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ㅣ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우스톤
Andrew’s Travel Note ㅣ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우스톤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2.10.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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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숨결 느낄 수 있는 태초의 땅

▲ 미국 4개 주에 걸쳐 펼쳐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약 9000㎢의 광대한 지역에 강과 호수, 산과 숲, 황야와 협곡, 간헐천, 온천, 폭포, 기암괴석 등이 산재하고 있다.
지금부터 140년 전인 1872년 3월 1일. 미국의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는 옐로우스톤 지역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9000㎢의 거대한 고원지대인 옐로우스톤은 전체 면적의 2/3 이상이 미국 와이오밍주에 속하며, 몬태나·아이다호·유타 3개 주에 걸쳐있다. 고산지형이지만 지표에서 약 5km 깊이에 마그마 층이 위치하고 있어서 그 영향으로 다채로운 자연경관이 펼쳐진다. 유황 등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석회암층을 흐르며 노랗게 변색된 옐로우스톤이 특징적인데 이는 그대로 지역의 이름이 되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해발고도 3000m 이상의 봉우리가 45개나 포함돼있으며 전 세계의 간헐천 중 70%에 달하는 1만 여개가 이곳에서 끊임없이 가스와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다. 간헐천은 고온의 마그마에 달궈진 지하수가 지반이 약한 곳을 뚫고 가스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자연의 분수라고 불린다.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옐로우스톤 지역의 간헐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Old Faithful Geyser이다. 1959년과 1983년에 있었던 미국 대지진 이전까진 정밀한 타이머라도 달아놓은 듯 정확히 65분 간격으로 천연분수를 내뿜었지만, 지금은 평균 69분에서 76분 사이에 한 번씩 지상최대의 분수 쇼를 보여준다. 60m 이상 높이로 지하수를 뿜어내는 양은 약 5천 갤런. 성인 남성 몸통만한 드럼통 하나가 약 50갤런의 물을 담을 수 있으니 적어도 드럼통 100개 분량의 지하수를 단번에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평균 70분 간격으로 뿜어져 나오는 지하수는 하루에 드럼통 2천개 분량이나 된다. 이 엄청난 수량을 충당하기 위해선 인근에 거대한 호수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주변은 올드 페이스풀을 감상할 수 있는 호텔과 드넓은 초원뿐이다. 아마 인간이 쉽게 상상하지 못할 규모의 지하수로가 초원 밑에 펼쳐져 있으리라.

▲ 국립공원의 랜드마크인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약 70분 간격으로 5000 갤런의 뜨거운 지하수를 가스와 함께 60m 이상 뿜어낸다.

옐로우스톤의 또 다른 장관은 수평선이 펼쳐진 거대한 옐로우스톤 호수이다. 호수의 길이만 226km. 그것도 2400미터 높은 고지대에 펼쳐져 있어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호숫가의 수많은 분화구에서 수증기가 엉켜 올라가고, 호수 안에서 우르릉 거리는 거대한 울림이 들려와 당장 수면을 뚫고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하다.

▲ 산중호수라 믿기지 않는 규모의 옐로우스톤 호수. 멀리 수평선이 보이지만 해발 2400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태초 이래 오염이라곤 모르는 이곳 간헐천의 뜨거운 물은, 그 순수함과 용솟음치는 활력으로 우리들 마음의 오욕을 단번에 씻어 주는 듯하다. 뉴질랜드 중부에도, 일본 큐슈에도, 대만 양명산에도 많은 활화산이 있고 간헐천이 있지만 이곳 옐로우스톤 국립공원만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지구를 보는 듯 대자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현대에도 우리가 이런 간헐천을 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인들의 자연보호 정신이 워낙 철저한 탓인지도 모른다. 일본이나 한국은 어느 지방에서 온천수가 솟구치기라도 하면 재빨리 상업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땅을 파고 건물을 세우기 바쁘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광대한 옐로우스톤지역을 개발해 황금의 땅으로 만드는 대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위한 국립공원으로 엄격히 관리해왔다. 매해 무수한 방문객을 맞이하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그 외곽조차도 그 흔한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나 카페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자연과 상업의 엄격한 격리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때문에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이 지금까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연은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고마운 이들에게 그 오랜 신의 Old faithful에 대한 보답으로 태초의 퍼포먼스를 우리에게 선사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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