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폭풍 흡입해도 살이 빠진다?...고지방 식단 체험기
지방 폭풍 흡입해도 살이 빠진다?...고지방 식단 체험기
  • 김경선 차장
  • 승인 2016.11.21 14:32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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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HF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줄넘기로 체중 줄이기

365일 다이어트다. 물론 마음만 앞서는 경우가 대다수라 실질적인 다이어트 기간은 극히 짧다는 것을 미리 알려둔다. 기자뿐 아니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아닐까. 얼마 전 충격적인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이다. 버터에 삼겹살을 굽고, 엄청난 칼로리를 섭취하는데도 살이 빠진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다큐의 반향은 엄청났다. 한동안 마트 식료품 코너에서 버터가 품절되고, 가뜩이나 안 팔리던 쌀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평소 심리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사랑하는 버터를 절제하던 기자에게 LCHF(Low Carbohydrate High Fat,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는 엄청난 유혹이었다. 과연 지방 폭풍 흡입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2주간 LCHF 식단과 운동 기록. 칼로리를 제한하지 않았고 줄넘기와 스트레칭은 가능한 꾸준히 진행했다.

LCHF란?
LCHF(Low Carbohydrate High Fat)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칭한다. 유사한 식이요법으로 키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 당질제한 다이어트 등이 있으며,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를 늘리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탄수화물은 1g 당 4kcal, 지방은 1g 당 9kcal로 열량 차이가 2배 이상 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을 먹어야 살이 빠진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지방·단백질 중 우리 몸에서 혈당값을 올리는 것은 탄수화물뿐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중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을 세포 속에 흡수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과하게 분비될 경우 우리 몸이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슐린을 가리켜 ‘비만 호르몬’이라고도 부른다.

LCHF는 인슐린 분비를 불러일으키는 당질(탄수화물=당질+식이섬유)을 제한해 인슐린 과다분비로 인한 지방 축적을 막고, 결과적으로 지방산을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체중감량 효과를 얻는 식이요법이다.

LCHF 식재료들. 지방 함량이 높은 버터와 아보카도,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한 야채, 오메가3가 풍부한 견과류 등 다양한 식품을 효율적으로 먹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계기는 TV프로그램 ‘지방의 누명’이 결정적이었다. 다큐를 시청한 다음날부터 홀린 듯 LCHF를 시작했다. 퇴근 후 마트로 향해 버터, 치즈, 삼겹살을 구입하고 집에 있던 코코넛오일, 올리브오일을 수시로 먹었다. 평소 담백하고 칼칼한 음식을 좋아한 기자에게 저탄수 고지방식은 초반부터 쉽지 않았다. 단지 탄수화물뿐 아니라 당류도 모두 제한해야하기 때문에 밥·빵·면은 모두 금물, 삼겹살을 구워도 쌈장이나 고추장과 함께 먹어선 안 된다. 초반에는 지방을 많이 먹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 결과 버터만 봐도 속이 메스꺼워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 식이요법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졌다.

3일째부턴 식단을 다양화했다. 삼겹살 대신 고등어, 연어, 새우 등 해산물을 섭취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를 곁들였다. 칼칼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땐 삼겹살을 듬뿍 넣은 김치찌개도 먹고, 소고기로 지방을 더한 미역국으로 느끼한 속을 달래기도 했다. 애초에 MBC 다큐 ‘지방의 누명’이 제안한 식단은 하루 중 탄수화물 섭취는 15% 이하로 줄이고, 지방은 50% 이상 늘리는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탄지(단백지:탄수화물:지방) 비율에서 벗어나 느슨한 식이를 즐겼다. 빵과 면은 완전히 제한하되 2주 후부터는 점심 한 끼에 현미밥 1/4공기를 먹었고, 외식이 불가피한 점심에는 반찬에 소량 첨가된 설탕도 허용했다. 하루 탄수화물 섭취를 20g 이하로 제한하는 슈퍼당질제한에서 50~100g으로 늘리는 기본당질제한으로 넘어가면서 LCHF가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 다만 다이어트 정체기가 왔을 뿐.

식이요법만으로는 다이어트를 성공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짧은 시간에 칼로리 소모가 많은 줄넘기다.

줄넘기+스트레칭으로 건강한 몸 만들기
다이어트 체험기를 기사로 써 보겠다 결심할 당시 이미 LCHF를 2주간 진행중이었다. 몸무게는 3kg 감량한 상태였고, 1년 반 넘게 기자를 괴롭히던 피부질환 한포진이 1주일 만에 사라졌다. 사실 몸무게 감량보다 스테로이드제도 듣지 않던 한포진이 가라앉은 것이 가장 놀라웠다.

