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동해안 종주 Part Ⅱ
두 바퀴로 동해안 종주 Part Ⅱ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7.2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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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야영장~울진군청 167km

4대강 국토종주 vs 동해안 종주? 동해안 종주 승! 시원한 풍광과 다양한 먹거리에 두 눈과 입이 호강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눈에 띈 미비한 시설에 아쉬움도 컸다. 두 바퀴로 동해안 종주 PartⅡ. 이번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시작한다.

날씨와의 전쟁 : 미세먼지 전성시대
시작은 지난 PartⅠ.에 이어 주문진 야영장. 그런데 이게 웬걸. 여기도 하늘빛이 회색이다. 일기예보에서 동해안은 미세먼지가 없다고 했는데 또 틀렸다. 몇 주간 국내를 뒤덮었던 강한 농도의 미세먼지가 청정지역 동해안까지 점령했다. 저 멀리, 그 파랗던 동해안 수평선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미세먼지 흡입 좀 하겠네요.” “여기는 다를 줄 알았는데, 너무 심하네.” 태생부터 다른 동해안이니 그래도 기대감을 갖고, 오후 3시 출발!

▲ 동해안자전거길 출발!

▲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안내도.
3km 남짓 내려가면 주문진항. 주문진 연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고,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도 수심이 깊어 오징어와 명태, 고등어 등의 어족이 풍부하다. 그래서 그런지 각종 해산물의 짠 내가 더욱 더 코끝을 자극한다. 영동지방 제일의 어항답게 항구 역시 분주하고, 직판장과 회 센터, 식당 등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30여 분을 달리면 사천항이, 다시 20여 분 페달을 구르면 경포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이른 6월이지만 동해안 최대 해변답게 피서객들의 모습이 꽤 보인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은 느린 우체통 앞에 서 1년 후 배달되는 편지에 설렘을 가득 싣는다. 우체통 옆에는 같은 빨간색 옷을 입은 경포해변 인증센터가 있다. 도장을 꾸~욱.

해변을 뒤로 하면 경포호가 햇볕에 반짝인다. 본래 주위가 12km에 달하는 큰 호수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흘러드는 토사의 퇴적으로 주위가 4km로 축소되고, 수심도 1~2m 정도로 얕아졌다고 한다. 지금도 탁 트인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경포호지만 토사에 본 모습을 감춘 본래 경포호가 아쉽기만 하다. 호수 가운데에는 경포호에 비친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것에 비유해 이름을 지은 정자 월파정月波亭이, 저 멀리에는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가장 수려한 조망을 자랑하는 경포대鏡浦臺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이 좋은 광경을 말이야, 휴.’ 뿌연 시계가 못내 아쉽다.

▲ 경포대 방향의 울창한 송림 구간.

▲ 출발은 지난 PartⅠ.에 이어 주문진해변.

자전거길 안전?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6km를 남하하면 강릉항이 나온다. 남항진해변에서 염전해변까지, 돌아도 너무 돈다. 가로질러 가자. 으잉?! 유시진 대위가 국토종주인을 가로막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당황. “여기서… 뷜너앟하험허.” “잘못 들었습니다? 출입증이 있어야 통과하실 수 있습니다.” 군사보호구역. ‘이런, 여기서 나보고 돌아가라고? 망상해변까지 아직 35km는 남았는데 큰일이다.

‘뱅뱅뱅’ , ‘돌고 돌고 돌고’. 한 번 길을 잘못 들어서서 그런지 가다가 또 길을 잃었다. 복기해 보니 표지판도 없고 바닥에 희미한 화살표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다시 자전거길로 들어섰지만 또 뒤통수를 맞았다. 산길 구간에 아무런 표지판도 없어 큰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이번엔 시멘트공장이 가로막는다. 한 시간을 허비하고 염전해변에 다다랐다. 꽤 부리다 체력은 체력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날려버렸다.

▲ 동해안 최대 해변인 경포대해수욕장.

동해안해변을 따라 속력을 높인다. 멀리 커다란 함선이 보인다. 강릉통일공원 함정전시관. 전시에 사용되는 배는 해군의 퇴역함정 전북함으로 3,471톤급, 어마어마하다. 전북함 외에도 북한이 1996년 무장공비 침투에 사용한 잠수함과 2009년 북한 주민 11명이 귀순할 때 사용한 탈출선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정동진에 도착. 정동진을 꽤 여러 차례 찾았지만 이번만큼 감흥이 없기도 또 처음이다. 깔끔하게 꾸며놓은 모래시계공원과 저 멀리 산줄기를 넘어가며 얼짱 각도로 빛나고 있는 노을조차 즐길 시간이 없다.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꾹 눌러 찍고 바로 출발.

▲ 경포호 내 월파정과 저 멀리 보이는 경포대.

