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정중앙에서 즐기는 별과의 행복한 대화
이 땅의 정중앙에서 즐기는 별과의 행복한 대화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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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Night In The Campsite__part1 양구 국토정중앙야영장

▲ 국토정중앙야영장은 밤이면 수많은 별들이 불꽃놀이를 하듯 하늘을 수놓는 축제가 열린다.

천문대와 선사박물관을 연결한 1박 2일 가족 여행 코스로 좋아

국토의 정중앙에 자리한 양구는 38선에 근접한 땅이란 인식 탓에 관광이나 휴양과는 먼 동네로 취급받곤 했다. 곳곳에 자리한 군 시설과 부대 등은 양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새천년 들어 양구가 국도의 정중앙이며 선사유적지와 백자 생산지로 알려지면서 관광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천문대와 야영장, 박수근미술관 등을 연결한 투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11:10) → 춘천(12:20)식사 → 배후령(13:30) → 양구읍(14:10) → 선사박물관(14:50) → 한반도섬전망대(15:30) → 박수근미술관(16:10) → 국토정중앙야영장(16:50)도착 → 국토정중앙천문대(21:00) → 국토정중앙야영장(1박) → 방산자기박물관(12:00) → 서울


▲ 국토정중앙천문대의 800mm 주망원경을 이용해 달 표면을 관측하고 있다.

울릉도와 서해 5도를 포함한 전 국토에 동서남북으로 4극점을 잡고 중앙 위선과 경선을 교차했을 때 중점이 되는 곳이 동경 128°02′02.5″이며 북위 38°03′37.5″으로 강원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다. 양구읍에서 직선으로 6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에 양구군은 국토정중앙탑을 세우고 그 아래 국토정중앙천문대를 세웠다.

▲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이용해 맞은편에 있는 별자리 사진을 보고 있는 관측자.
2007년 5월에 문을 연 국토정중앙천문대는 별의 탄생과 소멸, 천체에 관한 다양한 사진과 모형 등을 전시해 놓았으며 달과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천체망원경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천문대 주차장 옆으로 작은 야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별자리체험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춘천과 서울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양구로 가는 길은 더더욱 가까워졌다. 

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IC를 빠져나와 60번 고속도로를 따라 미사대교를 건너지 남양주요금소다. 남양주요금소에서 춘천까지는 62km로 한 시간정도 거리다. 평일의 경춘고속도로에는 주말의 혼잡함을 느껴지지 않아 신나게 내달리는 차량의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시원함이 있기에 사람들은 드라이브라는 즐거움에 빠져드나 보다.

시원한 길을 내달려 1시간여 만에 춘천시 신북읍에 도착해 양구로 이어진 46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곧게 뻗은 곡선 도로는 양구와 춘천을 잇는 고개인 배후령 오름으로 접어들면서 급경사의 곡예 길로 변했다. 경사진 눈길이라 긴장을 한 탓에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길도 2011년 말 터널이 뚫리고 나면 양구까지는 30분면 닿을 수 있는 직선도로가 생기게 된다.

소양강 물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돌던 길이 이제는 곳곳에 터널이 뚫려 40km정도 거리로 줄어든 것이다. 배후령을 넘어선 뒤로는 터널의 연속이다. 이제는 양구도 서울에서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땅이 되는 것이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양구읍에 도착해 첫 번째 찾아간 곳은 읍 인근에 자리한 선사박물관이다. 파라호 상류인 하리의 고인돌고원에 세어진 선사박물관은 구석기 및 신석기, 청동기 유물 6천5백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내에는 다섯 곳의 전시실이 있으며 양구지역에서 발굴된 긁개와 사냥돌, 돌도끼, 농기구의 일종인 돌보습, 민무늬토기 항아리, 반달돌칼 등의 유물이 타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과 함께 전시돼 있다.

▲ 천문대 옥상에서 바라본 밤하늘 풍경.

고인돌공원까지 갖춘 양구선사박물관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각종 도구와 문명을 발달시켜 왔다. 전시관에 놓인 돌칼이나 돌도끼는 선사시대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인 것이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니 널찍한 평원에 고인돌과 움집이 이 세워진 고인돌공원이다. 황토와 갈대를 이용해 만든 움집은 시린 겨울에도 내부는 아늑하다. 집 중앙에 자리한 화로에 불을 붙인다면 이내 실내가 훈훈해질듯하다.

선사박물관 앞 강변에는 지난 2004년 양구군이 조성한 인공습지와 한반도지형의 섬이 있다. 수변공원형태로 조성한 이 습지에는 6.5km의 걷기 좋은 길이 있으며 체육시설과 편의사설이 갖춰져 있어 시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습지 주변을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 곳곳에는 체육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양구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된 것이다.

▲ 국토정중앙야영장에서 나와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만나게 되는 국토정중앙탑.
산책로를 둘러본 후 습지에 조성된 한반도 지형을 조망하기 위해 한반도섬전망대를 찾았다. 양구읍 동수리 산1-1번지인 동수고개 위에 자리한 전망대는 팔각형의 정자로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도 있어 인공습지 외에 양구읍 주변의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멀리 굵은 산자락을 이룬 북쪽 땅 너머로는 38선을 지나 혹한의 땅 이북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의 아픔은 이제 6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변함없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다.

