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특선' 숏버스-기묘행
'단편영화특선' 숏버스-기묘행
  • 박신영 기자 | 사진제공 퍼니콘, 언더식스티
  • 승인 2021.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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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확실한 메시지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단편영화 26편을 묶은 ‘숏버스 프로젝트’.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이별행, 감성행, 기묘행, 섬뜩행, 감독행, 배우행이라는 주제로 매달 테마를 달리하며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기묘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다섯 개의 단편을 옴니버스 장편으로 재구성한 9월의 <숏버스-기묘행>. 어딘가 SF 냄새가 슬며시 나면서도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흥미진진하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하얀 배경 속 쌓아 올린 하얀 상자 세 개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오싹한 기분이 들 찰나 화면이 바뀌며 아름다운 여인과 풍경이 등장하는데. <에케호모, 이 사람을 보라>는 여성 불법 촬영물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 보이지의 이야기를 통해 지나친 쾌락주의에 빠진 한 인간과 사회 문제를 다룬다.

두 번째 작품인 < 조안>은 한국판 ‘블랙미러’를 연상시킨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정보 기술 발달이 불러온 사생활 노출 문제를 녹였다. SNS에 보여 지는 삶과 진짜 삶의 괴리도 꼬집는다. 눈 호강 하면서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다 본 후에는 섬뜩한 공포가 밀려온다.

세 번째 작품부터는 색깔이 달라진다. <분실물>은 딸을 잃은 한 남자의 시간 여행 이야기다. 예상할 수 있는 클리셰가 등장하지만 딸을 찾고 싶은 아빠의 절박한 연기와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연출력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담았다.

기묘행이라는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포세일>.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남자가 우연히 만난 인생 대박 커피 자판기. 500원으로 300원짜리 커피를 뽑으면 잔돈으로 500원 2개를 거슬러준다. 남자는 계속해서 커피를 뽑아 6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게 되지만 결국 자판기에 먹히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의심에서 확신을 지나 절박함으로 변하는 주인공의 내면 연기, 코인과 주식 열풍을 연상시키는 스토리, 심장 쫄깃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세이브미>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연명 치료 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몸 구석구석 이상한 낙서들이 새겨진다. ‘나 좀 죽여줄 수 있어?’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의 안락사를 두고 갈등하는데. 영화 <베사메무쵸>, <식객>, <미인도>의 전윤수 감독이 던지는 묵직한 물음표다.

‘숏버스 프로젝트’의 단편영화는 전국 롯데시네마 아르떼관에서 상영중이다. 총 여섯 개의 테마 중 7~10월까지는 개봉했으며 11월 <숏버스-감독행>과 12월 <숏버스-배우행>은 개봉 예정이다. 개봉 예정일 및 상영관 정보는 숏버스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shortbus.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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