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에 몸 맡기고 바람에 마음을 띄워 자연과 하나가 되다(1)
여울에 몸 맡기고 바람에 마음을 띄워 자연과 하나가 되다(1)
  • 글 이철규 기자
  • 승인 2011.06.2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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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카약과 캠핑①_홍천강 카약 투어

투어링 카약은 물살에 몸을 맡기고 수면의 높이에서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아웃도어다.

패들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카약은 속도와 빠르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하고 결국에는 자연의 일부가 되게 한다. 국내 오토캠핑장의 경우 대부분이 강과 계곡을 끼고 있는 만큼 캠핑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로 투어링 카약만큼 좋은 것도 없다.


▲홍천 모곡의 밤벌 강변에 카약을 세우고 밤하늘을 이불삼아 포근한 잠자리를 마련했다.
홍천에서 시작해 양평을 거쳐 북한강에 합류하는 홍천강은 반곡과 모곡, 개야리 등의 놀기 좋은 유원지와 피서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강가 주변으로 깎아지른 뼝대를 형성해 풍경 좋은 사진 포인트들도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많은 캠퍼들이 홍천강 인근의 캠프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주말이면 카약이나 카누 같은 물놀이를 즐기곤 한다.

카약은 급류에서 즐기는 급류형 카약을 비롯해 바다에서 즐기는 항해용 카약, 호수나 강가에서 즐기는 투어용 카약, 정해진 코스를 빠르게 달리기 위해 개발된 정수용 카약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투어링 카약은 다시 조립식인 폴딩 카약과 일체형인 콤퍼지트 카약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폴딩 카약은 쉽게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차 트렁크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과 빠른 시간 내에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급류 카약과 달리 선체 양쪽에 공기 튜브가 들어 있어 배가 뒤집힐 염려가 적으며 초보자도 기초적인 교육만 받으면 쉽게 카약을 즐길 수 있다.

폴딩 카약은 배의 뼈대라 할 수 있는 프레임과 이를 감싸고 있는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구성된다. 프레임은 나무나 유리 섬유인 파이버글라스,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어져 가벼우며 선체를 이루는 폴리에스테르는 가볍고 마모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 카약을 정비하고 강변에 1~2인용 니모 텐트를 쳣다. 가벼운 니모 텐트는 백패킹이나 카약 캠핑에 좋은 장비다.

홍천강의 카약 투어는 강변으로의 접근이 쉬운 굴지리나 노일리, 개야리 강변에서 시작해 중간 지점인 밤벌유원지나 반곡유원지 오토캠핑장에서 1박을 한 후, 강이 주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고속도로에서 접근이 쉬운 마곡유원지까지 내려가곤 한다.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차량들로 인해 토요일 아침 경춘고속도로는 다소 혼잡하기만 했다.

국내에 투어링 폴딩 카약인 후지타카약을 공급하고 있는 은성통상의 조구룡 사장을 만나 정오가 지나 홍천강의 팔봉리 강가에 도착해 폴딩 카약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배낭에 들어있던 카약 부품들을 꺼내 한 대의 배를 조립하는 데는 15분 정도면 충분했다. 조구룡 사장이 나무와 파이버글라스로 이루어진 프레임을 조립해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선체 포에 끼워 넣었다. 선체의 안쪽에 튼튼한 뼈대라 할 수 있는 프레임을 넣고 나니 완벽한 배 한척이 모습을 드러낸다.

▲ 모닥불에 라면을 끓이고 대파를 익혔다. 불에 살짝 구운 대파는 고소하고 담백하다.
팔봉리 강가에 카약을 띄우고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따스한 늦봄이주는 포근함에 안겼다. 패들을 젓는 순간 카약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예전 한량들이 즐기던 뱃놀이는 아니지만 물살에 몸을 맡기고 나니 바람에 일렁이는 배와 함께 하나가된 느낌이다.

여인의 손길마냥 부드러운 바람과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물결이 부드러움으로 다가와 구절양장 휘돌아가는 풍경과 어우러져 상춘객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카약의 장점이라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수면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강변의 풍경이다. 한쪽의 풍경만을 감상하던 강변 풍경과 달리 카약에서 보는 풍경은 수면의 시각에서 보는 즐거움이다.

