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즈매니아 카라반 투어 ㅣ 프롤로그
호주 태즈매니아 카라반 투어 ㅣ 프롤로그
  • 글 사진 김산환 도서출판 꿈의지도 대표·여행작가
  • 승인 2013.01.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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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순수한 공기가 흐르는 곳

▲ 무리야 이스테이트로 진입로 주변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독특한 콘셉트의 미술관과 1년 전에 예약을 해도 객실을 구하기 어려운 호텔이 함께 있어 호바트에서 꼭 들르는 여행지다.

태즈매니아의 주도 호바트. 어쩌면 이곳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즈매니아는 호주 남쪽에 있는 섬이다. 호주 본토와 뉴질랜드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남한의 3분의 2 크기 만한 섬이지만 호주 대륙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저 작은 섬에 불과하다. 호주 대륙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데, 그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 곳에 자리한 섬이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태즈매니아는 제주도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제주 오름에 둥지를 튼 바람도서관 박범준 관장은 제주도를 “태즈매니아와 같은 기운이 흐르는 곳”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만큼 두 섬이 닮았다는 것인데,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우선 본토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이 그렇고, 깊은 역사성과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것이 그렇고, 세상 어디에 내놔도 당당한 자연경관이 그렇다. 호주 본토인들도 태즈매니아를 두고 ‘지상에서 가장 순수한 공기가 흐르는 곳’이라고 말한다. 태즈매니아에서 숨을 들이쉬면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찌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랭지 채소를 씹을 때처럼 알싸한 기운이 콧속으로 파고든다.

▲ 태즈매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인 무리야 이스테이트의 시음장.

▲ 배터리 포인트에 주차된 빈티지풍의 자동차.

호바트 공항에서 모터 카라반을 대여하자마자 호바트 시내로 향했다. 태즈매니아 관광청에서 일본과 한국을 담당하는 아담 파이크는 이곳의 명물이라는 피시 앤 칩스를 사주기 바쁘게 호주 본토에 회의가 있다며 떠났다. 이제 온전히 나와 여행작가 C만 남게 됐다. 우리는 마트에 들려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산 후 일찌감치 캠핑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캠핑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태즈매니아를 캠핑으로 여행하는 꿈을 꿨고, 오늘에야 그 꿈이 실현됐다. 이번 여행은 오랜 여행지기인 C와 함께한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그와는 참 많은 곳을 여행했고, 함께 노숙을 한 기억도 많다. <오토캠핑 바이블>을 쓸 때도 수도권의 캠핑장을 함께 전전했고, 길을 테마로 한 여행 에세이를 쓸 때도 그는 강원도에서 전라도에 이르는 그 먼 길을 동행이 되어 주었다.

▲ 호바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살라망카 마켓의 야외 카페와 갈매기들.

▲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조지아풍의 건물이 몰려 있는 배터리 포인트. 과거의 한적한 시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기억도 있다. 그와는 참 죽이 잘 맞는 여행 파트너다. 당연히 태즈매니아에서의 캠핑은 설렐 수밖에 없고, 우리의 찰떡궁합이 낯선 곳에서의 여행도 쉽게 익숙해지게 만들 것이란 기대감을 품게 했다. 우리의 거창한 목표, 태즈매니아의 와인을 다 마셔주겠다는 다짐까지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태즈매니아를 뼈 속 깊숙이 느끼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룻밤 묵을 캠핑장은 호바트 위성도시 글렌노쉬의 트레주어 아일랜드 카라반 파크. 아담이 멜버른으로 떠나면서 추천해 준 캠핑장이다. 바닷가에 자리한 이 캠핑장 곁에 저 유명한 무리야 와이너리가 있다고 했다. 당연히 추천을 받아들일 수밖에. 무리야 와이너리는 론리 플래닛에서 펴낸 가이드북 태즈매니아 편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10곳으로 선정된 곳이다.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좋은 객실과 와이너리, 호주 포스트모던 계열의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관까지 있어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호바트 시내를 빠져나오는 동안 원웨이(one way)와 아직도 낯설기만 한 오른쪽 운전석 때문에 두어 번쯤 길을 잃고 헤매곤 했다. 거리의 이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들은 쉽게 합류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구 몇 번을 헤맨 끝에야 캠핑장을 찾아들게 됐다. 서울에서 도쿄와 시드니를 거쳐 꼬박 하루가 걸린 여정. 우리는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뜨거운 온수로 샤워를 한 후 호바트는 물론 호주를 통틀어 최초의 양조장이라는 캐스캐이드의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자 겨우 정신이 들었다. 이제야 이 멀고 먼 나라의 가장 깊숙한 품에 안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글렌노쉬 홀리데이 파크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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