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19
정선에 내려 온 지 5년째, 그간 다슬기 잡는 분들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직접 잡아 본적인 없는 서울 촌색시인 저인지라, 다슬기 주우러 가면서 물에 들어가면 추울까봐, 서울서부터 가지고 와서 고이 모셔둔 스쿠버 다이빙 슈트입고 물안경을 챙기고, 발에 신는 오리발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도 하고, 난리법석을 떨며 나름 한창 준비를 하는데, 같이 동행하기로 한 동네 분이 제가 챙기는 어마 어마한 장비들을 보고는 “다 필요 없다”며 동네 철물점에서 파는 다슬기 잡이용 도구나 사가지고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입고 있었던 스쿠버 다이빙용 슈트를 벗어 던지고, 동네 철물점에서 다슬기 잡이용 도구를 3000원에 두개 구입해 잔뜩 긴장한 채로 동강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물에 들어 가보니 스쿠버 다이빙용 장비를 안 가져오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장비를 챙겨서 왔다가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 도움은 하나도 안 됐을 거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일단 다슬기를 잡기 위해 물에 들어가서 가지고 간 다슬기 잡이용 도구로 물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다슬기가 물속 바위 위에 마치 자그마한 돌조각처럼 붙어있어 그냥 손으로 다슬기를 주우면 되는 쉬운 일이었습니다. 얕은 물에서 잡은 다슬기는 껍질의 색이 약간 고동색을 띠지만, 조금 깊다 싶은 물에서 잡은 것은 약간 더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암다슬기는 길쭉하고 숫다슬기는 약간 끝이 뭉툭하다는 동네분의 설명을 들으며 차갑지 않은 동강을 물을 거스르며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두 시간 넘게 동강 물속을 허부적 허부적 아쿠아 워킹을 한 결과, 무릎도 아프고 허벅지도 뻐근하고 허리도 쑤시고 온몸이 천근만근이 되면서 잡은 다슬기는 약 2킬로그램 정도. 두 사람이 고생한 것치고는 적은 양이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모래 속에 숨어 있던 다슬기들이 모래 속에서 나와 자기들 세상인양 돌아다닌다는데, 우리가 동강 변에 나간 시간이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이어서인지 여러 걸음을 걸어야 한 개를 주울 수 있을 정도로 다슬기 줍기는 수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권혜경 | 서울서 잡지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4년 3월 홀연히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기슭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서울내기 여인. 그곳서 만난 총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산골 이야기가 홈페이지 수정헌(www.sujunghun.com)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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