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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 이야기6] 성주 참외
[제철 식재료 이야기6] 성주 참외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5.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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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참외의 이모저모

계절은 땅의 기운과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여름 햇살에 오감이 만개하듯 대지의 생명은 정점을 향해 내달린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6월. 초여름 별미로 손꼽히는 성주 참외를 찾았다.

성주 참외는 주렁주렁
산골짜기 사이 쭉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네 시간. 반복되는 풍경에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쯤 자동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길고 길었던 로드 여행의 끝에 달콤한 참외 냄새가 코를 찌른다. 탐스러운 참외가 주렁주렁 열린 게 분명하다.

가야산, 팔공산, 금오산 품에 들어앉은 경북 성주. 가장 가까운 역은 성주 시내에서 25km 떨어진 칠곡 신동역일 만큼 시골 중 시골이다. 가옥 앞을 탈탈거리며 지나는 낡은 트랙터와 그 풍경 뒤로 끝없이 이어진 참외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최상품 참외를 선별하는 농부들이 정겹다. 찌는 더위에도 미소를 머금은 농부의 표정에 나그네의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조금 더 안쪽으로 향하면 대형 비닐하우스 수천 동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길목마다 걸린 자그마한 간판엔 전부 참외 농가라고 적혔다. 성주에 자리 잡은 약 4000개의 참외 농장에서 매년 전국 참외의 70%를 생산한다.

가야산의 맑고 깨끗한 지하수와 25~30℃의 충분한 일조량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50년 이상 축적된 참외 재배 기술과 친환경 농법이 더해져 사각사각한 육질과 달콤한 과육의 참외가 나온다.

성주 참외는 싱싱하고 때깔이 좋아 보는 순간 입맛을 돋운다. 초록색 줄기와 이파리 사이에서 빼꼼 얼굴을 내민 진한 노란빛 참외를 보면 단박에 군침이 돈다. 참외를 따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한 소리가 비닐하우스를 채우는데 그 소리에 마음마저 청량해진다. 다음엔 달콤한 맛의 폭격이 시작된다. 과육을 오독오독 씹을수록 과즙이 늘어나고 콕콕 박힌 씨를 머금을 땐 단맛이 배가 된다. 단숨에 한 알을 해치우고 맛깔난 참외를 찾아 서슴거린다.

황금 참외를 군청에서 가만 둘리 없다. 이미 오래전에 성주군청은 농정과 참외담당관과 농업기술센터 참외기술관을 지정해 성주 참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참외생태학습원을 설립하고 참외 축제를 조성해 성주 참외의 대중화를 도모한다. 성주군과 농부들의 참외 사랑 덕분에 우리의 여름 식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참외 명인의 손길
“식물은 주인의 발자취를 따른다는 말이 있어요. 항상 즐겁고 재미있는 마음가짐이면 풍년이고, 고되다고 생각하면 농작물도 힘들어해요. 땡볕 더위에 흐르는 땀조차 감사히 여기며 참외를 자식 다루듯 해야 하죠.”

성주 참외 발전의 이바지한 다온농장 이명화 명인의 말이다. 명인은 25년째 성주 선남면에서 참외를 재배한다. 약 4천 평에 이르는 부지에 대형 비닐하우스 수십 동을 설치하고 고품질 참외를 생산한다. 한 해 재배하는 참외만 70t. 매년 10kg 참외 박스 7천개를 전국으로 유통한다.

명인은 1995년 참외 농사에 뛰어든 후 게르마늄 참외 생산과 작기 중 안정 착과 기술을 개발해 경북농업인 대상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참외 마이스터로 선발됐다. 참외에 게르마늄 액체 비료를 정기적으로 뿌려 참외 1kg당 0.05kg 게르마늄이 함유된 기능성 참외를 생산한 공로다. 게르마늄 참외는 일반 참외보다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은 물론 달콤하다는 게 명인의 주장이다.

명인의 말을 따라 비닐하우스로 입장했다. 30℃에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열기를 뚫고 달콤한 향이 퍼진다. 명인은 밭에서 가장 실한 참외를 숭덩 깎아 냈다.

“좋은 참외는 빛깔부터 다릅니다. 진한 노란색을 띠는 게 잘 익은 겁니다. 표면이 매끄러우면서 크기도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게 맛 좋은 참외죠.”

명인은 아내와 단둘이 농장을 운영한다. 부지가 상당하지만 농부가 직접 농작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직원을 고용하고 뒤로 물러나면 매일 농작물의 상태와 기술 발전에 대해 점점 무뎌지고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노하우를 주변 참외 농가에 전파하는 일에 앞장선다.

“성주군 항산화 게르마늄 참외 연합회를 설립해 소속 농민과 게르마늄 참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비 참외 농부들에게 재배 기술을 보급해 참외 본고장 성주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요.”

참외를 먹는 다양한 방법
사람에 따라 참외를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엄마는 참외 껍질을 깎은 뒤 씨앗을 전부 갉아 내고, 할머니는 참외를 깎다 떨어진 씨앗도 드셨다. 반면 나는 칼질이 귀찮아 참외를 깨끗이 닦은 후 껍질째 먹는다. 이렇게 먹으나 저렇게 별 차이가 없는데 왜 사람마다 참외를 다르게 먹을까. 단지 취향의 차이일까?

<동의보감>에서는 “참외는 성질이 차고 독이 있는 과일”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참외 속 씨앗이 붙은 흰 부분, 즉 가장 과즙이 많고 달콤한 부분인 태좌엔 엽산이 많이 들어있다. 참외 한두 개면 여성 1일 엽산 섭취 권장량을 충족할 정도다. 그런데 몸이 냉한 사람이 엽산을 과하게 섭취하면 설사와 복통이 일어난다.

반면, 열이 많은 사람은 태좌를 먹는 게 좋다. <동의보감>은 “참외는 갈증을 멎게 하고 열을 식히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제거해 소변이 나오게 할 뿐만 아니라 막힌 기운을 소통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몸에 화가 많고 비뇨생식기가 약한 소양인이 참외를 섭취하면 열이 줄어들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이 완화된다.

껍질째 먹는 것도 좋다. 노란 껍질에는 항산화 작용에 효과적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게다가 면역 성분과 생리 활성 물질이 과육보다 다섯 배 많아 껍질째 섭취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단, 반드시 세척을 꼼꼼히 해야 한다. 아무리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했어도 유통 중 다양한 먼지와 부패균이 묻을 수 있다.

몸이 찬 엄마와 열이 많았던 할머니는 각자의 방식으로 참외를 먹었다. 특별히 몸이 차거나 열이 많지 않았던 나는 어떻게 먹어도 그만이었던 것. 사람과 집안에 맞게 탐스러운 참외를 즐기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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