녹음으로 물들기 시작한 산자락을 감상하던 여유로움은 여울이 주는 롤링으로 이내 긴장감으로 바뀐다.

특히 요란한 굉음과 함께 포말을 그리며 부딪쳐 오는 여울의 물살은 두려움과 함께 하나하나를 넘을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쾌감 때문에 사람들은 카약을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지 모른다. 팔봉교를 지나 8개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솟아 있는 팔봉산을 에돌아가는 물길은 정말 홍천의 명경 중 제일이라는 칭찬을 들을 만하다. 늦봄 산행에 나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뒤로하고 밤벌오토캠핑장에 이르렀다.

강변에는 주말 캠핑을 나온 캠퍼들의 다양한 텐트들이 눈이 띈다.

팔봉산 일원과 밤벌유원지 일원은 여름철이면 피서를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5월이과 그런지 연휴를 맞아 캠핑을 나온 한 가족과 골수 낚시꾼들이 자리 잡았을 뿐이다. 밤벌을 지나 반곡리로 접어들어 첫 번째 작은 여울을 만났다.

반곡교를 지나 강물의 폭이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물살이 세진 것이다. 그나마 지난 주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신 덕에 여울을 통과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카약 투어 중 하룻밤을 보내기 좋은 밤벌유원지


▲ 피크파크의 작은 화로에 피운 모닥불은 밤새 차가운 몸을 녹여주었다.

반곡교를 지나자 강 중앙에 널찍한 모래사장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날씨만 좋다면 강 중앙에 자리한 섬 위에서 멋진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별이 반짝이는 강가에 자리 잡고 앉아 모닥불에 의지해 자연과 나누는 대화는 아웃도어 마니아들만이 즐길 수 있는 혜택이다. 특히 강물이 전해주는 다양한 심포니를 들으며 은하수가 흐르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즐거움은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반곡교를 지나 홍천강 물줄기를 따라 춘천군 남산면 통곡리로 접어들었다. 홍천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춘천의 남산면을 거쳐 다시금 홍천의 서쪽 자락인 개야리로 들어서며, 구절양장 휘돌아가는 홍천강의 풍경은 이곳에 접어들면서 절정에 달한다.

좁아졌던 강폭은 다시금 나래를 펼치며 넓어지고 이내 한덕교를 지나게 된다.

강 하나를 두고 오른편은 춘천시 남면 , 왼편은 홍천군 서면으로 나눠지며 강가를 따라 뼝대를 이루고 있다. 패들이 만들어낸 물살에 놀란 비오리와 물새들이 푸드덕 날갯짓을 한다.

▲ 후지타카약의 폴딩 카약은 분해 조립이 가능해 차 트렁크 안에 넣고 다닐 수 있다.

이제 막 산란을 마쳤을 놈들이게는 지난겨울 편안하고 고요했던 이 땅에 정적을 깬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강가를 따라 이어진 산자락의 풍경은 ‘이젠 봄이 없이 바로 여름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푸릇푸릇하다.
불과 한 주 전만해도 아직 이른 봄의 모습을 간직하던 산자락이 어느 샌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셈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찾아갈 자리를 찾아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를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연이 아닐까 싶다. 계절은 시기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날 줄 알며 나무는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이웃을 위해 자리를 양보할 줄도 안다.

한덕교 아래로 들어서자 시원한 물소리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홍천강 제일의 여울로 길이도 가장 길고 울렁이는 물살의 높이도 높다.

후지타카약의 조구룡 사장을 선두로 서서히 물살로 들어섰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카약의 롤링이 심해지면서 제법 강한 물살이 들이치기 시작한다. 그저 강물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하던 여행가에게 이 롤링은 비로소 카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선물이다.

