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백패커에게서 찾은 리얼 백패킹
두 백패커에게서 찾은 리얼 백패킹
  • 글 이지혜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6.11.28 1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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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볼타&주안나다 인터뷰

멀리서 풍겨오던 바람 냄새보다 먼저 도착한 건 쨍한 가을 햇빛에 반사된 그들의 환한 미소였다. 세상 좋은 자연을 수없이 베고 누웠던 이들이라 그런가, 스스럼없이 선한 기운이 바람 냄새 다음으로 퍼져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웃도어>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김민수(이하 김) 안녕하세요, 아볼타 김민수입니다. 아볼타는 온라인상의 닉네임으로 백패커들에게는 이 이름이 더 익숙할 거예요. 걷는 게 좋고 자연이 좋아 훌쩍 나왔다가 섬에 반했죠. 얼마 전, 여행 에세이 <섬이라니, 좋잖아요>를 출간하고 북 콘서트도 열었어요. 현재는 섬으로 백패킹 가는 크루 ‘이졸로또’를 만들어 운영 중이죠.
백수진(이하 백) 반가워요, 전 주안나다로 알고 계신 백수진이예요. 여성 백패킹크루인 클럽 ‘NCN’의 창단멤버이자 ‘j members’와 ‘평캠크루’의 리더입니다. 낚시로 시작해 백패킹까지 다양한 자연을 경험했어요. 제가 처음 캠핑을 할 때만 해도 여성 캠퍼가 적었죠. 그래서 예전 캠핑 크루에서는 닉네임 때문에 남자로 오해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오랫동안 꾸준히 백패킹을 해온 덕분에 이젠 많이 알고 계시죠.

시작하게 된 계기가 특이하네요?
낚시를 매우 좋아해요. 잘하기도 하고요. 생선을 아직도 못 만진다는 것만 빼면 완벽하죠. (웃음) 낚시를 배우기 시작했을 땐, 부실한 잠자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캠핑이란 세상을 전혀 몰랐죠. 어느 날, 옆에서 낚시하던 일행이 콜맨 텐트와 장비로 다 꾸며놓았는데, 아주 멋져 보였어요. 그때부터 저도 장비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죠. 이후엔 오토캠핑으로 캠핑의 맛을 알았고 곧 백패킹의 세계에 빠졌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산을 싫어하고 캠핑을 좋아해요. 처음엔 남들처럼 배낭에 텐트 넣고 등산하러 다녔어요. 하지만 어차피 내려와야 하는 산, 힘들게 올라가는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웃음) 그래서 찾은 곳이 섬이에요. 한국엔 섬이 많죠. 갈 곳이 많을뿐더러 힘들이지 않고 오르지 않아도 되죠. 여유롭게 걷고 바다 경치를 즐기다가,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묵으면 되니까요.

그렇다 할지라도 업으로 삼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오랫동안 학원을 경영했어요. 보습학원과 미술학원도 했었죠. 아내는 어린이집을 경영했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빠듯하게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서히 비중을 옮겨갔어요. 캠핑 관련 쇼핑업체의 이사로 활동하며 현재는 프리랜서 활동을 겸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건 사실 어렵기도, 쉽기도 해요. 시도 한다면 어떻게든 길은 있기 마련이죠. 넉넉하진 않지만 원하는 일을 하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죠.
저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예요. 상대적으로 백패킹하기 자유로운 직업이죠.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매우 중요해요.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럴 땐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돼요. 일하고 돈을 벌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고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어요. 크루를 만들고 또 크루의 리더를 하는 건, 돈이나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백패킹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백패킹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에요. 한두 개가 아니라서요. (웃음) 그중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오롯한 자연 속에서 텐트 안에 나 혼자 있는 시간의 매력이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바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소리, 바닷물이 자갈을 훑고 지나는 소리, 바람이 오고 가는 소리에 모든 걸 맡길 수 있죠.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요. 오직 자연에 맡기는 그 날의 백패킹. 얼마나 큰 매력인데요.
저 역시 비슷해요. 나만의 집을 자연 속에서 치는 쾌감은 말로 못 해요. 사실 예전엔 백패킹을 가면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음악을 배경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시간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인 줄 알았죠.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음악을 꺼요. 모든 인공적인 소리를 차단하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게 훨씬 행복해요. 함께 간 친구들과 내내 떠들지도 않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잊지 않아요. 조용히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최근 알게 된 백패킹의 또 다른 매력이에요. 하면 할수록 다른 매력을 알게 돼요.

초보 백패커에게 추천해주고픈, 혹은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장비는 뭔가요?
어딜 가나 음식이 중요하죠. 백마아웃도어의 백마누님세트 코펠을 항상 가지고 다녀요. 코펠이 깊어서 고기부터 물까지 모두 하나로 사용할 수 있죠. 최근 손잡이도 바뀌어서 굉장히 편하고요. 얼마 전부터 가지고 다니는 폴딩컵도 매우 유용해요. 가볍고 수납이 좋을뿐더러 친환경적이죠.
바람이 많은 섬으로 캠핑을 가는 만큼 바람에 강한 텐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엑스패드의 폴라리스를 이용해요. 다양한 텐트를 써봤지만, 이 텐트만큼 섬에 최적화된 장비는 아직 못 만났어요. 가볍고 결로도 적죠. 또 덕테이프를 추천할게요. 비상시에 텐트나 장비를 고치거나 신발 밑창이 떨어졌을 경우, 안경다리가 부러졌을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 유용하게 쓰이니까요.

