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가 오른다 ㅣ 리지 클라이밍
정기자가 오른다 ㅣ 리지 클라이밍
  • 글 정진성 아웃도어뉴스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2.11.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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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를 던져라 가을이 하강한다
춘천 드름산 춘클리지…총 길이 250m, 4인 기준 4~5시간 걸려

▲ 7마디 종료 지점에서 바라본 의암호.
조망 탁월한 수도권 암릉
호반의 도시 춘천. 놀기 좋은 곳이다. MT촌으로 유명한 강촌과 낭만의 장소 남이섬, 여름이면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와 겨울이면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구곡폭포, 수도권의 명소 소양강댐 등 가볼 데가 많은 곳이다. 춘천은 강과 호수뿐 아니라 산도 유명하다. 삼악산·북배산·용화산·화악산 등 가고 싶은 산은 많지만 호수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드름산(357.4m)의 ‘춘클리지’를 찾았다.

춘클리지는 2008년 춘천 산꾼들의 모임 춘천클라이머스가 개척한 총 길이 약 250m에 7마디, 최고 난이도 5.11b급 코스로 주변 조망이 탁월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1시간 30분이면 초입에 도착할 수 있다. 특히 차를 암장 주변에 주차하고 등반을 시작할 만큼 짧은 어프로치가 특징이다. 도로에 드름산 춘클리지 이정표가 설치되어 길 찾기가 쉽다.

이번 등반에는 곽영대(원광대산악부 OB), 김지은(한국외국어대 산악부)씨가 줄을 함께 묶었다. 주차장에서 약 10분만 올라가면 1마디 출발점에 도착한다. 암장 입구에 ‘춘클리지 암벽등반 안내도’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 리지 등반은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한다.
▲ 홀드들이 크고 잡기 좋아 완력만 있으면 쉽게 등반이 가능하다.

늦가을 호수에 부는 바람이 제법 차다. 1마디에 도착했지만 어프로치가 워낙 짧은 탓에 차에서 자던 잠이 깨지 않았다. 처음 온 암장이지만 안내판 개념도에 코스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긴장감도 덜했다. 또 마디가 긴 편이 아니라 햇살에 빛나는 은색 볼트를 따라 시선을 그으면 등반 라인이 분명히 드러난다. 코스에는 직벽과 오버행이 있지만 홀드들이 좋아 등반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 춘클리지에서는 붕어섬이 한눈에 보인다.

한눈에 들어오는 의암호 풍경
김지은씨는 “등반지 바로 앞에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라며 장비를 착용했다. 1마디에서 3마디까지는 큰 홀드들 덕분에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점점 고도를 높일 때마다 의암호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건너편 삼악산도 위용을 뽐냈다. 3마디에서 약 10m 하강을 하면 넓은 터가 나와 점심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앞으로 드름산의 ‘의암 적벽’이라 불리는 4마디가 우뚝 솟아 있다. 원래 코스는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난이도 5.10b이고 왼쪽으로는 난이도 5.11b로 ‘적벽의 꿈’ 루트이다.

▲ 빌레이를 보는 동시에 자일을 잘 정리해야 등반시간이 줄어든다.
▲ 춘클리지는 의암호와 주변 산자락이 어우러진 조망이 아름답다.

취재진은 4마디 오른쪽 루트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마디와는 달리 오름짓을 할때마다 고도감이 밀려왔다. 루트 파인딩만 된다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구간이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하단에서 힘을 많이 소모했다. 개념도에는 등반 길이가 30m로 표기돼 있지만 체감 길이는 40m가 넘게 느껴졌다. 결국 상단의 홀드는 좋았으나 힘이 빠져 힘겹게 4마디 등반을 마쳤다. 곽영대씨는 “직벽 구간은 바위 색깔과 모양이 설악산 적벽처럼 생겼지만 규모가 작아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올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4마디 확보지점에 확보줄을 걸은 후 주변을 살펴보았다. 삼악산과 북배산, 의암호에 떠있는 붕어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부연 대기 너머로 희미하게 춘천 시내도 보였다. 날씨가 흐려 푸른 의암호를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 7마디 ‘책바위’ 구간에서 만난 소나무들.

4마디를 마치고 오른쪽 칼날능선을 걸어가면 5마디에 도착한다. 걷는 구간은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벨트에 연결된 카라비너를 걸어 넘어갔다. 5, 6마디는 작은 암릉과 흙길로 이어졌다. 사진촬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등반해서인지 벌써 해가 질 시간이었다. 마지막 7마디는 난이도 5.10a였으나 생각보다 쉬워 취재진 모두 속전속결로 끝냈다.

춘클리지 정상은 드름산 전망대다. 둥근 모양의 돌탑이 쌓여 있는 전망대에는 데크가 마련돼 편안하게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의암댐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하산이 끝난다. 하산 후 출발 지점으로 가다가 의암호 인어상과 김유정 문인비를 보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 4마디는 등반 길이가 30m 정도이지만 상단부에서 힘이 많이 빠진다.
▲ 고도감이 큰 4마디를 등반 중인 김지은씨.

▲ 경치 좋은 암릉에서 즐기는 리지 클라이밍은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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