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뛰어넘는 ‘대륙의 보물’
호랑이가 뛰어넘는 ‘대륙의 보물’
  • 글 사진·윤인혁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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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혁의 지구 위를 걷다 | ⑪ 중국 호도협 트레킹

▲ 구름 뒤로 합파설산이 보인다. 합파설산과 옥룡설산이 갈라놓은 협곡이 호도협이다.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운남성(雲南省)은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56개 민족 중 26개의 소수 민족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소수 민족의 독특한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있으며, 대륙의 변방인 만큼 오지 여행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어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달에 소개하는 호도협(虎跳峽) 트레킹 코스는 네팔 히말라야에 버금가는 풍광을 자랑하는 훌륭한 코스다. 


대한민국 면적의 약 100배에 달하는 거대한 나라, 대륙으로 불러야 어울릴 것 같은 중국(中國)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중 면적으로만 치면 러시아, 캐나다 다음으로 넓다. 인구만으로 본다면 13억 명이라는 단연코 비교할 적수가 없는 나라다. 어마어마한 인구와 그에 걸맞는 다양한 문화와 자연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졌지만 각각의 독특한 맛을 간직했기에 지구의 어떤 나라도 가지지 묘한 매력으로 세계의 여행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구름이 흐르는 곳, 운남
‘구름이 흐르는 산의 남쪽’이라는 뜻을 가진 운남성(雲南省)은 중국 서남부의 최변방으로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3개국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티베트를 맞대고 있다. 한국에서는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서 소금 카라반이 시작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운남성은 전체적으로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혹한이나 혹서 등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없어 1년 내내 여행하기에 좋은 최고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높은 운남성 북부에서 사천성 북부로 이어지는 고산지대는 겨울엔 혹한으로 인해 교통이 두절되기도 한다.

평균고도 1800m의 고산지대에 26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운남성은 각 소수민족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독특한 문화가 존재해 있고, 곤명·대리·여강·샹그릴라 등 운남성 곳곳에서 오지 여행과 트레킹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산행이 목적이 아니어도 여행지로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운남성의 간판 여행지, 여강
누군가 필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하고 물어 온다면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중국 운남성의 여강입니다.” 필자뿐만이 아니라 여강을 다녀온 여행자라면 사람과 문화, 자연이 삼위일체가 된 여강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 여강고성은 현재의 또 다른 현재다.
유네스코(UNESCO)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800여 년의 전통을 지키며 서 있는 여강고성(麗江古城),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역참기지인 속하고진, 상형문자로 유명한 동파문자, 소수민족인 나시족, 모계사회로 잘 알려진 루구호(淚沽湖), 북반구 최남단에 위치한 해발 5596m의 옥룡설산(玉龍雪山), 그리고 협곡 트레킹의 진수를 보여주는 호도협(虎逃峽)까지 여강은 소수민족과 그의 문화, 만년설산과 협곡, 중국의 역사화 문화 등 여행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빠짐없이 가지고 있고 여기에다 기후마저도 큰 변동이 없어서 1년 사계절을 두루 여행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축복받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사통팔달의 여강고성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호 감독의 명작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탄생 모티브가 되었던 여강고성의 공식 명칭은 ‘여강대연전’이다. 그러나 보통 여강고성이라고 부른다.

전통복장을 한 채 여유로이 거리를 걷는 나시족 노인과, 800여년 역사를 간직한 채 빽빽이 늘어선 전통가옥과 오래된 돌길. 그 옆을 유유히 흐르는 굽이굽이 물길, 첨단의 21세기를 빛보다 빠르게 살아가는 현재와 또 다른 현재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연히 존재 하는 여강고성.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반드시 길을 헤매게 된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고성에서 길을 헤맨다고 급해질 필요가 있겠는가. 모든 길이 통하는 사통팔달 ‘사방가(四方街)’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낮에는 고즈넉한 고성이지만, 저녁이 되면 고성 주변이 온통 붉은 등으로 밝혀진다. 멀리서 보면 몽환적인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호랑이가 뛰어 노는 호도협의 위용. 이 물이 흘러 양쯔강이 된다.

