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가 탄다 ㅣ 레저승마
임기자가 탄다 ㅣ 레저승마
  • 글 임규형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2.08.20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려라, 두 심장소리 하나로 울리도록
2012 전국민말타기운동…하반기 사업 8월 3일부터 시작

▲ 말에 오르고 내릴 때는 마필의 왼편에 서서 고삐와 갈기를 한손으로 틀어쥔 채 안장을 껴안듯 한 자세로 움직인다.

말발굽이 힘차게 지면을 두드리자 기분 좋은 박자가 울려 퍼진다. 거대한 동물이 달리며 만들어내는 근육의 리듬이 안장을 타고 두 다리와 양팔과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 장쾌한 운동을 쫓아 몸을 움직이면 어느새 말과 기수는 일체가 되어 달려 나간다.

KRA한국마사회가 2009년부터 추진해온 ‘전국민말타기운동’이 곧 2012년 하반기 사업을 시작한다.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말산업 포털사이트 호스피아www.horsepia.com를 방문해 참가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총 10회의 승마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 레저승마는 사람과 말이 서로의 움직임으로 대화하는 조화로운 레포츠다. 한 시간의 승마는 신체적 운동효과 뿐만 아니라 성취감 또한 대단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 유일레저타운 승마클럽은 조그마한 미니호스부터 몸무게가 1t이나 나가는 역마까지 10종의 다양한 마필을 보유하고 있다.

“겁먹지 마세요, 해치지 않아요”
승마는 사람과 말이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기승 전엔 눈을 마주한 채 교감하며, 함께 달릴 땐 서로의 움직임으로 생각을 전한다. 승마가 훌륭한 운동효과와 더불어 심리치료에도 탁월한 결과를 보이는 것은 이 같은 동물과의 정신적 교감 덕분이다.

▲ 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부착한 편자. 고정용 못이 헐거워지면 흙이나 자갈이 끼어 마필의 부상을 가져올 수 있으니 항상 신중히 살펴야 한다.

처음 말과 대면하면 큰 덩치에 겁을 먹기 쉽다. 말은 예민하고 호기심이 강한 동물이라 사람의 그런 상태를 대번에 파악한다. 마방(마구간)에 들어서는 교관의 발소리만으로 식사를 주려는 건지 운동을 시키려는 건지 의도를 알아챈다고 하니 말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그런 반면 겁도 많아서 눈앞의 사람이 긴장하면 말도 덩달아 상대를 경계하게 된다. 마필을 데리러 마방에 들어설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차분히 행동하는 것이 좋다.

▲ 승용마에 기승장비를 얹는 것을 ‘말짓는다’고 표현한다. 오른쪽부터 재갈과 고삐, 안장과 복대, 패드
▲ 말은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마필과 기수의 친화력이 높을수록 승마에 도움이 된다.

승마는 거대한 말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레포츠이니 안장을 올리기에 앞서 파트너의 기분과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주에 위치한 유일레저타운 승마클럽의 장초롱 교관이 빳빳한 솔로 말의 이곳저곳을 마사지하며 이 예민한 동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말이 어떤 기분인지 알려면 귀 모양을 보면 되요.” 기분이 좋을 땐 곧게 선 두 귀가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경각심이 들면 뒤로 돌려버린다. 화가 많이 나면 귀를 아예 양옆으로 뉘여 버린다고 한다. “재갈 물리고 안장 얹어서 말에 오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 짓는다’고 해요. 그 전에 갈기도 빗어주고 마사지도 하면서 몸에 이상은 없나 상태를 살피는 거예요. 말도 사람이랑 같아서 운동 전후에 이렇게 몸을 풀어주면 좋아해요.” 말과 쉽게 친해지기 위해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목덜미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들겨 주거나 뺨을 쓰다듬어 주면 좋아한다. 함께 운동을 한 뒤 당근 등 간식거리를 건넨다면 더욱 좋다.

▲ 탭스는 바짓단이 날리는 것을 막아 기수의 원활한 운동을 돕는다. 승마바지가 아니거나 발목이 낮은 신발을 신었을 때 착용해 보호기능도 갖는다.

“명확한 부조가 말이 말을 듣게 해요”
“워어. 워어.” 양손의 고삐를 당기며 음성부조(입소리로 말에게 명령을 전하는 신호)를 보내자 뚜벅뚜벅 걷던 말이 즉각 멈춰 선다. 다시 말을 걷게 하기 위해선 두발의 뒤꿈치로 말의 배를 세게 차며 “쯧쯧”소리를 내면 된다. 일반적인 말의 걸음속도를 ‘평보’라 한다. 속도를 더 내기위해선 전진신호를 반복하면 된다. 신호를 반복할수록 마필은 ‘좌속보’, ‘경속보’로 속도를 높여간다.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교육생 몇몇의 자세가 무너지며 전해오는 반동에 몸이 둥실 떠오른다. “경속보에선 등자를 아래로 힘껏 밟으면서 몸을 앞으로 세웠다 앉는 동작을 반복하세요. 말이 달리는 반동과 움직임의 리듬을 맞추는 겁니다!” 발굽소리가 빨라진 만큼 교관의 지시도 높고 강해진다.

▲ 원형 승마장에서 평보와 좌속보를 연습 중인 전국말타기운동 참가자들

▲ 말은 쉽게 겁을 먹거나 흥분한다. 낙마하더라도 날뛰는 말의 발굽에 밟히지 않으려면 절대 고삐를 놓쳐선 안 된다.

기수가 말 근육의 세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도 등 위에 태운 사람의 움직임을 느끼고 반응한다. 기수의 운동박자가 빠르면 자신도 더욱 속도를 내고, 천천히 움직이면 달리는 속도를 줄이며 하나가 되려 한다.

▲ “쯧쯧”혀를 차는 음성부조는 ‘앞으로 나아가라’, “워어”는 ‘멈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음성부조와 함께 적절한 행동을 취하면 마필은 기수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 마방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자신과 함께한 마필을 칭찬하고 있다.


교육생이 달리는 반동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만큼 말도 서투른 기수의 움직임에 맞추느라 안간힘을 쓴다. 평보와 속보를 병행하며 한 시간 교육을 마치자 말도 교육생도 모두 급격히 지친 모습이다. 유일레저타운 승마클럽 문상봉 대리는 “경속보는 기수가 허벅지를 중심으로 전신의 근육을 고루 사용하게 되요. 운동 강도가 높은 편이라 숙련된 교관도 연속해서 두 시간 이상 타긴 어렵다”고 말했다.

▲ 운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말들을 정렬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어린 소형마 한 마리가 완전군장을 하고 잔디밭 한가운데서 앞발이 묶인 채 벌을 서고 있다.

전국민말타기운동의 교육과정을 완료한 참가자는 승마초보 티를 면하게 된다. 이후 개인적으로 강습을 더 받는다면 곧 ‘자유승마’나 ‘외승’을 즐길 날이 올 것이다. 레저승마의 꽃인 외승은 승마장 울타리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말과 함께 달리는 것이다. 유일레저타운 승마클럽에선 인근 박달산을 달려오르는 코스와 하천을 따라 걷는 두 가지 코스를 마련해뒀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던가. 이제 엉덩이 한번 들썩여봤을 뿐인데, 임기자의 머릿속엔 벌써부터 석양을 등지고 강변을 질주하는 늠름한 자기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