백패킹을 많이 다니신 만큼, 기억에 남는 포인트도 많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최근 다녀온 낙동정맥이 매우 인상 깊어요. 아늑한 숲길 넘어 낙동강의 비경을 품은 자연이 매우 아름다웠어요. 월출산도 매우 좋았어요. 바위와 구름다리, 억새밭이 조화롭게 이뤄져 있죠. 마치 설악산과 지리산을 섞어놓은 곳 같아요. 휴양림이 있어서 그곳에 텐트를 치고 트레킹 하는 것을 추천해요.
13년간 섬을 다녔어요. 거의 모든 섬을 가봤다고 자부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추자도예요. 풍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곳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죠. 전라도와 제주도가 섞인 독특한 문화를 가졌어요. 먹거리도 풍부하고 맛있어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섬을 사랑하는 백패커라면 그곳에서 꼭 텐트 치길 추천해요.

많은 곳을 갔던 만큼, 많은 사람도 만나셨죠.
다양한 사람을 만났죠.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여자로만 이뤄진 모임이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냐는 거예요. 하지만 한 번도 싸우거나 파벌이 일어났던 적 없어요. 오히려 여자라 가능한 세밀한 감성을 나누고 공유하죠. 단, 그 조건이 가능하게 하려면 남자가 없어야 해요. 남자가 없는 여자들의 집단에서, 내숭이나 척은 필요 없어요. 솔직한 자기 모습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희 NCN은 미안하지만, 남자는 절대 함께할 수 없어요. (웃음) 이게 저희 원칙이에요.
저희는 조금 달라요. 많은 사람을 만나보니 NCN처럼 성별의 특징이 없는 한, 크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인 확장이 필수불가결해요. 사람들과 매우 잘 어울리고 크루에 필요한 사람도 가족이나 애인이 반대하면 나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반대로, 무조건 가족과 애인은 환영이에요. 어떤 방법은 맞고 어떤 방법은 틀렸다는 건 없어요. 오랜 시간 크루를 운영해오고 유지하려면, 서로의 방법이 생기기 마련이죠. 존중하고 배려해야 해요. 많은 사람을 만나며 쌓아온 서로의 노하우라고 할까요.

또 다른 원칙이 있나요?
백패킹 크루에서 사람의 관계만큼 중요한 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거예요. 절대 일회용 용기를 쓰지 않고, 현장에서 생겨난 쓰레기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 그것이 첫 번째죠. 공정한 백패킹을 위해서라도 리더 격인 백패커들이 먼저 원칙을 세우고 모범을 보여야 해요. 오롯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자연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말아야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 백패커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합법적 백패킹이죠. 합법적 백패킹이란 백패킹을 해도 되는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곳이 나뉘어져있고 그것을 지키는 문제예요. 개인적으로 한국은 지나치게 많은 곳을 규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규제를 무시하고 백패킹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백패킹을 하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겠네요.
네, 그래서 저희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죠. 저를 비롯한 NCN의 규칙은 절대 국립공원에선 야영과 취사를 하지 않는 거예요. 국립공원의 휴양림에 텐트를 쳐놓고 트레킹을 한다든지 하죠. 다른 곳도 마찬가지예요. 야영과 취사가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을 규제하곤 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부터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죠.
맞아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불법 백패킹의 스트레스를 항상 달고 있어요. 섬캠핑도 마찬가지죠. 법적으로 섬은 20호 이상의 마을에서의 캠핑을 허가하고 있어요. 마을 주변에서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텐트를 치죠. 공정 백패킹은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요. 적어도 국립공원에선 하지 말자, 섬에선 20가구 이상의 마을에서 텐트를 치자. 이런 원칙이 바로 백패킹이 긍정적으로 활성화되는 시작이죠.

그렇다면 백패커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자연을 사랑해서 자연에서 즐기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캠핑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해요. 우리는 어딘가 좋은 자연이 있으면, 무조건 ‘텐트를 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일찍 캠핑이 활성화된 외국은 조금 달라요. 아름다운 자연에서 걷고 놀고 즐길 만큼 즐기다가, 잘 시간이 되면 치는 게 텐트예요. 하지만 우리는 가자마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먹고 놀죠.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떨지 제안하고 싶어요. 좋은 장비를 모으고 좋은 텐트를 치는 것보단 자연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진정한 백패킹 아닐까요.
캠핑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것도, 별다를 것도 없어요. 사실 우리가 평소 집에서 하는 걸 밖에서 하는 게 바로 캠핑이에요. 밖에 나와서 먹고 자는 것이죠. 좋은 장비보다는 꼭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게 좋아요. 그중에서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죠. 많은 백패커가 구급약의 중요성을 몰라요. 저만 해도 항상 구급약을 챙겨 다니지만, 최근에 산에서 다리를 다친 후 붕대를 추가했어요. 기본적인 안전을 지키고 가볍게 다니는 게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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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2017-04-30 12:43:47
세월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