몸무게는 1주차에 3kg 가까이 빠졌지만 어느 순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운동은 줄넘기. 짧은 시간 안에 열량을 소모시키니 시간 없는 워킹맘에게 딱이었다. 2주간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기로 한 편집부는 다이어트 첫날 인근 보건소를 찾아 체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몸무게, 지방, 근육 모두 표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가고픈 욕구를 멈출 수는 없어 3kg 추가 감량을 목표로 운동에 돌입했다.

줄넘기는 점심시간에 30~40분, 자기 전 30~40분을 목표로 삼았다.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줄넘기는 칼로리 소모가 큰데, 그만큼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1분 뛰고, 1분 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이후 줄넘기에 익숙해지면서 노래 한곡(3~4분)이 끝날 때까지 줄넘기를 하고, 1분간 휴식하며 운동 강도를 높였다. 의욕과 달리 3일째에 접어들자 걷기가 힘들 정도로 근육이 뭉치기 시작했는데, 스트레칭을 병행하자 근육이 풀리고 하체의 군살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LCHF의 장점
글을 쓰고 있는 현재, LCHF 6주차다. 위에 언급했듯 초반 식단의 단조로움으로 첫 번째 위기를 겪었지만 6주차인 현재 식단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LCHF의 장점 중 가장 먼저 언급하고픈 사항은 ‘먹을거리에 관한 진지한 고찰’이다. 특별한 식사를 고수해야하는 LCHF는 단순히 탄수화물은 먹지 않고, 지방을 마구잡이로 먹는 식이요법이 아니다. 식재료 하나를 고르더라도 가능한 화학첨가물이 없는 천연 식품을 고르고, 몸에 유익한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LCHF는 특히 초반에 수분이 많이 빠지게 되는데, 체중감량은 물론 부종이 사라졌다. 셋째, 피부가 좋아졌다. 위에 언급했듯 한포진이 호전됐으며, 전체적으로 피부에 윤기가 흐른다. 물론 여성의 경우 한 달을 주기로 호르몬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초반의 꿀피부(?)가 지속되진 않았다. 넷째, 먹으면서 빼는 다이어트다. 덴마크 다이어트, 초절식 다이어트 등 다양한 다이어트를 경험했지만 늘 ‘배고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LCHF는 식사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물론 ‘많이’ 먹은 기자는 정체기를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최소한 더 찌지는 않았다. 마지막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좋은 먹을거리에 관해 고민하고, 내 몸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은 다이어트의 실패 유무를 떠나 ‘먹는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불균형한 영향 섭취로 인한 폐혜를 방지하고자 그동안 등한시했던 영양제를 꾸준히 섭취했다.

LCHF의 단점
단점도 분명 있다. LCHF를 시작한 후 3일째가 되자 무기력하고 멍한 상태가 찾아왔다. 심할 땐 약한 두통까지 몰려와 일상생활을 하기가 무척 힘들어졌는데, 키토플루(Keto-flu) 때문이다. 우리 몸은 포도당(글리코겐 시스템)과 지방산(케톤체 시스템)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 때는 주로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만 당질제한을 하게 되면 에너지원을 케톤체로 바꾸는 과정을 겪는다. 이때 몸이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두통, 집중력 저하, 어지러움, 메스꺼움, 갈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대부분 2~3일 정도 지속된 후 차차 나아지지만 길게는 한 달까지 나타날 수 있다. 키토플루 증상이 보이면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마그네슘, 비타민 등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당질제한식은 지속이 힘든 식이요법이다. 우선 밥과 면, 빵, 떡 등 평소 하루 한끼 이상 먹어온 탄수화물과는 안녕이다. 밥보다 면과 빵을 사랑했던 기자에게 당질제한식은 큰 고통이었다. 다행이 시간이 갈수록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는 줄었지만 ‘단맛’의 유혹은 여전하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식사 시간이 가장 괴롭다. 먹을 메뉴도 찾기 힘들다. 결국 현미밥을 싸서 비빔밥, 김치찌개, 순대국 등을 먹으며 당질을 최대한 섭취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식단의 제한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존재한다.

새로운 식이요법을 시작하면서 관련 서적을 여러권 구입 혹은 도서관에서 대출해 정독했다. 내 몸을 가지고 실험하는 이상 이론 정립은 필수.

