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즈매니아 카라반 투어 ㅣ 머라이어 섬
호주 태즈매니아 카라반 투어 ㅣ 머라이어 섬
  • 글 사진 김산환 도서출판 꿈의지도 대표·여행작가
  • 승인 2013.01.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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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과 자전거만 허용되는 ‘불편한 기쁨’

▲ 머라이어 섬의 드라마틱한 해벽을 보여주는 비숍 앤 클락 가는 길의 절벽. 비숍 앤 클락은 해벽의 높이가 무려 460m에 달한다.

처음에 이 섬을 가려고 했던 것은 낯선 곳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미 태즈매니아가 우리에게는 충분히 낯선 곳이지만, 그곳에서도 더 낯선 곳을 찾아가고 싶은 충동. 여행이 직업인 이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머라이어 섬은 태즈매니아의 동남쪽에 떠 있는 섬이다. 보통 ‘마리아’라고 읽지만 이곳 사람들은 ‘머라이어’라고 발음한다. 포트 아서와 마찬가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세계의 바다를 경영하며 호주를 식민지로 지배할 때 죄수를 가두는 유형지로 조성한 곳이지만 워낙 유지비가 비싸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감옥을 폐쇄하고 말았다. 그 후 한때 농사를 짓거나 시멘트 공장을 짓는 등으로 개발되기도 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머라이어 섬은 태고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연 상태로 되돌아갔다. 현대에 와서도 더 이상의 개발을 막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섬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 머라이어 섬으로 가는 페리가 있는 트리아부나의 항구. 여름에는 이처럼 파란 하늘이 열린다.
머라이어 섬의 이런 복잡다단한 역사도 흥미롭지만 여행자를 가급적 불편하게 만드는 운영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 섬에서는 두 발로 걷거나 아니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유밖에 없다. 자동차 같은 것은 없다. 변변한 호텔도 없다. 캠핑을 하거나 과거의 역사적인 유적지에 조성한 숙소에서 불편한 잠을 자야 한다. 물은 빗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음식이나 생필품을 파는 가게도 없다. 이 섬에 들어오기 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와야 한다.

머라이어 섬까지는 트리아부나라는 작은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 섬까지는 40분쯤 걸린다. 선착장에서 내린 여행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수십 길 절벽이 있는 퍼실 클리프, 다른 하나는 파도에 깎인 해벽의 빛깔이 예술이 페인티드 클리프다. 물론 이곳 말고도 이 섬에서 갈 곳은 많다. 드라마틱한 남쪽 해안의 끝에 우뚝 솟은 비숍 앤 클라크와 머라이어 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이 섬의 남쪽까지 가는 MTB 트레일이 있지만 당일여행자에게는 무리다.

퍼실 클리프와 페인트 클리프다. 두 개의 코스는 각각 1시간 30분쯤 걸리는데, 유적지를 돌아보면 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퍼실 클리프는 거센 파도에 부서진 해벽이 장관이다. 이 까마득한 절벽의 행렬은 해발 600m에 육박하는 비숍 앤 클락까지 이어져 있다. 동쪽 해안 전체가 거대한 해벽이라 보면 된다. 제주 우도의 검멀레를 3배쯤 확대해 놓았다고 보면 좋다. 이 해벽을 감상한 후 초원을 따라 선착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페인티드 클리프는 달링턴 유적지를 지나서 30분쯤 가야 한다. 사실, 태즈매니아의 모든 동부해안의 해변이 그렇지만 물빛이 예술이다. 하늘보다 더 파랗고 투명한 바다가 밀가루 보다 더 하얗다. 섬이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을 부드럽게 껴안은 풍경은 매혹 그 자체다. 페인티드 클리프는 그 아름다운 해변의 끝에 있다. 이곳은 해벽이 파도에 파이면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주황색에서 흰색에 이르기까지 바위가 층층이 색을 달리한다. 특히, 해질 무렵에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더욱 빛을 발한다. 머라이어 섬을 찾은 여행자들의 열에 아홉은 이 모습을 보려고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신발을 벗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닷물을 찰박찰박 걷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달링턴은 유적지다. 지금은 하룻밤을 머무는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로 사용되고 있다. 특별한 시설은 기대할 게 없다. 다만, 선착장에서 달링턴을 거쳐 페인티드 클리프로 가는 길에 조성된 소나무 숲길이 예술이다. 태즈매니아의 소나무는 황장목처럼 밑둥치부터 곧게 뻗어 올라간 게 아니다. 마치 무처럼 굵은 밑둥치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어 살아온 내력과 시간을 말해준다. 그 거대한 밑둥치 위의 솔가지는 하늘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늘을 조성하듯이 옆으로 퍼져 있다. 세상에는 시간의 기억을 품은 나무들이 많겠지만 이 나무들만큼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도 없다. 그 소나무 그늘 사이로 느릿느릿 거닐면서 불편을 즐기는 일, 머라이어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여행의 묘미다.

▲ 머라이어 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페인티드 클리프 절벽. 파도에 파인 해벽이 층층이 색이 달라 눈길을 끈다.

▲ 머라이어 섬에서 바다 카약을 즐긴 후 트리아부나로 돌아가기 위해 페리를 기다리는 사람들.
▲ 까마득한 해벽을 따라 피어난 들꽃. 남반부에 위치한 이곳은 지금이 여름이다.

▲ 머라이어 섬 페인티드 클리프의 해변. 머라이어 섬에서는 해변을 따라 한가롭게 거니며 이국의 정취를 즐기는 게 여행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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