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리도·아이거북벽, 프랑스 릴·오베르네 캠핑장
스위스 리도·아이거북벽, 프랑스 릴·오베르네 캠핑장
  • 글·사진 김준호 기자
  • 승인 2012.01.1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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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김준호씨의 가족과 떠난 유럽 캠핑여행 ②

▲ 만년설이 덮인 산자락 아래 푸른 초지가 펼쳐진 곳에 자리한 그린델발트 아이거 북벽 캠핑장.

독일을 떠나 고대하던 스위스로 넘어 가는 날! 이젠 어느 정도 운전도 익숙하고 가족들도 여행에 푹 빠졌다. 스위스의 첫 목적지는 루체른. 고풍스런 구 시가지와 도시를 둘러싼 알프스와 호수로 인해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리도 캠핑장에서 이틀간 머물며 루체른 시가지 및 필라투스 관광을 했다.

리도 캠핑장은 그간 우리가 머문 독일과는 약간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는데, 조금 더 활기차다고 할까. 아마도 독일과 달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캠핑장 이웃과 짧지만 즐거운 수다도 떨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였는데 바깥지기가 참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한국 사람도 많아서 나중에 캠핑장 체크아웃 하는데 성이 Kim이라니까 담당자가 “컴퓨터 모니터에 많은 Kim이 있으니 이중에서 누구냐"고 묻는 해프닝도 있었다.

리도 캠핑장에서 필라투스를 여행할 때 리셉션에서 표를 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다. 아이들은 주니어 교통카드를 만들어 준다. 스위스는 만16세 이하까지 모든 교통수단이 무료이기 때문에 이 카드가 유용하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이거 트레일
▲ 융프라흐 정상에서 바라본 빙하지대. 만년설과 빙하가 드넓게 펼쳐졌다.

루체른에서 2박3일을 머물고 그린덴발트로 이동했다. 스위스 내륙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간 셈. 아이거 트레일까지 이동하기가 좀 더 편리해서 그린덴발트로 들어온 것이다. 그린덴발트에서 우리가 머문 곳은 아이거 북벽 캠핑장. 만년설이 덮인 산자락 아래 푸른 초지가 펼쳐진 곳에 자리한 캠핑장이다. 유럽 여행 중 가장 경치가 뛰어난 캠핑장이었다.

다음날 융프라흐에 오르는 등산 열차에 올랐다. 보통 일반 패키지 여행자들은 융프라흐까지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기차 타고 내려온다. 그런데 하산길에 아이거글레쳐 역에 내리면 아이거 북벽 산비탈을 옆에 끼고 알프이글렌까지 2시간에 걸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 ‘아이거 트레킹’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 아이거 트레일은 방목하는 소떼들을 만나 길동무가 되기도 하는 즐거운 트레킹이다.
사전에 기차 오른편에 앉아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차에 오르자마자 우측에 잽싸게 자리를 잡고 오르는 내내 경치에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운이 좋았는지 융프라흐 정상에서도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날씨가 맑았다. 도시락으로 준비한 빵과 과일로 점심을 때우고 내려가는 기차를 다시 타고 아이거글레쳐 역에 내려 아이거 트레일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지를 새삼 느꼈다. 이런 순간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신나게 앞장서는 아이들과 와이프 뒷모습을 보며 유럽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뿌듯했다.

아이거 트레일은 초등학교 3학년이 넘으면 데리고 가는 게 좋다. 위험하진 않지만 가끔 조심해야 할 구간이 있어서다. 어떤 구간엔 방목하는 소떼들을 만나 길동무가 되기도 하는 즐거운 트레킹이다. 스위스에는 무수히 많은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어 있으니 한번쯤 경험해 보면 좋다. 트레킹을 마치고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8시경. 이곳 캠핑장은 트레킹을 즐기고 늦게 귀가 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캠핑장과 달리 저녁 10시경에도 샤워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프랑스의 콜마르 릴 캠핑장. 숲이 우거진 캠핑장이라 환경은 좋았는데 배전판에 연결할 어댑터를 대여해 주지 않아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스위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뮈렌. 이곳은 해발 1,624m에 있는 마을로 쉴트호른을 오르는 베이스캠프 마을이며 어떤 이가 ‘천국의 광경’이라고 극찬한 마을이다. 그의 말처럼 천국 같은 뮈렌을 둘러본 후 자동차를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콜마르 마을로 돌렸다. 이제 4박5일 남은 여행 일정. 정말 붙들어 매어놓고 싶은 시간이었다.