‘뭐야 이거 또.’ 차로 이동하며 매번 “대단한데”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던, 동해에서 가장 인상적인 비경을 자랑하는 썬크루즈리조트가 이렇게 배신할 줄은 몰랐다. 1km 남짓한 오르막이지만 체감은 4대강 소조령과 이화령 이상이다. 사실 이때부터 동해안 자전거길의 이미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안선을 따라 유유자적 즐기는 코스가 아니다. 여기는 강원도였다. 동해안 종주를 준비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꼭 하자. 심곡항과 금진항을 지나 옥계항까지 끼고 돌면 망상해변. 목적지가 코앞이라는 안도감도 잠시. 이 구간, 아찔하다. 자전거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공유하고 산업단지 인근이라 덤프트럭을 비롯한 차량 통행이 많다. 여기에 일부 구간은 공사로 갓길까지 없애 이 악물고 페달을 밟아야 했다. 시급히 개선돼야 할 구간. 저 멀리 망상해변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주위는 이미 어둑어둑. 저녁 8시 도착, 우선 60km 왔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 망상해변에 지난 2002년 문을 연 캠핑장으로 캐빈하우스와 카라반, 오토캠핑사이트 등이 있다. 망상해변에 가장 가까운 사이트는 불과 5m 정도로 동해안의 풍광을 즐기기에 제격. 텐트에 몸을 뉘인 여행자는 ‘철썩 철썩’ 시원한 파도소리를 자장가로 들을 수 있다. 깔끔한 화장실과 뜨끈뜨끈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샤워장도 캠퍼들에게는 최고. 다만 해안방풍림이 아닌 곳에 자리해 적은 나무그늘은 아쉽다.

▲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강릉통일공원 함정전시관.

▲ 철길 따라 정동진 라이딩.

▲ 정동진 인증센터. 썬크루즈리조트도 보인다.
오키나와는 에메랄드빛, 동해는 옥빛

둘째 날은 동해와 삼척, 임원 등을 거쳐 경북 울진까지 약 110km 코스.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 대진항을 거쳐 약 8km를 달리면 묵호항. 회덮밥을 쓱싹쓱싹 비벼 한 그릇 뚝딱.

“아, 여기 와봤다 했더니 거기구나.” “네? 오신 적 있으세요?” “지난해 울릉도로 취재를 갔었는데 여기서 배를 탔어. 기억나네.” 묵호항 여객선터미널을 본 사진기자의 말. 묵호항에서 울릉도 사동항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동해시를 관통해 동해항을 지나면 추암조각공원이 나온다. 동해시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촛대바위. 평일임에도 관광버스가 끊이질 않는다. 형형색색 등산복을 차려입은 어머님들의 발걸음이 콧노래를 타고 가볍게 움직인다. 가족여행 혹은 수학여행을 통해 언젠가 한 번쯤은 와봤을 촛대바위지만 새롭다. 기암괴석들 사이에 우뚝 솟은 이채로운 촛대바위. 골을 타고 솟아오른 바닷바람은 더위마저 싹 날려버린다.

▲ 망상오토캠핑리조트. 텐트는 블랙다이아몬드 스카이라이트와 하이라이트.

▲ 추암 촛대바위 인증센터에서 바라본 옥빛의 추암해수욕장.

▲ 동해시의 명소 추암 촛대바위. 기암괴석이 감탄을 자아낸다.
“야, 여기 좋은데요? 어제보다 날씨도 좋아졌고.” “어, 좋아 좋아.” 기깔난 풍광을 만난 사진기자의 셔터소리가 연신 흥얼댄다. 우왕좌왕해 쌓인 첫날 피로감과 고된 뙤약볕 라이딩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일찍 출발해서 시간도 여유로운데 몸 좀 담그고 갈까요?” “어어, 그래그래. 얼마든지. 멋있게 찍어줄게.” “같이 안 들어가시고요?” “카메라 있잖아. 어여 들어가 봐”라며 음흉한(?) 미소를 건넨다. ‘들어갔다간 거지꼴을 면하지 못하겠구나….’ “그럼, 음…, 자전거 계속 타실까요?(웃음)”

추암해수욕장의 바다 빛, 매혹적이었다. “물이 엄청 맑네.” “그러게요. 지난해 갔었던 오키나와 못지않은데요?” “그러니까, 오키나와는 에메랄드빛, 여긴 옥빛. 그 차이 말고는 모르겠다. 둘 다 너무 맑아.”

인증센터 위치도 굿. 4대강, 동해안 자전거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앞 추암해수욕장과 멀리 시원한 바람을 즐겼던 촛대바위와 기암괴석들이 멋진 사진의 한편을 장식했다.

▲ 동해안은 출입이 자유로운 해변도 많지만 군사통제구역도 많다.

그 어려운 라이딩을 해냅니다

삼척해수욕장을 지나 삼척항까지 약 5km 해안도로. 오르막내리막 반복이었지만 난코스는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코스와는 달랐다. 고됐는지 입에서 욕을 비롯해 이상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너무하네! 인간적으로.” 지나고 보니 이 말은 너무 일렀다.

