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승마 -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려라!
⑤ 승마 -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려라!
  • 글·김성중 기자l사진·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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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환상의 외승 코스…목장에 말 보관하며 즐기는 동호인도 많아

흔히 제주도를 일컬어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 하여 삼무(三無)와 바다, 한라산, 언어라는 세 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어 삼보(三寶), 그리고 돌, 여자, 바람이 많다 하여 삼다(三多)라 했다. 그런데 삼다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말(馬)이다. 제주의 드넓은 초원이 자기네들 앞마당인데 혼자 빠졌으니 얼마나 아쉽겠는가. 그래서일까. 질풍처럼 내달리는 제주마의 기상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제주마가 삼다에서 빠진 건 아쉽지만, 왜 제주도에는 이토록 말이 많은 걸까. 제주도 토종마인 조랑말의 기원은 흔히들 중국이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기인 원나라(1271~ 1368년) 때 제주에 목장을 설치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유목민족인 그들이 말을 키우기에 최적의 기후와 환경을 가지고 있는 제주도를 일본 정벌의 전초기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조랑말이 몽골에서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오랜 전통을 가진 제주마

▲ 제주도를 즐기는 또 하나의 매력은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질주할 수 있는 승마다. 제주도에는 풍광이 좋고 말이 달리기 좋은 외승 코스가 많다.
하지만 중국 당나라의 정사인 <당서>에는 621년(백제 무왕 22) 백제왕이 당 고조에게 과하마를 조공으로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주마는 과하마(果下馬)나 토마(土馬)라고도 불렸는데, 과하마란 이름은 몸집이 아주 작아 과수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 과하마가 탐라에서 백제에 바친 준마라고 한다.

이외에도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물이 퇴적된 곽지패총에서 말의 뼈와 기마전용 무기인 삭(삼지창)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를 짚어보면 어쩌면 제주도의 조랑말은 원나라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네 삶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의 조랑말은 제주도의 토종마로 자리를 잡았다. 몸집은 작은 편이지만, 강건한 체력을 바탕으로 지구력이 강하고 거친 먹이에도 적응을 잘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농마로서, 운반용의 역마로서, 그리고 전쟁 시에는 전마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제주도에서는 소보다 더 활용성이 많았다는 조랑말. 하지만 요즘에는 개체수가 적어져서 종 보존을 위해 나라에서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순수 혈통의 조랑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조랑말과 교배를 이룬 말들이 상당히 많아져서 선천적으로 체력이 강한 제주마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물론 해외에서 들여온 말이나 경주마로써 생명을 다해 레저용으로 사용되는 말들도 여럿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다치거나 죽거나 혹은 레저용으로써의 역할마저 다한 말들은 요식업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 말고기 음식점이 많은 이유다.

말이 많다보니 제주도에는 종마목장과 승마장이 상당히 많다. 북적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초원에 풀어 놓은 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승마나 배우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승마 교실을 운영하는 승마장도 상당히 많다. 특히 체험승마의 경우 남녀노소 인기가 많아 관광객이 몰려드는 주말 승마장에는 말을 타러 오는 사람들로 꽉 찰 정도다.

숲길과 해안 풍광이 어우러진 외승 코스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승마는 격에 맞춰 움직이는 체험승마보단 초원을 마음껏 누비며 즐기는 외승 코스가 제격이다. “말은 선천적으로 뛰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죠. 오름 주변의 숲길을 달리거나 해안의 모래사장을 질주할 때는 정말 말과 일심동체가 되는 기분이에요.”

