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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 ② 응봉산 트레킹
울진 - ② 응봉산 트레킹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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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도 날카로운 매의 품 속

▲ 매끄러운 암반 사이를 흘러 내려오는 용소폭 정면 모습.
옛말에 울진을 가리켜 “등허리 긁어서 안 닿는 곳”이라 했다. 그만큼 가기 힘든 곳이라는 소리다. 고속도로는 물론 널찍한 4차선 국도가 대한민국 곳곳을 지나는 21세기에도 울진은 여전히 교통의 오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소문 없는 곳에 숨겨진 비경이 많듯, 울진에는 골짜기가 맵고 짠 심산유곡이 많다. 응봉산(應峰山, 998.5m)도 그 중 하나다.

온정골·용소골·폭포골·재랑박골·갱이골·삽십골…. 응봉산은 깊고 아름다운 골짜기를 여럿 품고 있어 여름철 산행지로 제격이다. 더구나 산자락 밑에 덕구온천은 산행 후 뜨끈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덕구온천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계곡에서 저절로 솟는 자연용출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온천이다.

온정골 원탕에서 뿜어 나오는 약 42℃의 온천수는 4km 길이의 원통관을 타고 아래쪽의 덕구온천으로 내려온다. 땅속에서 마그마가 따끈하게 데운 온천수는 당연히 수질도 좋을 수밖에 없다. 칼륨·칼슘·중탄산나트륨 등 몸에 좋은 광물질이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는 피부병과 신경통·근육통에 효과가 좋다. 산행 후 피로에 지친 몸을 나른하게 풀어주기에는 그만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응봉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덕구온천을 들머리 삼아 정상에 오른다. 산행 후 온천은 보너스인 셈이다. 취재팀도 덕구온천을 출발해 옛재능선길을 타고 정상으로 올라 온정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 계획을 세웠다.

한없이 유순한 옛재능선길

▲ 온정골에는 외국의 유명 다리를 본 따 만든 다리가 무려 13개다. 하산중 만난 첫 번째 다리 포스교.
응봉산 동쪽 산사락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2개다. 하나는 옛재능선길을 따라 1헬기장~2헬기장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또 하나는 온정골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다. 일행은 옛재능선길로 정상에 올라 온정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온정골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산행에 불편함은 없지만, 계곡에서 정상으로 치고 오르는 능선길이 상당히 가팔라 하산로로 삼는 것이 좋다.

정상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벽산덕구가족콘도를 기준으로 갈라졌다. 콘도를 지나자마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든 후 100여m를 올라가니 산불감시초소다. 옛재능선길 산행이 시작되는 들머리다.  산불감시초소의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능선길로 올라섰다.

사슴처럼 순하다는 옛재능선길은 처음부터 부드러운 산길로 산행객들의 발걸음을 부추겼다. 가쁜 숨 한 번 내쉬지 않을 만큼 등산로가 온순해 쉬엄쉬엄 걸어가기 좋은 길이다. 누가 다듬기라도 한 듯 널찍하고 뚜렷한 등산로 주위로 응봉산이 자랑하는 멋진 소나무숲이 이어졌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상이라도 하듯 고고한 자태가 청량감을 더해줬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등산로를 따라 45분을 걸어가니 1헬기장이 나타났다.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싶지만 우거진 숲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았다. 매의 형상이라는 응봉산 정상만 간신히 보일뿐이다.

▲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남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과 지맥들이 한 눈에 조망된다.
응봉산은 ‘매 응(應)’자에 ‘봉우리 봉(峰)’자를 쓴다. 울진에서 바라보면 산의 형태가 매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옛날 울진 조씨가 매사냥을 하다 잃어버린 매를 이 산에서 찾은 이후 응봉산이라 불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울진 사람들은 응봉산을 가리켜 매봉이라고도 한다.

1헬기장에서 다시 길을 나섰다. 여기부터 숲은 더욱 짙어지고 등산로도 조금씩 가팔라졌다. 50여 분 더 걸어가니 2헬기장. 아스팔트가 깔린 헬기장에서 바라보니 정상이 코앞이다. 헬기장을 지나 300m를 올라가니 등산로는 응봉산 북서능선 바로 밑에서 평행을 이루며 정상으로 이어졌다. 이 길을 따라 20여 분 더 걸어가니 정상이다.

