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산책…걷고 걸어 봄으로 가자
3월의 봄은 버스 문이 열리고 막 타려는 손님 같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오는 것은 알 것 같은. 캠핑으로 따지자면 트렁크를 열고 이제 짐을 싣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해도 좋겠다. 멀리 봄기운이 보이는 2월 말부터 3월이 되면 마음은 이미 봄밭에 간다. 개나리가 거리를 불태우기도 전 샛노랗고 새빨개진다. 봉오리가 맺힌 듯 이제 곧 터질 듯도 하다. 그럴 때 마음을 달래려 아니면 마음을 적시려 산책 캠핑을 떠나자.
진풍경의 계절에 대해서는 취향 따라 의견이 분분할 테지만 풍경은 늘 자기에 맞는 계절을 입어 제 모습을 보인다. 생명의 힘으로 잎을 떨구고 다시 꽃을 내고 잎을 내는 이 출렁이는 풍경 속으로 풍덩 몸 던지러 우리가 떠난 곳은 노루벌 야영장이었다. 야영장이라지만 실은 화장실밖에 없어 불편한 캠핑임을 감안하면 야트막한 산과 물빛을 다 품고 있는 곳이라 산책하며 도심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노루벌은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뒤편 구봉산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이정표에 나온 거리는 1km. 그러나 이정표가 세세하지 않아 양갈래길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잘못 길을 들면 탐험대가 되어 급경사로 산행을 해야 하고 아이가 있을 경우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되도록 등산 관련 앱이나 지도 앱을 보며 걷는 게 좋다. 구봉정 이정표를 따라가다 봉분을 만나게 되면 무덤 위쪽으로 올라야만 야트막한 등산로를 걸을 수 있다. 따로 표시는 없고 사람 흔적이 묻은 이 길을 걸어 오르면 산책로 코스를 만나 구봉정에 닿을 수 있다.
겨울 캠핑은 추위 걱정을 동반한다. 난로, 화롯대, 다운 침낭, 핫팩 같은 것을 챙겨 넣으며 내리막으로 치닫는 한겨울 밤 온도를 따져야 한다. 3월부터 이런 걱정은 접어둘 수 있다.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인 것이다. 낮과 밤 사이 일교차가 심한 것을 가늠해 겨울 캠핑에 약간 못 미치게 준비해가면 춥다는 느낌 없이 잘 수 있다.
어둠이 내리자 낮에 몇몇 텐트를 쳤던 무리들이 떠나고 노루벌 풍경은 우리 몫이 되었다. 졸졸 갑천을 흐르는 물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우리는 텐트 안에 난로를 켜두고 가볍게 떡볶이를 하고 만두를 구웠다. 음식을 준비해 먹다 보니 시간이 다 가버린 캠핑이 아니라 적당히 먹고 휴식을 취하러 간 캠핑답게 딸기와 과자, 간식에 가까운 음식 정도로만 요기했다. 난로를 끄고 잠이 들었을 때도 춥다는 느낌 없이 푹 잤다.
눈을 떠 밖으로 나오니 온도가 얼마나 내려갔는지 갑천은 얼어붙어 있었다. 텐트에도 서리가 내렸다. 희뿌연 아침 기운을 느끼며 여기저기 뜻도 없이 걸었다. 삶의 대부분의 발걸음은 목적을 안고 어딘가로 향하고 무엇을 얻기 위해 내딛어지지만 산책은 유일하게 목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걸음이다. 있었던 목적마저 비워내고 덜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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