▲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강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오후의 금빛 물살은 카약커를 부드러운 손길로 안아주었다.
여울을 통과하고 나니 다시금 물살이 잔잔해진다.  모곡의 밤벌 강변 초입에 카약을 세우고 어둡기 전에 텐트 사이트를 구축했다. 출발 시 카약의 안쪽에 넣어두었던 방수포에서 백패킹용 소형 텐트를 꺼내, 강변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텐트를 펼친 후, 든든한 뼈대가 되어 줄 폴을 끼워 넣었다.

얇은 천이라고는 하지만 이 하나의 천이 지닌 힘은 정말 대단하다. 1kg정도에 지나지 않은 장비지만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이고 바람과 비까지 막아주니 말이다.

텐트를 치고 피크파크에서 출시한 백패킹용 테이블과 화로를 이용해 멋진 하룻밤을 보낼 공간을 마련했다. 일반 오토캠핑과 달리 카약 투어를 위한 캠핑은 카약에 모든 짐을 넣어야 하는 만큼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피크파크가 출시한 라이프테이블은 테이블의 상판을 천 소재로 만들어 말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무게도 1kg이 안될 만큼 가볍다.

여기에 불에 타지 않는 방염소재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화로는 작은 주머니 하나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다.

밤이 깊어갈수록 물은 춤을 추기 시작하고 별은 더욱더 빛을 발한다. 문명의 이기를 벗어던진 캠핑은 보는 것과 듣는 것에만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시각과 청각이 주는 1차원적인 세상을 너머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준다. 강변에 떨어진 죽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화로에 얹고 불을 붙였다.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선선한 강바람을 친구삼아 오래된 친구처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끊임없는 생명의 물길을 흘려보내는 강물처럼 사람들도 잃어버린 시간들을 만회하기 위해 늘 생명의 추억들을 만들며 살아간다.

홍천강 최고의 풍경은 배바위와 팔봉산 일원


▲모곡 강변으로 들어서기 전에 만난 급한 여울. 여울이 주는 롤링은 긴장감과 더불어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아침의 찬바람이 제법 써늘한 느낌이 들었는지 침낭을 꼭 품고 자다보니 온몸이 뻐근하다. 산자락 너머로 이제 막 얼굴을 내민 햇살이 없었다면 아침에도 추위에 떨었을지 모른다.

강물에 반사된 부드러운 햇살이 따스하게 텐트와 카약을 비춰 준다. 라면에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금 물길여행에 나섰다.

밤벌 강변에서 배를 띄워 종착 지점인 마곡으로 향했다. 강변에 조성된 널찍한 모래사장을 끼고 한참을 돌아 내려가 뼝대가 주는 풍경이 아름다운 배바위 앞에 닿았다. 배의 모양을 닮아 ‘군함바위’라고도 불리는 배바위는 소남이섬의 끝에 솟은 기암이다. 특히 바위와 어우러진 긴 뼝대와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물이 없을 때는 배바위와 소남이섬이 연결돼 바위에 오를 수도 있지만, 지난주에 내린 비 탓에 강물의 수위가 높아져 바위로 가는 길이 사라졌다.

▲ 카약의 즐거움은 강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수면의 눈높이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일 것이다.
홍천강 카약 투어 중 캠핑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소남이섬은 남이섬을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작기 때문이다.
예전 농사를 짓는 지역주민들만이 찾아오던 소남이섬이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오프로드 동호인들에게 의해서지만 이제는 카약이나 한적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있다.

거칠게 불던 아침의 바람이 잦아들면서 쪽빛의 물결은 잔잔하기만 할 뿐이다. 카약에 몸을 맡기고 강의 고요함을 깨우는 패들링도 멈췄다.

그저 흔들리는 배에 몸을 맡기고 서서히 몸을 젖혀 뒤로 누웠다. 파란 하늘과 마주한 채 아무런 생각 없이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차량의 소음과 도심의 번잡함이 없는 강에는 그저 물소리만 울릴 뿐이다.

소남이섬을 지나 갈대밭이 섬 전체를 둘러싼 작은 섬을 오른편에 끼고 내려오니 경춘고속도로 밑으로 충의대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곡유원지에 도착해 카약을 강변에 붙이고 패들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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