온정골, 세계 유명 다리 본뜬 13개 다리
정상에 서니 다소 싱거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느 암봉들처럼 아슬아슬한 정상의 묘미 대신 헬기장과 정상비만 산행객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만큼은 훌륭하다. 북으로는 재량박골이 길게 패여 발 아래 있고, 동으로는 덕구온천과 바다가 한눈에 조망됐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름난 용소골 너머로 백병산·면산·묘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흐름이 장쾌하다. 겹겹이 쌓인 산세가 마치 파도가 물결치듯 굽이굽이 넘실대고 있었다.

정상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헬기장 옆 ‘덕구계곡·노천탕’ 방면 이정표를 보고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 비석 동쪽 5m 앞에서 남동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다. 처음부터 급경사가 이어지는 하산로는 걷기가 만만치 않았다. 쭉쭉 미끄러지는 흙길도 걸음을 자꾸만 방해했다. 1시간을 넘게 걸어도 계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긴 능선길이다. 이 등산로로 정상에 올랐으면 깨나 고생했을 듯싶었다.

▲ 원탕에 조성돼 있는 족욕탕.
가파른 능선길을 1시간30분가량 내려오니 드디어 온정골. 계류 소리만으로도 더위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다슬기를 한 번 삶아 낸 듯한 청록빛 계류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능선과 온정골이 만나는 지점에는 영국의 포스교를 본 떠 만든 다리가 있다. 온정골에는 포스교를 비롯해 세계의 유명 다리 13개를 축소해 만들어 놓았는데, 계곡을 건널 때마다 나타나는 다리를 유심히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포스교에서 계곡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가니 원탕이다. 고려 말기에 사냥꾼들이 발견했다는 원탕은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온천이다. 이제 원탕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는 없지만 대신 족욕탕이 조성돼 산행에 지친 발에 피로를 풀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원탕 맞은편으로는 응봉산의 여산신령을 모신 산신각도 보인다.

온정골 백미, 용소폭과 선녀탕

▲ 효자샘에서 기도하고 있는 산행객들.
원탕에서 내려와 철다리를 건너 하산로를 따랐다. 30여 분을 걸으니 온정골의 백미인 용소폭 일대다. 용소폭은 수백 년간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응봉산 산신령의 도움을 받아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크네이교에서 바라보니 백색 암반 지대에 용이 꿈틀거리고 지나간 흔적이 뚜렷하다. 더구나 굽이치는 암반의 형태는 어찌나 매끈거리고 단정한지 조각칼로 잘 깎아 놓은 듯했다.

눈을 떼기 힘든 절경을 두고 돌아서는 길, 완만한 계곡길이 산행에 지친 몸을 달래준다. 빼곡히 들어찬 원시림과 험준한 협곡을 품은 응봉의 산자락. 때로는 사람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고, 때로는 수려한 절경을 뭇사람에게 보여주는 곳. 깊고 깊은 울진에 숨은 응봉산은 고립이 빚은 순수함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응봉산 트레킹

응봉산(998.5m) 트레킹은 산 동쪽의 덕구온천에서 시작한다. 덕구온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두 곳으로, 옛재능선길을 따르는 등산로와 온정골을 따르는 등산로다. 온정골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길어 하산로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벽산덕구가족콘도를 지나면 도로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로 접어들어 100여m 올라가면 왼쪽의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능선을 따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불감시초소 바로 밑 왼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온정골로 정상을 오르려면 벽산가족콘도 주차장을 지나 산불감시초소 뒤로 난 등산로로 들어서면 된다.

덕구온천~옛재능선길~1헬기장~2헬기장~정상~온정골~덕구온천 코스는 총 13km로 산행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아이들이나 노약자와 함께 가볍게 산행하려면 덕구온천에서 온정골로 들어서 원탕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코스는 총 5.5km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서울→덕구온천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덕구온천행 버스가 매일 2회(09:34, 14:14) 운행한다. 4시간10분 소요, 요금 2만4000원.
덕구온천→서울 덕구온천호텔에서 서울행 버스가 매일 2회(10:50, 17:40) 운행한다. 4시간10분 소요, 요금 2만4000원.
울진→덕구온천 울진버스터미널 앞에서 덕구온천까지 시내버스(054-783-4141)가 매일 13회(07:05~20:10) 운행한다. 30분 소요, 요금 3000원.
덕구온천→울진 덕구온천호텔 앞에서 울진까지 시내버스가 매일 12회(05:50~18:25) 운행한다. 30분 소요, 요금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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