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고장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고장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4.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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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 영암 ④시내 워킹

▲ 영암공원에서 바라보면 영암 시내와 월출산이 한 눈에 보인다.

영암 시내에서는 어디서든 뾰족뾰족한 월출산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지척에 자리한 월출산의 정기가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이 산자락 동네는 여느 시골의 도시처럼 정겹기만 하다. 규모도 무척 작다. 고층빌딩이라고는 두어 동 서있는 아파트가 전부다. 그래서 영암은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여유로운 고장이다.
영암은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워낙 작은 도시여서 볼거리가 많진 않지만 정겨운 지방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이곳이 바로 슬로시티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 시민들의 운동 장소로 애용되는 공설운동장(위), 시내 골목에서 만난 이색적인 그래피티(아래)
시내 도보여행의 시작은 영암버스터미널1이다. 터미널에서 월출정형외과 건물 방향 골목으로 들어서 5분 여를 걸으면 경찰서 사거리에 닿는다. 사거리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원불교 사거리다. 다시 직진해 10여 분을 걸으면 오른쪽에 영암향교2가 보인다.

영암향교는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활쏘기 대회가 펼쳐진 향교는 전통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향교를 나와 온 길을 다시 되짚어가면 곧 사거리다. 오른쪽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왼쪽에 군립도서관3이 보인다. 잠시 독서로 마음을 달래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도서관을 나와 다시 큰 길을 따르면 왼쪽으로 영암성당이 보인다. 작지만 아담한 맛이 있는 성당이다. 운치 있는 본당 건물 옆으로 돌계단 위 성모마리아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성당에서 내려와 큰 길을 건너면 왼쪽으로 공원 샛길을 만난다. 영암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영암공원4은 사방으로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공원에는 정자 하나와 3·1운동 기념비, 충혼탑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주변에는 산책로가 있어 시민들의 산책 코스로도 사랑받는다.

공원에서 바라보자 영암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야트막한 집들 사이사이로 간간이 아파트도 눈에 띈다. 그리고 시내 너머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월출산이 늠름한 자태를 드러냈다. 영암(靈巖)은 ‘신령한 바위’다.
월출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암은 산과 바다를 품은 도시였다. 하지만 대대적인 간척사업 이후 영암만 대신 드넓은 논이 바다를 대신하고 있다. 공원에서 바라본 영암의 땅은 이렇게 산과 도시, 들판이 어우러져 있었다.

▲ 매일시장에서는 매 달 5·10일 5일장이 열린다.
공원에서 내려오자 영암군청이다. 군청 앞에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영암 땅에서 꼭 맛봐야할 별미인 낙지 요리 갈낙탕과 짱뚱어탕을 내는 음식점들이 여럿이다. 중원회관, 대불식당은 군청 직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 맛집. 맛집 골목을 나오자 시내의 중심가인 중앙로다. 농협을 지나자 왼쪽으로 매일시장5이 보였다. 5·10일에 장이 서는 5일장이다. 취재진이 시장을 방문할 날은 아쉽게도 장 서는 날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문을 연 점포 몇 곳만 보일 뿐이다. 장이 서는 날이면 북적거릴 시장이 오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시장을 나와 중앙로를 계속 따랐다. 5분 여를 걷자 사거리. 오른쪽에 공설운동장6이 보인다. 인조잔디를 정성스럽게 깔아 놓은 공설운동장은 영암의 큰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평소에는 군민들의 운동 장소로 애용된다.

시내 워킹의 목적지인 공설운동장에 앉아 월출산을 바라봤다. 영암의 하루는 월출산의 풍경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 해가 뜨면 월출산도 색을 입고, 해가 지면 월출산도 어둠에 잠긴다. 한낮의 월출산은 온전한 태양의 세례를 받아 더욱 위풍당당하다. 바위는 세밀한 근육을 드러냈고, 숲은 푸른 옷을 갈아입었다. 이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매일 월출산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본다. 영험한 바위가 뿜어내는 맑은 기가 온 몸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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