전망대가 주는 조망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양구군 정림리의 박수근미술관을 찾았다. 단순한 형태와 선을 이용한 그림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부각시키고, 서민의 일상적인 삶을 강직하면서도 소박하게 표현해낸 그는 이제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꼽히고 있다. 생가 터에 자리한 전시관 내에는 박수근 화가의 습작 작품들을 비롯해 그의 손때가 묻어나는 유품, 사진, 편지, 메모, 스크랩북, 자녀들을 위해 직접 그린 동화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1층 전시관에 전시된 습작들 중에는 <나무와 사람들>의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습작을 비롯해 소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 나무 판화까지 다양하다. 특히 전시관 입구에 전시된 작품 <굴비>는 작품 가격이 10억이나 된다고 하니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미술관을 나와 습지 변에 조성된 레포츠공원을 찾았다. 체육관과 테니스장, 야영장까지 갖춘 레포츠공원은 여름철에는 야외수영장도 운영하며 캠퍼들을 위해 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까지 갖추고 있다. 따뜻한 봄이 되면 캠핑을 즐기며 인공 습지와 선사박물관 등을 연결한 1박 2일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후 4시, 기울어져 가는 오후 햇살을 따라 남면 도촌리에 자리한 국토정중앙천문대로 향했다

▲ 양구의 겨울은 특히 춥다. 겨울철은 화장실과 취사장의 물은 단수하기에 천문대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옥까지 깔린 국토정중앙야영장 캠프사이트
천문대 주차장 옆에 자리한 국토정중앙야영장을 뒤덮은 눈을 쓸어내고 나니 백옥을 깐 사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27개의 사이트가 갖춰진 야영장에 거실형 텐트인 콜맨의 웨더마스터 2룸 하우스를 폈다. 공기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벤틸레이션 시스템을 갖춘 웨더마스터 2룸 하우스는 거실과 침실공간이 구분된 텐트다. 또한 3면에 출입구가 있어 출입도 쉽다.

바람을 막아줘 아늑함이 느껴지는 텐트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몸을 녹여줄 불을 붙였다. 나무의 톱밥을 이용한 ‘에코 로그’의 불길이 이내 텐트 안을 밝혀준다. 화롯불에 젖은 양말을 말리고 젖은 신발을 세워두었다. 예전 겨울철 석유난로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가끔 죽은 나무로 모닥불을 피우거나 석유버너를 켜 젖은 등산화를 말리곤 했다.

달이 밝아질수록 밤하늘의 별은 달빛에 가려 힘을 잃게 된다. 때문에 은하수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 달빛이 내리지 않는 삭망이거나 네온사인의 빛이 차단된 산 속 깊은 곳을 찾아야 하는 법이다. 9시가 다돼 천문대에서 운영하는 관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화로를 덮고  천문대를 찾았다. 1년 내내 진행되는 천문관측 프로그램은 직접 달의 표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천문대로 들어서 별에 관한 영상을 감상한 후 2층 옥상으로 나가, 본격적인 별자리 찾기에 나섰다.
겨울철 밤하늘에서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은 ‘카시오페아’로 커다란 더블 유(W)를 찾으면 된다. 별자리를 설명해주는 천문대장의 안내에 따라 우선 ‘카시오페아’를 찾은 후, W자의 양끝에 자리한 두 별자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정반대편으로 일직선을 그어 ‘오리온’자리를 찾았다.

▲ 천문관측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오리온성운의 운하를 관찰하고 있다.
겨울철 가장 화려한 별자리 중 하나인 오리온자리는 큰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화려해 이내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 겨울철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는 이 외에도 쌍둥이자리,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등 다양하다. 이어 눈으로 본 별자리 중 오리온자리를 천체망원경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화려한 별은 태양보다 70배나 큰 베텔기우스로 적색거성이다. 망원경으로 본 오리온자리는 가스가 둘러쳐진 안개 낀 성운의 모습이다. 아르테미스의 간청에 의해 겨울철 가장 밝은 별자리가 된 오리온자리는 달이 나온 밤에도 잘 보인다.

망원경을 이용해 오리온자리를 살펴본 후 주관측실에 있는 800mm 구경의 주망원경을 이용해 달 표면을 관측하기 위해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돔 형태의 천장이 열리자, 머리 위로 밝은 별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천문대장의 설명에 따라 망원경에 눈을 붙이자 떨어진 운석에 파이고 깎인 달의 표면이 눈에 펼쳐졌다.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달의 모습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신비감과 함께 이 넓은 우주에 대한 웅장함에 인간이란 존재의 나약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지구 역시 밤하늘의 떠 있는 수많은 별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은 욕심과 집착에 빠진 우리의 삶을 되새기게 만든다. 각자의 위치와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별들의 모습은 욕심을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이 빛을 발하듯이 양구의 밤은 깊어질수록 추위만 간다. 모닥불 앞에 바싹 다가가 언 몸을 녹이다. ‘아!~~~ 정말 춥다.’

 

국토정중앙야영장

▲ 국토정중앙야영장은 천문대의 관측 체험은 물론이고 양구의 각종 볼거리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양구군이 지난여름 조성한 국토정중앙야영장은 양구군 남면 도촌리 국토정중앙천문대 옆에 자리하고 있으며 27개의 캠프 사이트가 조성돼 있다. 야영장 내에는 화장실 2곳과 취사장 2곳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전기시설은 사용할 수 없다. 겨울철에는 수도관의 동파를 고려, 취사장을 단수해 천문대 내에 자리한 화장실과 수도관을 이용해야 한다.

야영장 옆에 자리한 천문대는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다채로운 천문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주에 관한 동영상 감상은 물론이고 저녁 시간에는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직접 별과 달을 관측할 수도 있다. 또한 인근에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국토정중앙탑까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지역은 군사시설이 많은 관계로 평일이나 겨울철에는 국토정중앙천문대나 양구군청 기획실로 야영 가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야영료는 1일 3천원이며 국토정중앙천문대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2천원 등이다. 여름철에는 분수대와 놀이시설을 개방해 아이들과 피서를 즐기기에도 좋다. 다만 야영장 내에 나무그늘이 없어 여름철 타프는 필수다. 샤워장은 추후 건립 예정이다.

▶문의 033-480-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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