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이데·타우버로만틱·반발트제 캠핑장
독일 하이데·타우버로만틱·반발트제 캠핑장
  • 글 사진·김준호 기자
  • 승인 2011.12.30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로거 김준호씨의 가족과 떠난 유럽 캠핑여행①

▲ 하이델베르크의 하이데 캠핑장에서 유럽 첫 캠핑을 경험했다.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을 하는 것은 꿈이었다. 자녀 둘을 가진 40대 초반의 평범한 회사원으로서는 천만 원이 넘게 드는 유럽여행은 다소 부담스러운 꿈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렌터카를 이용해 캠핑을 하며 유럽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정에 얽매이는 패키지여행도, 고생이 만만치 않을 자유배낭여행도 마땅치 않았던 터에 귀를 번쩍이게 할 만한 정보였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으며 의외로 캠핑을 하며 유럽을 여행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기를 읽으며 각종 정보는 물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 유럽에 첫 발을 디딘 프랑크푸르트. 민박집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을 겸 야시장을 구경했다.

▲ 로텐부르크의 타우버로만틱 캠핑장에서 맞이한 아침. 이 캠핑장은 잔디밭에 자유롭게 사이트를 구축 할 수 있다.

평소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겼기에 캠핑장 이용에 대한 걱정이나 어려움은 없던 터라 여행 일정을 짜는 것만 고민하면 됐다. 욕심을 부려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보다 한 군데를 가더라도 제대로 보고 가족과 감동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에 독일·스위스·프랑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첫째 날인 프랑크푸르트와 마지막 파리에서의 이틀은 민박을, 나머지 열흘간은 캠핑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총 일곱 군데의 캠핑장에서 숙박하고, 가족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중간 중간 이틀씩 머무르고, 여행 중 하루 이동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잡았다.

강변 풍경이 멋진 하이데 캠핑장
약 12시간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첫날 우리의 최대 숙제는 무사히 렌터카를 대여한 후 차를 몰아 민박집에 도착하기. 허츠 렌터카에서 미드사이즈 왜건 타입을 예약했었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아 좀 더 큰 차를 빌렸다. 렌터카를 빌리는 와중에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 퓌센 반발트제 캠핑장의 카라반 사이트.

새로 바꿀 렌터카 대여로가 너무 비싸다고 거부했더니 직원이 바로 20% 할인해주는 것이 아닌가! 눈치를 보니 이벤트 기간인 것 같았는데 처음부터 다운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렌터카에 짐을 테트리스하곤 유럽에서의 첫 드라이브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민박집을 찾았다.

둘째 날 아침, 민박집에서 차려준 아침을 먹고 첫 여행지인 뤼데스하임으로 이동했다. 표지판 말곤 국내에서 운전하는 것과 별반 다른 차이가 없었다. 무수히 지나가는 캠핑 트레일러들이 여기가 유럽임을 알려줬다. 뤼데스하임은 라인 강변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중세의 골목인 드로셀을 지나 뒷동산에 오르면 경치가 아주 멋지다. 다만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많은 시간을 머물지 못하고 첫 캠핑지인 하이델베르크로 이동했다.

▲ 호수와 산을 끼고 있어 예로부터 독일 귀족들의 휴양지로 유명했던 퓌센의 호엔슈방가우성.

하이델베르크에서 우리가 머문 캠핑장은 하이데 캠핑장.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강변북로를 따라 10km 정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강변에 있어 주변 경관이 멋졌다. 유럽에서 머문 캠핑장 중 세 번째로 경관이 멋진 곳이었다.

유럽의 캠핑장은 인원수와 텐트사이즈, 자동차 종류, 전기 사용 유무에 따라 캠핑비용이 계산된다. 부대시설인 세탁기나 건조기는 동전을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 캠핑장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사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샤워실과 화장실 등의 제반 시설이었다. 샤워실이나 화장실은 정말 깨끗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용자가 뒤처리를 정말 깨끗이 하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샤워 한 후에 밖에 있는 청소 도구로 본인이 사용한 샤워 부스 바닥을 청소해 놓아서 다음 사용자가 불쾌감이 없게 하는 것이었다. 개수대와 화장실도 마찬가지. 이런 문화는 우리도 꼭 배워야 할 것 같다.

“메티~르 알코올 주세요!”
캠핑장에서 나와 어제 미처 못 들른 하이델베르크 성을 관광했다. 버너 연료를 사려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부탄가스나 EPI 가스를 파는 데를 끝끝내 못 찾아서 약국으로 들어갔다. 비상용으로 가져간 알코올버너 연료인 메틸알코올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 하이델베르크 전경. 라인 강변에 주황색 지붕들이 빼곡하다.

