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ㅣ 미국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섬
Andrew’s Travel Note ㅣ 미국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섬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2.08.2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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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너머로 꿈꾸던 자유

▲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홀로 떠 있는 앨커트래즈. 바다의 수온이 항상 차갑고 물살이 거칠기 때문에 탈출 불가능한 연방 교도소로 악명 높았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도심지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39번 항구를 향하면 발길은 자연스레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에 멈춰 선다. 부두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이 구역의 공기 속엔 갓 요리한 해산물의 신선한 향과 양파튀김의 고소한 냄새가 농밀하게 뒤섞여있다. 입맛을 돋우는 피셔맨즈 워프 특유의 넉넉한 향취와 여유로운 분위기에 이끌려온 관광객들로 이곳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끌벅적한 부둣가의 정취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 세상과 동떨어진 분위기의 바위섬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흉흉한 기운이 느껴지는 앨커트래즈 감옥이다. 섬 중심에 높이 솟은 위압적인 망루를 천천히 살펴본다. 그 순간 섬 저편 누군가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친 것 같다. 무너질 듯 허름한 발전소 굴뚝 뒤에도 무언가 숨어있는 듯하다. 오싹한 기분에 재빨리 망루를 다시 살펴보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 어느 수감자가 사용했을 독방. 앨커트래즈에 온 그는 이 좁은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바다 위에 고립된 앨커트래즈 섬의 음산한 기운에 놀란 듯 한 무리의 갈매기 떼가 날아오른다. 호기심에 이끌려 앨커트래즈행 여객선에 몸을 실자 감옥 섬의 부두가 무섭도록 금방 가까워진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악명을 떨치던 마피아 두목, 알폰소 가브리엘 ‘알’카포네(Alphonse Gabriel ‘Al’ Capone). 그를 포함한 수많은 흉악범들이 비통한 심정으로 앨커트래즈를 향하는 이 짧은 뱃길을 건넜을 것이다.

정확히 78년 전인 1934년 8월부터 연방교도소로 사용되기 시작한 앨커트래즈 섬은, 29년 간 약 15만 명이나 되는 중범죄자를 수감했었지만 공식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죄수는 단 한명도 없다. 탈출을 감행한 죄수들은 모두 발각돼 사살되었다. 그런 와중에 용케도 간수들의 눈을 피해 숟가락으로 감방에 구멍을 뚫고 탈출한 3인이 있지만 그들의 행적은 묘연하다. 이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전국적인 현상수배가 이루어졌지만, 탈옥 이후 그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탈옥 당시의 험한 기상조건과 수영이 불가능했을 높은 파도,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충분한 수온 등을 근거삼아 그들이 익사했을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증거인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아직까지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통제 불가능한 중범죄자들이 수감됐던 만큼 앨커트래즈 교도소 안에선 수많은 폭행과 살인사건이 있었다. 죄수들의 폭동을 제압하려던 교도관들이 불의의 습격으로 죽기도 했다. 죄수들 사이의 분쟁으로 그들 또한 끊임없이 죽어갔으니, 살아선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악마의 섬’ 앨커트래즈의 악명은 높아져 갔다.

▲ 풍화된 건물만 이곳에 사람이 머물렀음을 말해준다. 앨커트래즈 교도소는 오랜 시간 습기와 해풍에 노출된 탓에 건물의 내구성이 약해지자 감옥으로서 수명을 마치고 폐쇄됐다.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집권기에 앨커트래즈는 교도소로서 임무를 마치고 폐쇄됐다. 앨커트래즈에 수감됐던 죄인들과 그들을 통제하던 교도관들도 모두 이 섬을 떠난 이후,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현재는 캘리포니아 골든게이트 국립휴양지에 포함된 유적지로 개장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지금도 죄수들이 수감됐던 감방 앞을 지나칠 때면 창살 너머로 그들의 비통한 외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오싹한 기분을 한층 더해주는 것이 앨커트래즈의 귀신 목격담이다. 원한 깊은 이도 많았고 심심치 않게 사람이 죽었던 이 교도소에선 밤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음이 들려온다든지 교도관이나 죄수복을 입은 귀신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소문은 교도소가 운영되던 당시부터 있었다. 복역기간 중에도 잔인한 행동을 일삼던 알 카포네는 말년에 귀신에 씌웠는지 정신 나간 듯 이상한 말을 쉴 새 없이 해대며 수상한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어떤 죄수는 매일 밤 마귀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울부짖다가 어느 날 아침 자신의 감방 안에서 목이 졸려 죽은 체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덕분에 앨커트래즈를 찾는 길손 중에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영매나 오컬트 연구가들이 다수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250년 전 이곳을 탐험하던 스페인 탐험가가 처음 이 섬을 방문했을 때, 섬은 온통 펠리컨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탐험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섬의 이름을 펠리컨, 스페인어로 ‘앨커트래즈’라 명했다고 전해진다. 죄악으로 얼룩진 인간의 그림자가 자취를 감춘 뒤, 섬은 다시 펠리컨과 갈매기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인간들이 바위섬에 새겨 놓은 음침한 과거를 알기나 하는지, 해마다 새롭게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며 그들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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