. 반도의 폭이 워낙 좁아 끊일 듯 이어지는데, 그 사이로 4개의 바위산이 우뚝 솟았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다와 북한산 인수봉을 빼닮은 산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특히, 바위 산군 너머에는 태즈매니아의 모든 해변을 통틀어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와인 글라스 베이가 있다. 프라이시넷에서의 여정은 와인 글라스 베이를 어떻게 즐기느냐에 있다.

와인 글라스 베이를 즐기는 길은 세 가지. 하나는 와인 글라스 베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 대부분의 여행자가 이 코스를 선택한다. 다른 하나는 전망대를 지나 와인 글라스 베이까지 가서 해변을 따라 거니는 것. 젊은 여행자들이나 백패커들이 즐겨한다. 마지막은 애이모스 산에서의 조망이다. 이 산에서 내려다보는 와인 글라스 베이의 조망이 압권이다. 바로 더 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풍경이 이 산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다.

▲ 콜즈 베이에서 바라본 일몰.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의 날씨는 수시로 변하면서 이처럼 황홀한 일몰을 선사하기도 한다.

▲ 자전거를 타고 태즈매니아의 동부 해안을 따라 여행하는 여행자들.

하지만 애이모스 산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높이는 해발 455m에 불과하지만 원뿔형으로 곧장 치솟아서 아주 가파르다. 또 대부분의 코스가 세미 클라이밍을 방불케 할 만큼 바위 슬랩으로 형성되어 있다. 중턱부터 정상까지가 전부 슬랩이라 보면 된다. 산행 경험이 없는 이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하는데, 비가 내리면 아주 위험하다. 자칫 미끄러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프라이시넷 국립공원 여행자 안내소에서는 일반 여행자들에게 이 코스를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가 올 때가 아니라면 그렇게 우려스럽거나 힘든 코스는 아니다. 산행 경험이 있고, 가벼운 트레킹화만 신으면 누구나 정상에 설 수 있다. 산행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데, 일단 정상에 서고 나면 무슨 힘을 써서라도 올라왔어야 한다고 고백하게 된다.

에이모스 산 정상부는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자리한 봉우리에 오르면 우리가 기대했던, 와인 글라스 베이의 매혹적인 자태가 발아래 펼쳐진다. 그 물빛과 해변, 녹음으로 짙은 숲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백옥처럼 빛나는 해변이 반원을 그리며 뻗어나가고, 그 안에 점점 깊어지면서 코발트블루가 되는 바다가 담겨 있다. 그 모양이 와인 잔을 닮았다. 과거 이 바다에서 포경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고래의 피로 바다가 붉게 물들어 마치 레드 와인을 담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와인 글라스 베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포경이 금지되면서 붉은 피로 물들 일이 없다. 오로지 눈부시게 빛나는 해변과 푸른 바다가 있을 뿐이다.

에이모스 산에서 와인 글라스 베이를 보고 나면 태즈매니아의 바다가 싱거워진다. 프라이시넷을 포함해 동부 해안을 따라 끝없이 해변이 펼쳐져 있지만, 이것들은 그저 와인 글라스 베이의 부연 설명에 불과하다.

▲ 바닷가 공원에서의 점심. 남국의 바닷가에서 석화와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 작은 캥거루를 연상케 하는 월러밋. 태즈매니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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