호랑이가 뛰어 넘는 협곡, 호도협
옥룡설산(玉龍雪山, 5596m), 합파설산(哈巴雪山, 5396m)의 두 만년설산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끝도 없는 협곡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진데, 협곡 사이를 호랑이가 뛰어넘는다면 이 광경을 무슨 말로 표현할 것인가? 거대한 흰 산과 협곡을 건너다니는 호랑이를 상상하며 이곳을 ‘호랑이가 뛰어 넘는 곳 호도협(虎逃峽)’이라 이름 붙인 중국인들의 상상력에 머리를 숙일 뿐이다. 이 협곡이 흘러서 나중에 양쯔강이 된다.

1년 내내 춥지도 덮지도 않지만 여강과 트레킹 코스의 해발고도가 약 1800~2500m 정도이므로 해가 지면 서늘해진다. 또한 매년 6~8월 사이의 우기에는 호도협으로 접근하는 길과 트레킹 코스 등에서 낙석으로 인해 길이 폐쇄되기도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합파설산으로 이어지는 산 둘레를 가로지르는 트레킹인 호도협 트레킹의 전진기지는 여강이다. 여강을 기준으로 보통 1박2일이 걸리나 시간이 없다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며, 길게는 2박3일까지도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호도협 트레킹이라고 불리는 1박2일 코스를 소개한다.

▲ 어찌 보면 호도협 트레킹은 나시객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도협 1박2일 트레킹
▶ DAY1
여강→차오터우(매표소)→대리반점(트레킹 시작)→나시객잔→28밴드→차마객잔→중도객잔 : 산행거리 약 16km, 소요시간 약 6~7시간

호도협 트레킹에 나서려면 여강에서 늦어도 오전 7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여강에서 매표소인 차오터우까지 차로 2시간~2시간30분 정도 걸리는데, 도로의 포장상태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덜컹거림은 감수해야 한다. 호도협의 영어명인 ‘Tiger Leaping Gorge’라는 간판이 있는 매표소에서 일인당 50위안(元)의 입장료만 내면 트레킹에 나설 준비는 끝난다. 중국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다른 산행 코스에 비해 여유 있고 조용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나시객잔까지는 등산로를 표시하는 이정표가 없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50m 정도 걸으면 산행 초입격인 대리반점이 나오며 바로 대리반점 뒷길로 오른다. 마을길이기 때문에 십중팔구 길을 헤맨다. 당황하지 말고 마을주민에게 ‘나시객잔(Naxi Guest House)’을 물어볼 것. 나시객잔 후부터는 빨간 페인트로 화살표를 표시한 이정표가 있고 등산로 또한 외길이라 마음이 편하다.

보통 나시객잔에서 점심을 먹는다. 훌륭한 마당이 있고 집안 곳곳에 정성들여 키운 나무들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간이 허락 된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도 좋다. 주인장이 직접 그린 호도협 트레킹 개념도도 얻을 수 있다.

▲ 옛날엔 말이 쉬어가던 차마객잔. 지금은 지친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었다.
나시객잔을 출발하면 악명 높은 28밴드를 올라야 한다. 스물여덟 굽이를 우로 좌로 올라야 하는데, 구름 한 점 없이 해가 쨍쨍하게 뜨는 날에 28밴드를 오르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다. 그늘이 없기 때문이다. 28밴드를 오를 때에는 숨이 차고, 힘이 많이 든다. 그래도 중간 중간 보이는 옥룡설산의 위용과 협곡의 장관이 28밴드를 올라가게 하는 추진력이 되어 준다. 28밴드 정상에 올라 선 후부터는 경사가 없는 평안한 산길을 걷게 된다. 2명이 함께 걸어도 됨직한 넓은 길과 멀리 합파설산과 반대편 옥룡설산이 좋은 친구가 된다.

목적지인 중도객잔 도착 1시간30분 전에 지나게 되는 차마객잔(茶馬客棧, Tea Horse Trade Guest House)에서 옛날 소금을 싣고 카라반을 하던 마상들이 했던 것처럼 다리쉼을 하며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누려보자.

