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골뱅이국 맛좀 보실래요?
곤드레 골뱅이국 맛좀 보실래요?
  • 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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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일기 19

6월도 어느덧 중반에 접어든 이 산골의 최고 기온이 영상 29도였습니다. 날이 더워지면 물가에서 노는 일이 제일 재미나는 법이라 오늘 더운 날씨를 핑계로 동강 변에 나가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정선에 내려 온 지 5년째, 그간 다슬기 잡는 분들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직접 잡아 본적인 없는 서울 촌색시인 저인지라, 다슬기 주우러 가면서 물에 들어가면 추울까봐, 서울서부터 가지고 와서 고이 모셔둔 스쿠버 다이빙 슈트입고 물안경을 챙기고, 발에 신는 오리발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도 하고, 난리법석을 떨며 나름 한창 준비를 하는데, 같이 동행하기로 한 동네 분이 제가 챙기는 어마 어마한 장비들을 보고는 “다 필요 없다”며 동네 철물점에서 파는 다슬기 잡이용 도구나 사가지고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입고 있었던 스쿠버 다이빙용 슈트를 벗어 던지고, 동네 철물점에서 다슬기 잡이용 도구를 3000원에 두개 구입해 잔뜩 긴장한 채로 동강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물에 들어 가보니 스쿠버 다이빙용 장비를 안 가져오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장비를 챙겨서 왔다가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 도움은 하나도 안 됐을 거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간 봄 가뭄이 심했던 탓인지 동강의 물높이는 제 무릎 정도 오는 참으로 만만한 높이였고, 수온도 아주 따뜻해서 반팔 티셔츠 차림에 반바지를 입고 물에 앉아 있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참으로 행복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다슬기를 잡기 위해 물에 들어가서 가지고 간 다슬기 잡이용 도구로 물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다슬기가 물속 바위 위에 마치 자그마한 돌조각처럼 붙어있어 그냥 손으로 다슬기를 주우면 되는 쉬운 일이었습니다. 얕은 물에서 잡은 다슬기는 껍질의 색이 약간 고동색을 띠지만, 조금 깊다 싶은 물에서 잡은 것은 약간 더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암다슬기는 길쭉하고 숫다슬기는 약간 끝이 뭉툭하다는 동네분의 설명을 들으며 차갑지 않은 동강을 물을 거스르며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다슬기를 이 산골에서는 ‘골뱅이’라고 부르는데, 이외에도 고동·우렁이·달팽이 등 껍데기 속에 들어 있는 연체동물들은 다 골뱅이라고 통틀어 부르고 있는 듯싶더군요. 어쨌든 이곳에서는 다슬기를 푹 삶아 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산에서 나는 곤드레 나물을 넣고 국을 끓여 먹습니다. 작년에 아는 분 댁에서 곤드레 골뱅이국을 맛본 적이 있는데, 충청도에서 올갱이국을 먹어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맛은 곤드레 나물을 넣은 정선의 골뱅이 국이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두 시간 넘게 동강 물속을 허부적 허부적 아쿠아 워킹을 한 결과, 무릎도 아프고 허벅지도 뻐근하고 허리도 쑤시고 온몸이 천근만근이 되면서 잡은 다슬기는 약 2킬로그램 정도. 두 사람이 고생한 것치고는 적은 양이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모래 속에 숨어 있던 다슬기들이 모래 속에서 나와 자기들 세상인양 돌아다닌다는데, 우리가 동강 변에 나간 시간이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이어서인지 여러 걸음을 걸어야 한 개를 주울 수 있을 정도로 다슬기 줍기는 수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강변의 다슬기 잡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동네 분들의 말씀은 살아 있는 다슬기 1킬로그램에 1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으시는 몸인데, 물의 오염도 원인이겠지만, 몸에 좋다는 이유로 대량으로 남획 해다가 중탕을 내려 약으로 먹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동강 변에 나간 오늘도 어찌나 많은 분들이 다슬기를 잡고 계신지 이제 동강 변에서 다슬기가 씨가 마를 날이 곧 다가온 듯싶어 재미삼아 조금 잡아먹으려고 동강 물속을 걷고 있는 저도 반성하는 마음을 안 가질 수 없었습니다.  

권혜경 | 서울서 잡지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4년 3월 홀연히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기슭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서울내기 여인. 그곳서 만난 총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산골 이야기가 홈페이지 수정헌(www.sujunghun.com)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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