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특산물
가평의 특산물
  • 김경선 | 일러스트 서 영
  • 승인 2022.08.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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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특산물 4

1 멈출 수 없는 고소함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잣. 조금만 먹어야지, 하고 집었다가도 끊임없이 손길이 가는 중독성 있는 식재료다. 한국에서 잣이 가장 유명한 지역은 단연 가평이다. 경기도 동북 산간지역에 자리한 가평은 북한강이 홍천강과 합류해 흐르는 고장답게 농업 생산 여건이 좋다. 연평균 기온이 12℃로 늘 서늘해 잣나무가 많이 서식하며 전국 잣 생산량의 30%를 가평 잣이 차지한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축령산에서 나온다. 전국 최대 잣 주산지인 가평군은 타 지역보다 일교차가 높아 잣의 맛이 더 고소하며 오랜 세월 잣을 생산해온 만큼 가공 기술이 뛰어나다.
가평 잣은 타지의 것보다 탄수화물이 많고, 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성분이 풍부하다. 잣에 들어있는 지방은 올레인산, 리놀레산 등의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으로 혈중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어 고혈압을 예방한다. 또 호두나 땅콩보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다. 유익한 성분이 많으니 약용으로도 쓰인다. 단, 열량이 100g당 760㎉로 꽤 높은 편이므로 체중 관리 중이라면 먹는 양에 신경을 쓰는 편이 좋다.
가평에서는 특산품인 잣을 가지고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잣을 곱게 갈아 잣국을 만들어 국수를 말아먹으니 콩국수의 사촌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일부 식당에서는 면을 만들 때 잣가루를 섞기도 하니 그 고소함을 배가 된다. 잣국수는 콩국수처럼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생긴 것은 콩국수와 비슷하지만 고소함은 더하다.

2 국수야, 호박이야?
호박국수

호박국수라고 하면 으레 밀가루에 호박가루를 섞었구나,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아니다. 호박이 그 자체로 국수다. 호박국수의 국수가락은 국수호박에서 나온다. 참외와 비슷한 생김새지만 크기는 훨씬 큰 국수호박은 굽거나 삶아서 조리하는데, 이때 속이 풀어지면서 국수처럼 변한다. 면 요리에 이 국수가락을 사용하면 탄수화물은 적고 영양가는 풍부한 국수 한 그릇이 완성된다.
국수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를 긁어낸 후 삶거나 찐 뒤 찬물에 식혔다가 껍질 부분을 뒤집듯이 누르면 호박의 속이 가락국수처럼 풀어지면서 면이 생긴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고, 섬유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무척 좋다. 호박인 만큼 부기를 가라앉히고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
국수호박은 토종 호박의 변종으로 1993년 가평에서 처음 발견됐다고도 하고, 일본에서 개량됐다고도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보통 7~8월이 적기지만 최근에는 보관법이 발달해 12월까지도 맛볼 수 있다. 국수호박은 시원한 육수에 말아 잔치국수처럼 먹기도 하고, 새콤달콤한 양념을 곁들여 비빔국수로 먹기도 한다. 소면이나 냉면처럼 쫀득하고 고소한 맛은 없지만 시원하고 아삭아삭한 느낌이 좋다.


3 전통의 맛
한과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통 과자 한과. 가평의 한과도 유명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보통 한과는 물론이거니와 가평 제1의 특산물 잣을 넣어 만든 잣한과도 있다. 가평군은 농한기 농가의 소득창출과 공동일터 육성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도록 지원한다. 용추계곡으로 유명한 승안2리 마을 역시 마찬가지. 마을 부녀회원들이 주축이 돼 전통한과를 만드는데,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평 한과는 하나하나 정성을 먹고 만들어진다. 먼저, 한과의 주재료인 찹쌀을 물에 불린 뒤 가루로 만든다. 갈아놓은 찹쌀가루에 콩가루를 넣어 한 번 더 분쇄한 뒤 꿀과 들기름 등을 넣어 반죽을 치댄다. 반죽이 나오면 찜기에 한 번 쪄준다. 이후 반죽을 밀대로 펴 잘 말려준다. 어느 정도 반죽이 마르면 본격적으로 한과를 만들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기름에 튀긴다. 이때 두 번의 튀김 과정을 거친 후 몸집을 불린 반죽은 마지막으로 조청을 발라 쌀 뻥튀기, 깨, 흑임자 등의 곡물 옷을 입고 한과로 변신한다.
한과를 만드는 과정은 정성과 시간이 필수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과자와는 결이 다르다. 방부제나 색소가 첨가되지 않은, 전통 과자다.

4 저농약 친환경
가평 사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사과 산지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몇몇 고장이 있다. 에디터가 어릴 때는 ‘사과’ 하면 대구였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재배지가 조금씩 북상했고, 충주, 예산, 문경 등이 이름난 사과 산지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국내 사과 생산량 중 66%가 경상북도에 집중돼 있지만 어느샌가 경기도 가평 역시 사과 산지로 주목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품질 사과는 평균 기온 8~11℃에서 생산되는데, 가평은 연평균 기온이 11.2℃로 사과 재배 적지로 평가받는다. 가평의 지리적 조건은 온대성 과수인 사과 재배의 조건인 위도 36~40°에 적합한 38°선에 위치하고 한강 이북의 내륙 지방에 있어 내병성과 내충성 역시 강하다.
가평 사과는 일교차가 큰 지방에서 나는 만큼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맛이 좋고 육질이 부드럽다. 키토산, 한약재 등 자연산 재료를 발표시켜 병해충을 예방하니 농약 사용을 최소화한 청정사과로 사랑받고 있다. 가평에서는 홍로와 부사를 주로 생산한다. 추수철이 되면 먼저 홍로를 수확하고 10월 말에서 11월쯤 부사를 수확한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있고 꽉 찬 느낌이 나며,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좋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라고 할 만큼 사과에는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사과는 다당류 비율이 높고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 유용하며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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