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엔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간으로
찜통더위엔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간으로
  • 김경선 편집장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7.07.0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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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저녁 식사 후 소파에 앉아 추리소설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새벽녘. 열대야지만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던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긴장감에 서늘해진 등골, 한여름 무더위는 서늘한 이야기에 묻혀버렸다.

책방 곳곳에는 소설 속 주인공이 자리하고 있다.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기자에게 <미스터리 유니온>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작은 공간이지만 취향을 저격하는 추리소설이 한 데 몰려 있으니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지나쳤을 책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추리소설이 좋아 책방을 열었다는 주인장 유수영씨도 이 점을 강조했다. “대형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책들이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미스터리 유니온에서는 독자의 취향을 반영한 장르의 책들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죠.”

이화여대 인근에 위치한 추리소설책방 미스터리 유니온.
미스터리 유니온으로 들어서는 길. 따뜻하면서도 아담한 분위기다.

테마가 확실한 미스터리 유니온은 국가별, 작가별로 책을 분류해 다양한 책들이 눈에 띄도록 큐레이팅 한 점도 돋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히는 책들이 있다는 점을 파악한 유수영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테마를 정해 전시 공간을 마련한다.

서점은 이대 인근 골목골목을 돌고 돌아야 찾을 수 있다. 책방을 목적지로 찾는 이가 아니라면 오다가다 들르기는 힘들만한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책들과 인테리어 덕분에 오픈 1년이 된 요즘 손님들이 점차 늘고 있다. 1600여권으로 시작한 책방은 이제 더 많은 책들로 꽉 찬 느낌이다. “추리소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간이고 싶어요. 추리소설, 한 때 누구나 한번쯤 좋아했을만한 장르잖아요. 추리소설의 추억을 재발견하는 공간이고 싶습니다.” 미스터리 유니온의 유수영 대표는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그녀의 취향을 살며시 전하고 있었다.

유수영 대표는 매달 테마를 정해 한쪽 벽면에 전시하고 있다.

미스터리 유니온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1
운영시간 (수~금)13:00~21:00, (토~일)12:00~20:00
휴무 월요일, 화요일
전화 02-6080-7040

<13.67>
찬호께이 지음/1만7천원/한스미디어
한참을 고심한 끝에 유수영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내든 책이다. 홍콩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지닌 슬픔을 간직한 추리소설로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옴니버스 식으로 묶어낸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책 제목인 ‘13.67’은 2013년과 1967년을 가리키는데, 1967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여섯 건의 범죄사건이 각 단편의 주된 이야기다.


<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1만3천원/시공사
한국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 유수영 대표가 추천한 책.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치는 낭만 미스터리다. 문단 대선배 염상섭의 호출로 신문사를 찾은 구보. 집필 의뢰에 대한 기대와 달리 상섭은 구보에게 ‘미녀변사사건’의 조사를 부탁하고, 함께 일할 사람으로 기괴한 시로 주목받고 있는 시인 이상을 소개하는데….

<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1만원/시공사
자전거 로드레이스를 배경으로 한 청년이 진정한 승리와 희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200km에 달하는 코스를 참가자 전원이 동시에 출발하여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위로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 로드레이스. 스포츠 정신과 추리소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책은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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