요리에 필요하다고 메틸알코올을 달라고 했는데 약국에선 메틸알코올이란 말을 못 알아듣고 계속 소독용 알코올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다행히 매우 친절한 약국이어서 젊은 약사가 다가와 나의 콩글리쉬를 듣더니 인터넷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버너 메이커를 알려 주자’란 생각에 ‘트란지아’를 조회하라고 했다. 약사는 트란지아 검색어에 딸려 나온 알코올버너 사용방법을 읽어 보더니 드디어 내가 원하던 공업용 알코올을 건네줬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약국이다. 다행히 여기서 구입한 1리터의 메틸알코올과 전기밥솥을 이용해서 일주일 가까이 밥을 해먹을 수 있었다.

▲ 뤼데스 하임은 라인 강변에 있는 작은 마을로 중세 골목인 드로셀을 지나 뒷동산에 오르면 경치가 아주 멋지다.

하이델베르크에서 독일의 중세 마을인 로텐부르크로 이동했다. 유럽의 중세시대 모습이 가장 잘 보전된 지역 중 하나인 로텐부르크에 도착해서 드디어 유럽에서의 첫 장보기를 했는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때문인지 여느 관광지보다 더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처음에 쌀을 구입할 때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어서 애를 먹었다. 보통 파스타와 같이 진열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점점 이곳 여행에 익숙해져 갔다.

로텐부르크에선 타우버로만틱 캠핑장에 머물렀다. 관광지와 1km 정도밖에 안 떨어진데다 로만틱 가도와 고성가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처럼 투어링 캠핑족들이 많았다. 대개 유럽의 캠핑장은 저녁이 되면 정말 조용해서 가족과 이야기할 때도 가급적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고, 불빛도 약하게 하고 지내야 한다. 우리가 가져간 LED 30구 랜턴을 켜니까 주변 캠퍼들의 시선이 집중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곳 로텐부르크에서는 투어링 캠핑족들이 많아선지 약간은 활발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호수가 아름다운 반발트제 캠핑장
유럽 여행 넷째 날, 오늘의 목적지는 독일의 남쪽 끝 퓌센이었다. 퓌센은 예로부터 독일 귀족들의 휴양지였고 호수와 산을 끼고 있어 카약과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 이보다 더 유명한 건 노이슈반슈타인성이다. 디즈니랜드에 있는 ‘백조의 성’이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본떠 만든 것이다.

tip
유럽의 캠핑장 에티켓

유럽의 캠핑장은 밤늦게까지 떠들썩한 우리나라의 캠핑장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캠퍼들이 대개 장기 휴가를 받아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밤에는 다들 휴식을 갖는 시간이다. 이때 시끄럽게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끼리도 되도록 조용히 말하고 불빛도 과도하게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캠핑장 시설을 이용한 후 뒤처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유럽의 캠핑장은 굉장히 청결하다. 관리인이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캠퍼가 스스로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로텐부르크에서 퓌센으로 오는 길은 고속도로로 내달리기보단 로만틱 가도를 타고 국도로 내려와야 좋다. 주변 경치는 물론이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중세 도시는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 두기에 충분하지만 일정이 빠듯한 나 같은 여행자에겐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퓌센의 유명한 캠핑장은 부룬넨 캠핑장이다. 성수기에 자리가 없기로 유명하다는 정보에 걱정했었는데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열심히 달려 왔지만 자리가 없다고 한다. 캠핑장 주변 경관, 특히 아름다운 호수 물빛과 그 위를 유영하는 요트들이 너무나 멋져서 “우리가 여기서 이틀을 머물 거야”라며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다니….

할 수 없이 차선책으로 점찍어둔 캠핑장을 찾아 갔다. 바로 반발트제 캠핑장. 이곳도 호수를 끼고 있는 멋진 캠핑장이다. 앞에 들른 두 곳의 캠핑장과는 다르게 지정 사이트였고 캠핑장 직원이 안내해주었다. 반발트제 캠핑장이 기억에 남는 건 수려한 호수의 풍경과 그 호수에서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기는 캠핑족의 모습 때문인데, 이런 환경을 가진 유럽 캠퍼들이 참 부러웠다. 이틀간 머문 터라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겨 밀린 빨래도 하고 캠핑장에 딸려 있는 마트에 가서 맥주도 사다 마시며 휴식을 만끽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