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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 이야기4] 미나리 향기는 왜 나는 걸까
[제철 식재료 이야기4] 미나리 향기는 왜 나는 걸까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4.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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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향기와 역사에 대해

계절은 땅의 기운과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봄바람이 불면 몸과 마음이 들뜨듯 대지의 생명은 기지개를 켠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이번 달에는 봄내음이 물씬 나는 미나리다.

사진제공 의령군
사진제공 의령군

향긋한 냄새의 이끌림
시장이 푸릇푸릇해졌다. 봄동, 달래, 냉이, 쑥, 취나물 등 초록빛 채소들이 난전에 생기를 더한다. 어디선가 상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늘어뜨린 미나리다.

누군가에겐 향긋하지만 어떤 이에겐 낯선 냄새로 다가오는 미나리. 어릴 적엔 그 냄새가 싫어 미나리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식탁에 미나리 된장국이 등장할 때면 반찬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런데 올봄 미나리가 유독 반가워 미나리 요리법도 모르면서 두 단이나 집으로 데려왔다. 장바구니를 열자마자 집안을 감싼 미나리 향. 미나리는 왜 향이 강할까.

미나리의 강한 향은 방향성 정유 성분에서 비롯됐다. 방향성 정유 성분이란 식물의 원초적 방어 기제다. 즉, 식물 스스로 독특한 향을 냄으로써 해충의 접근을 막고 번식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미나리, 깻잎, 생강, 강황은 물론 소나무의 피톤치드, 티트리와 아로마 오일 등이 방향성 정유 식물의 대표적 예다.

미나리의 방향성 정유 성분은 알파 피넨, 베타 피넨, 테르피놀렌, 미르센 등으로 미나리의 구성 요소 중 0.06%에 불과하지만 역할은 톡톡히 해낸다. 매운탕, 찌개, 국, 전 등 각종 요리에서 맛과 향을 배가하거나 상쇄시킨다. 게다가 이 성분들은 보온이나 발한 작용을 해 감기와 냉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향을 빼고 미나리를 논할 수 없으며 제철인 4월마다 봄 미각의 전령사로 등장해 식탁을 채운다.

성균관의 밥상
미나리의 3대 덕이 있다. 오수에서 푸름과 향기를 만드는 개성, 악조건에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생명력, 가뭄에 시들지 않고 푸름을 유지하는 인내력이다. 덕분에 미나리는 고려 시대부터 가가호호 자생하며 흔한 식재료로 사용됐다.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이 집필한 <해동역사>에서는 명나라 사신 동월이가 쓴 <조선부>를 인용하며 “왕도와 개성 사람들은 모두 집의 작은 못에 미나리를 심는다”고 언급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엔 “제사상을 차릴 때 미나리 김치를 둘째 줄에 놓아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만큼 미나리는 민생 깊숙이 자리 잡은 중요한 식재료였다.

미나리 사랑은 조선의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에서도 나타난다.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 중 <시경>에서는 “채근(菜芹, 미나리를 뜯는다)”이 인재를 발굴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공자의 교육을 실천하는 성균관은 주변 연못에 미나리를 잔뜩 심어 유생의 반찬으로 사용했다. 유생은 미나리를 먹고 훌륭한 인재가 되고 궁중은 좋은 인재를 선발하라는 뜻을 담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미나리와 인재 양성은 의학적으로도 말이 된다. 미나리는 두뇌 발달에 좋은 식재료다. <동의보감>은 머리를 맑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채소로 미나리를 꼽았다. 또한 미나리는 혈액의 산성화를 막고 면역력을 강화하며 숙취 해소와 독소 배출에 뛰어나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오랜 시간 한국인의 밥상을 지킨 미나리는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의 제철 식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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