▲ 중도객잔은 옥룡설산과 호도협을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전망과 분위기는 단연 최고다.
숙박지인 중도객잔(中道客棧, Half Way Guest House)은 숙박지의 이름이 지명으로 쓰이고 있는 경우다. 호도협을 대표하는 곳이자 호도협을 알리는 여행 안내책자에 반드시 등장하는 유명한 곳이다. 숙소의 구조는 네팔의 로지를 생각하면 되지만 기본적으로 시설은 네팔보다 더 좋다. 기본 2인1실의 방에 침대와 이불이 구비되어 있고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할 수 있다. 기와를 이고 있는 중도객잔은 무협소설의 주막을 연상 시킨다.

저녁 식사는 중국식으로 먹는다. 산속의 식사치고는 다양하고 푸짐하게 준비가 된다. 주인장에게 미리 귀띔하면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 그 위에 돼지고기 삼겹살도 구워 먹을 수 있다. 고량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는 귀족의 만찬 부럽지 않으리라.

밤이 되면 더욱 운치가 있다. 주위에 도시의 불빛이라고는 없기 때문에 검은 밤하늘에 우유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다. 2층 테라스의 흔들의자에 앉아 밤늦도록 옥룡설산과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호도협 트레킹의 보너스. 협곡에서 들려오는 물의 울부짖음을 자장가 삼아 호랑이가 넘나드는 꿈을 꾸어본다.

▲ 협곡엔 비가오지만 4000m가 넘는 산위엔 눈이 내린다.

▶ DAY2
중도객잔→티나객잔(트레킹 종료)→페리선착장→따쥐(산행 종료)→여강 : 산행거리 약 5km, 소요시간 약 2~3시간

중도객잔의 아침은 여유롭다. 협곡 사이인지라 해가 늦게 들고 선선하다 못해 춥기 때문에 아침이 늦게 시작된다. ‘쉬판’이라고 부르는 쌀죽과 중국 만두로 아침을 먹고 8시가 넘어 출발한다. 옥룡설산 뒤에서 해가 뜨기 때문에 아침 해를 바라보며 걸어야 한다. 산허리를 깎아서 만든 산길 위엔 멀리 계곡에서 물을 끌어 오는 파이프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 페리 선착장. 호도협곡을 건널 수 있는 즐거운 페리 탑승이다.

산허리를 돌아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계곡 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도로가 난 곳까지 내려오면 산행의 종착지인 티나객잔(Tina’s Guest House)이다. 티나객잔 아래로 중도협곡이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흘러간다. 시간이 된다면 티나객잔 아래로 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중도협곡 끝자락까지 다녀올 수 있다. 왕복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마을 어귀의 모습은 정겹다.
티나객잔에서 일명 ‘빵차’라고 불리는 8인승 승합차를 타고 페리선착장으로 간다. 말이 페리선착장이지 협곡 사이를 오가는 구실만 하기 때문에 아무런 시설도 없이 그저 배를 댈 만한 바위 위에서 배로 올라설 뿐이다. 배도 빈 드럼통을 엮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페리선착장이라는 근사한 이름이 낯설다.

배를 건너 마을로 올라서면 호도협 트레킹을 마무리 하는 따쥐(大具)마을에 다다른다. 작고 이쁜 마을인 따쥐에 조그마한 상점이 있다. 이곳에서 시원한 물과 맥주 아이스크림 등을 살 수가 있어서 트레킹을 마친 기념으로 조촐한 뒤풀이를 할 수 있다. 따쥐에서 여강까지 차로 약 2시간30분 걸린다.

호도협 트레킹 2박3일 코스

▶ DAY1, DAY2 호도협 1박2일 코스와 동일

▶ DAY3 중도객잔→티나객잔→우디객잔(Woody Guest House)→페리선착장→따쥐 : 산행거리 약 9km, 소요시간 약 4~5시간

중도객잔을 출발해 티나객잔에서 다시 중도협곡으로 내려서서 협곡을 본 후, 노란색 페인트로 된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중도협곡에서 약 2시간 정도 더 걸으면 우디객잔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 1박2일 코스에서 하루를 연장해 우디객잔까지의 코스가 바로 호도협 트레킹 2박3일 코스가 되는 것이다. 우디객잔에서 페리를 타고 따쥐로 나와 여강까지 이동한다.


윤인혁 | 여러 차례의 히말라야 고산등반과 100여 차례의 트레킹을 하며 세계 80여 개국을 돌아다녔다. 여행을 화두로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자유로운 여행가다.  horgalio@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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