유의사항
갑작스럽게 LCHF를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사실 LCHF는 의학계와 영양학계에서 여전히 논란이 많은 식이요법이다. 40여 년간 정설처럼 여겨지던 지방의 역할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조명한 혁신적인 이론이기 때문. 기자에게 과학적인 논거를 댈 만한 전문성도 지식도 부족하기에 ‘LCHF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긴 힘들다. 때문에 LCHF를 시작할 땐 충분한 공부와 정보 습득이 필수다. 기자 역시 ‘내 몸을 가지고 하는 실험’임을 자각하고 2권의 책을 읽었으며, 여전히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중요한 건 LCHF에 관한 정확한 이해다. 당질을 제한하는 범위나 허용식품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꼭 확인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LCHF 초보자가 저지르기 쉬운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지방과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다. LCHF는 모든 종류의 지방을 권장하지 않는다. 육류에서 나오는 기름과 버터 등 동물성 지방과 올리브오일, 코코넛오일, 아보카도오일, 들기름 등 일부 식물성 기름은 충분히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반면 옥수수유, 대두유, 카놀라유 등은 트랜스지방 및 오메가6가 함유돼 피해야할 식품군이다.

채소도 충분히 먹어주는 것이 좋다. 간혹 육류와 계란 등으로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식이섬유가 부족해 변비에 걸리거나 심한 경우 요산 수치가 증가해 통풍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채소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뿌리채소 보다 잎채소 위주로 섭취하고, 당분이 많은 과일은 한 두 조각으로 조절해야한다.

LCHF가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콩팥 기능이 부족해 신부전이 있거나, 간경변증 환자, 일부 당뇨병 환자 등은 당질제한식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유의하자.

2주간의 식이요법이 가져온 변화. 체성분 분석 결과 2주 만에 지방은 줄고, 근육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2주간 다이어트 결과 보고
2주 후 다시 체성분을 측정했다. 몸무게는 1kg 감량으로 크지 않았지만 체지방량이 2kg 가까이 빠졌고, 근육이 약 1kg 늘었다. 무엇보다 LCHF가 초반의 체중 변화가 큰 점을 감안하면 1주차에 3kg 감량 후 정체기가 지속되다 추가 감량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줄넘기와 스트레칭 효과도 톡톡히 봤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붙으면서 몸도 훨씬 가벼워졌다. LCHF를 지속하는 사람들 중 2주 만에 5kg 이상 빠지는 등 감량 속도가 빠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정상체중에서 시작한 기자의 경우 체중변화가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지진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이 슬림해졌으며, 고민스럽던 뱃살과 허벅지, 엉덩이 부위의 살이 많이 빠졌다.

덧붙여 2주간 칼로리 제한 없이 마음껏 먹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조금 덜 먹었더라면 감량폭이 크지 않았을까 싶지만 크림파스타, 삼겹살, 막창구이, 순대국, 버터 새우구이 등을 배부르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빠졌다는 사실. LCHF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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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2017-01-08 18:10:17
여태껏 읽은 저탄수고지방기사들중 가장 객관적이고 시야가 넓게 해주는 기사였어요.
경험도 안해보고 자기가 알고있는 온갖 전문지식을 짜집기하는 여느 의사들글보다도 더 논문에 들어갈만합니다^^

채팅사절 2017-01-07 17:08:13
1주일 경험하고 단점만 늘어놓던 분들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기사네요
잘 읽었습니다 ^^

milkyway09 2017-01-07 12:45:10
저도 고지저탄식으로 먹고있는 중이에요...기자님의 몸상태에 고지저탄식이 무리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시면...계속 함께하고 서로 응원해요~!!!

행복한책세상 2016-12-15 18:34:07
안녕하세요, 행복한 책 세상 출판사입니다. 출판사 신간 <지방과 단백질 식이일지> 발간과 관련해 관련 기사를 찾아보는 중에 이 기사를 관련 정보로 링크했습니다. ^^ http://blog.naver.com/happybookpublish/220886896094

일심 2016-12-08 18:28:07
기자님은 자신은 해 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하는 소위 좃문가라는 인간들과 비교 되시네요.. 저도 직접 해 보고 말하는 편인데 현재 20일 정도 했고 10kg감량에 한포진과 족저근막염이 사라졌습니다.외국의 성공사례는 수도없이 많은데 이권 앞에 양심을 파는 인간들의 쓰레기 같은 글들은 과감히 무시해도 될것 같습니다.앞으로도 양심없는 인간들과 타협하지 않는 좋은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