취재팀이 찾아간 곳은 다음(Daum) 카페 ‘제주승마클럽’의 김성룡 교관이 운영하는 한라목장으로 제주도 서부지역인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한적한 목장이다. 이미 여러 동호인들이 모여 승마 복장을 갈아입고 있었다. ‘제주승마클럽’에는 부부들로만 구성된 모임이 따로 있는데, 바로 ‘H&G 자마클럽(회장 박태준)’이다. 이번 외승 코스 취재는 이들 부부 승마 동호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외승 코스로 계획한 곳은 목장 인근에 위치한 작은 놉고메오름(771m)과 큰 놉고메오름(834m)의 숲길로 접어든 후 제1산록도로(1117번 도로)를 따라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삼나무가 빼곡한 4km의 숲길도 압권이지만, 제1산록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해안 풍광도 아주 뛰어나다고 한다. 총 8km로 중간중간 쉬면서 가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말들이 열을 지어 목장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한 마리가 대열을 이탈했다. ‘카이저’라는 애칭을 가진 이 말은 몸을 풀 때부터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싫어하더니 기수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승 나가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 말에 올라타기 전 장비 점검은 필수다.
“며칠 전에 장거리 외승을 나갔었는데, 아직 피로가 덜 풀린 것 같네요. 말이 자꾸 거부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쉬게 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부상을 당할 확률이 아주 커지거든요. 애지중지 키우는 말인데, 부상이라도 당하면 마음이 찢어지죠.”

목장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절뚝거리던 말이 생각났다. 한 달이 지나도 회복할 기미가 없다는 그 말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으면 식당 같은 곳으로 팔려 갈 것이다. ‘카이저’ 외엔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는 말은 없는 것 같았다. 일제히 대열을 맞추며 숙련된 기수들의 조종으로 빠르게 숲길을 헤쳐 나갔다.

이번 외승에서는 암컷의 말을 타는 회원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수컷은 스피드가 좋지만 성격이 조금 거칠어 다루기가 쉽지 않은 반면, 암컷은 온순한 편이라 기수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한다.“성별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보통 8~9세의 암컷이 다루기 좋은 편이죠. 그리고 말은 자신의 안장에 올라타는 사람의 감정도 읽어요. 이 사람이 초보구나 싶으면 태우려 들지 않죠. 서로 기 싸움을 한다고 할까요? 제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타느냐 못 타느냐가 결정되죠. 애물단지 같은 녀석들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요.”

전신운동에는 승마가 제격
오르막의 삼나무 숲길을 쉼 없이 달리고 나자 말들의 몸에서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입으로는 마치 사람들처럼 거친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기수들도 오르막을 질주하며 긴장했었는지 잠시 숨을 골랐다. 말의 등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계속해서 피어올랐다.

10분 정도 휴식을 한 후 다시 내리막길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내려갔다. 말은 오르막이나 평지와 달리 내리막에서는 잘 달리지 못해서 무리하게 되면 무릎이나 발목 부상이 자주 일어난다. 2km 정도 구불구불한 숲길을 지나자 해안 풍광이 일품인 제1산록도로다.
제1산록도로에서 다시 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오자 말들이 신났다. 말은 비둘기처럼 회귀본능이 아주 뛰어나다. 자기네들 집이 가까워진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 기수의 명령이 없어도 잘도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갈기를 휘날리는 제주마의 뒷모습이 마치 전쟁터에서 질풍처럼 적진을 향해 달리는 영웅의 말을 닮은 것 같았다. 쫚


제주도 승마 체험 가이드

▲ 큰 놉고메오름으로 이어지는 코스에는 높다랗게 자란 삼나무숲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제주도의 승마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하나는 체험승마이고, 다른 하나는 외승 코스로 즐기는 것이다. 체험승마는 대부분의 승마장에서 진행한다. 승마장별로, 코스별로 제각각 가격이 다르다. 보통 300~ 500m 정도 단거리로 둘러보는 코스는 6000원~1만2000원 선이고, 1~2km의 산책코스는 2만5000원~5만 원 선이다. 어승생승마장(064-746-5532), 서광승마장(064-794-5220), 이어도승마장(064-783-0916), 제주조랑말타운(064-787-2258) 등이 인기가 많다.

외승은 목장이나 승마장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부분 자신이 구입한 말을 목장에 맡겨서 외승을 나갈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외승은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처음 승마를 배우는 사람들은 할 수 없고, 6개월 이상 꾸준하게 연습한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비용은 마종(馬種)에 따라 다르다. 제주마의 경우 조금 비싼 편인데, 1시간 대여에 7~10만 원 정도 한다.
외승 문의 : 한라목장 064-799-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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