좌변기 엉덩이 받침대는 어디에?
▲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아이거 트레일을 걷고 있는 두 남녀.
첫번째 파리 목적지인 콜마르는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마을의 무대가 된 곳이라고 한다. 콜마르의 릴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에서 첫 캠핑장이었는데 좀 황당했던 것은 화장실 좌변기에 엉덩이 받침대가 없었다. 엉덩이 받침 없이 도자기 변기만 덜렁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볼일을 보라는 건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불만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전기를 사용할 때 배전판에 연결할 필요한 어댑터는 다른 캠핑장은 대여가 가능했지만 이곳은 거금 20유로를 들여 구입해야 했다.

이틀 남은 캠핑 일정 때문에 20유로를 지출하기 아까워서 결국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캠핑을 했다. 체크아웃을 할 때 선불로 낸 전기 사용료를 달라고 하니 규정상 안 된다는 게 아닌가! 이 캠핑장 때문에 프랑스의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강변을 낀 캠핑장이라 주변 환경은 마음에 들었는데 고속도로가 근접해 있어 한밤중에 자동차 소음이 거슬렸다.

아기자기한 콜마르은 소문대로 매력적인 마을이었다. 특히 집들이 참 예뻤다. 알자스 지역을 여행하는 내내 이 콜마르 특유의 집 모양을 볼 수 있었다. 캠핑장을 빠져 나와 포도주 가도를 타고 북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콜마르에는 ‘쁘띠 베니스’가 유명하다. 강변에 알록달록한 16세기 알자스식 목조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도로 사방에 펼쳐진 포도주 밭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고 곳곳에 자리한 마을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백포도주로 유명한 곳이라 와인 가게에 들러 포도주도 사고 또 캠핑 마지막 목적지인 오베르네에선 특산품인 푸아그라 통조림도 구입했다.

▲ 유럽 여행의 종착지 프랑스 파리.
오베르네 캠핑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여유를 갖게 되자 유럽의 마지막 캠핑이란 생각에 아쉽기만 했다. 아이들도 그런 눈치인지 그동안 캠핑을 하면서 겪은 일과 각자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캠핑장을 오래 거닐었다.

다음날 아침, 전날 밤과는 달리 마음이 급해졌다. 유럽 일정 중 가장 장시간의 이동 거리인 약 570km를 달려서 파리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장거리도 부담이었지만 스위스에서 만난 사람이 파리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별로라는 말을 들어서 복잡한 파리를 운전하기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한 것 치곤 심심하게 파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파리의 교통은 서울이나 부산에 비하면 우스웠다. 일방통행과 로터리 교차로만 조금 주의하면 운전엔 큰 무리가 없었다. 파리에서는 일반 여행자들이 다니는 코스를 살짝 맛보기로 돌아봤다. 렌터카를 파리 공항 허츠사무소에 건네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유럽 캠핑여행은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됐다.

TIP
서유럽 날씨
계절은 여름이었지만 유럽 지역을 여행하는 동안 초가을 날씨가 대부분인데다 계속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리 가족은 부실한 긴팔 의류와 침낭을 계속 쇼핑해야 했다. 특히 서유럽의 경우는 우리의 여름 날씨와 사뭇 다르다. 여름이라고 반팔만 덜렁 챙겨 가면 생각지도 못한 추위에 고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를 기준으로 의류를 준비하고 침낭은 하계용이 아니라 다운침낭을 기준으로 무게가 400g 이상으로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캠핑장에서 전기를 쓸 수 있으므로 따뜻하게 자고 싶다면 전기요를 준비해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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