삼척항을 지나 잠시 인간적인 자전거도로가 나왔지만 더 이상의 배려는 없었다. 삼척역 부근 오분마을회관부터 한재공원 인증센터를 거쳐 상맹방해수욕장까지 약 5km와 몇 번의 작은 언덕도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그러나 그 다음은 아니었다. 원평해수욕장부터 임원버스터미널까지 약 15km 코스. 4대강 최대 난코스로 불리는 이화령과 소조령이 2km에 한 번씩 나온다.

▲ 동해안자전거길 242km 완주 기념 스탬프.

7도 이상의 언덕이 수두룩하고 기어코 7번 국도 위로 올라 선, 절정인 ‘신남 1교’는 ‘깔딱고개’로 불리는 박진고개와도 비교 불가했다. 후에 지도를 보니 등고선이 서로 크로스 하며 아주 춤을 춘다. “이 정도면 힐클라이밍 대회 열어야 되는 거 아녜요?” “차로 가는데도 이건 아니다 싶더라. 끊임없는 언덕의 연속….” “그런데 그런 건 있었어요. 요놈이 고된 코스 뒤에 상을 줘요. 그림 같은 풍광에 시원한 바람이 주는 청량감, 피로감을 잊게 만들더라고요. 이거 뭔가 있어요. 사기 코스에요.”

늦은 점심으로 또 피로회복. 4대강 국토종주와 비교해 또 좋은 점이 바로 먹거리. 싱싱한 해산물들, 에너지로 금세 변신이다. 다리에 힘이 빠질 새가 없다. 뭐, 온 언덕만큼의 언덕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건 잠시 잊자. 고행이 아니질 않는가. 육체적으로 피로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법. 최후에는 끌바도 있다. 아무래도 연가시가 기자를 조종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임원교차로~임원인증센터~노곡교차로까지 약 5km는 오르막내리막 코스, 이어 약 8km 해안도로를 달리면 고포항이 나온다. “와우! 동해안자전거길 완주했네요.” “오~ 여기서부터는 경상북도구나.” 울진군 고포항에 왔다. 고성에서 고포항까지 242km, 동해안자전거길 강원도 구간 완주.

▲ 동해안자전거길 완주! 이제부터는 경북이다.
▲ 잔뜩 실은 캠핑 짐, 끌바도 힘겹다.

▲ 미세먼지 없는 파란 동해 하늘.

▲ 북면해변. 동해안의 파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
강원도 클리어! 이제 경북으로

동해안종주길 경북(273km)과 울산~부산(203km) 구간은 아직 개통 전. 그래도 왔으니 부산까지는 가야지? 저스트 킵 페달링!

다잡은 마음도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처음으로 끌바다. 고포마을에서 나곡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의 시작 1,200m가 오르막이다. 최대 10도가 넘는 경사도에 끌바 마저 힘겹다. 패니어에 가득 실은 캠핑 짐이 야속하기만 하다.

정상(?)에 오르니 육체적 피로는 또 싹 가시고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미세먼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골짜기 사이로 보이는 동해바다의 물결은 유독 금빛으로 빛났다.

내리막을 내려와 나곡해수욕장에 도착. 에고고. 좀 쉬자. 평상에 누워 지친 심신을 달래본다. “여기가 4대강보다 더 힘든데 왜죠? 왜 이상하게 당기는 거죠? 계속 페달을 구르게 되네요.”

구불구불한 언덕만 오르다 해안도로와 마을길을 달리니 날아갈 것만 같다. 죽변항과 봉평해변을 지나 어느새 울진군청에 도착. PartⅡ. 1박2일 167km 끝.

▲ 나곡해수욕장. 고된 라이딩 후 꿀맛 같은 휴식.

▲ 죽변항. 주변에는 ‘폭풍속으로’ 드라마세트장 등 볼거리가 많다.

epilogue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젊었을 때는 바다를,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산을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무슨, 근거도 없이’라며 듣고 흘려버렸었던 이 이야기가 이번 출장 중 문뜩 떠올랐다. 주문진부터 PartⅢ.에 이어지는 포항 호미곶까지 일주일 내내 바다를 바라봤다. 옛 사람들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했다고 하던데. 막 30줄에 접어든 기자, 앞날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산행 출장 때는 눈앞의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에 이런 생각을 잠시 잊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세대에 따른 가치관 차이, 세태를 반영한 이야기인 듯하다. 바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산은 정확한 설정에 따른 눈에 보이는 목표를 두고 한 이야기가 아닐까.

아직은 젊나보다. 한걸음 한걸음에 하루하루를 새기기보다는 저 너머에 펼쳐진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더 큰 요즈음이다. 물론 목표설정 제대로 하지 못한 철부지 아이이기도 하다.

*장비지원 자이언트코리아, 아이엘인터내셔널,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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