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다
두 여자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다
  • 이두용·이지혜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09.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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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MAMMUT ①설악산 1박 2일 종주 짐 꾸리기

설악(雪嶽, 1708m)이다. 금강산을 빼어 닮은 산세와 용모에 찾는 이의 혼을 빼가는 영산. 만년설이 올라앉은 고봉이 없는 우리 땅에서 설산(雪山)과 설봉산(雪峰山)·설화산(雪華山)으로 불리며 역사와 함께 신성하고 숭고한 정기를 이어왔다. 한라산(1950m)과 지리산(1915m)에 이어 남한의 세 번째 높이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명산.

코스가 다양해 남녀노소 찾는 이가 많다지만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설악에 겁 많은 여기자 둘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푸르름으로 오늘을 열어가는 톡톡튀는 그대들에게 설악산으로의 초대장을 선물하기 위해 선발대로 나선 그녀들. 좌충우돌이 웃음이 되고 감동이 된 현장을 소개한다.

“이왕 가는 거 설악산 가자”
설악산이다. 무려 설악산. 코스도 다양하고 힘들기로 소문난 그 설악산 말이다. ‘오르는 고통만큼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곳’이라지만, 그건 산으로 단련된 산꾼에게나 나올법한 대사 아닌가? 설악산은 우리에게 이르다. 조금만 피곤하면 대상포진에 걸리는 저질체력 선배와 산이라곤 동네 뒷산만 올라 본 <아웃도어> 수습딱지도 못 뗀 후배에게는 이르고도 남는다. 그래도 가진 거라곤 자신감이라 믿는 객기뿐. “이왕 가는 것 설악산을 가자”고 질러놓고, 뒤늦게 덜컥 겁나기 시작했다.

선배, 장부터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 준비해야 할 것은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먹을 것’. 평소 산에서 먹고 싶었던 것을 실컷 먹자. 고기는 물론 라면과 김치찌개까지. 어차피 내려올 땐 먹고 가벼워질 배낭. 어디 한 번 꾸려보자.

음식, 상비약 그리고 셀카봉
소비될 시간을 얼추 잡아보니 올라가는 날은 부지런히 걸어야 제시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겠다. 그래서 첫날 점심은 군대 전투식량으로 유명한 즉석밥으로 정했다. 대신 저녁은 후하게 먹어보자. 대피소에 있는 그 누구도 우리의 밥상을 부러워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고민 끝에 메뉴는 불고기로 정했다. 따로 양념장을 가져갈 필요가 없어 편리할 것 같았다. 쌈은 없으면 아쉬우니 가벼운 깻잎으로 만족하자. 찌개 없이 먹는 고기가 있더냐. 참치 넣은 김치찌개와 한두 가지 반찬, 즉석밥으로 저녁은 배 두드리며 먹겠구나.

나 약 사야 해, 약. 약사야 한다고. 약 없으면 나 죽을지도 몰라. 약부터 사러 가자.
응급실과 내과, 한의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선배는 설악산의 ‘설’ 자가 나오기 무섭게 ‘약’ 타령을 시작했다. 물론 약은 있어야 한다. 아프면 모든 계획이 ‘도로아미타불’이다.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먹는 근육 이완제, 바르는 근육 이완제, 찰과상 연고, 밴드, 포도당 캔디, 설사약, 발포 비타민… 옆 손님이 사가던 모기 퇴치제까지 모조리 샀다. 약사 아저씨, 그렇게까지 한심하게 볼 필욘 없잖아요.

선배 가장 중요한 걸 잊었어요.
뭐?
셀카봉이요!

두 여자의 배낭
먹을 것과 입을 것, 상비약 등 아무리 부피를 줄여본들 초짜 둘에게 배낭은 여유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준비한 두 여자의 배낭이다. 식량과 상비약, 스틱과 코펠, 버너, 물, 육포와 초코바를 비롯한 비상식, 손수건과 선글라스, 휴대전화 충전기, 지도와 셀카봉, 메모장, 카메라, 옷가지, 귀마개, 헤드랜턴 등 챙길만한 건 다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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