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의 갈망, 브래드 피트…영화 ‘세븐’ ‘머니볼’ ‘노예 12년’
새로움의 갈망, 브래드 피트…영화 ‘세븐’ ‘머니볼’ ‘노예 12년’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6.2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IFE STYLE|MOVIE

금발의 푸른 눈과 동화 속 왕자님의 미소, <흐르는 강물처럼>의 폴 맥클레인. 땅콩버터를 퍼먹던 섹시한 손끝과 입술, <조 블랙의 사랑>의 조 블랙. 마냥 섹시하고 멋지기만 했던 브래드 피트는 다양한 캐릭터로 부지런히 자신을 단련시켰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빛을 보태고 특유의 천진난만함 속 능글맞은 유머까지 장착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로 성장했지만, 그가 배우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 선택한 영화는 항상 예상을 뒤엎었다.

<델마와 루이스>로 얼굴을 알렸고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비주얼 스타가 됐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랐지만, <세븐>으로 기어코 그 전까지의 비주얼 배우 느낌을 탈피했다. 브래드 피트가 남자가 된 영화, <세븐>. 연쇄살인범의 흔적을 찾아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뒤쫓는 짧은 머리의 형사. 고뇌와 의지에 가득 찬 형사 데이빗 밀스 역을 소화한 그는 메가폰을 잡았던 데이비드 핀처의 눈에 띄며 몇 년 후 <파이터 클럽>에서 재회하기도 한다. 영화의 백미는 클라이막스 부분의 오열 장면. 그동안의 꽃미남 이미지를 벗기에 충분했다. 정작 브래드 피트는 이 장면을 촬영한 후 가장 즐거워했다고.

사실 <머니볼>은 그나마 자제했던 사심을 참지 못한 선택이다. 브래드 피트가 <세븐> 이후에 걸어온 수많은 흥행작. 그러니까 그에게 첫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게 한 <12몽키즈>나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혹은 가장 돈을 많이 쓸어 담은 <오션스 일레븐> 등에 비해 <머니볼>은 작은 영화다. 하지만 인생과 야구를 잔잔하게 엮으며 “그가 친 타구가 홈런인 줄 몰랐다”는 가슴 벅찬 내레이션이 깔리는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40대의 브래드 피트를 설명해주는 선택이었다. 몇 번을 돌려봐도 참 좋은 영화다.

그는 참 가진 게 많았다. 스스로 “나는 유전학 때문에 미움받는 사람 중 하나”라고 할 만큼 타고난 게 많았다. 하지만 그것들을 절대 남용하진 않았다. 성실히도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넓히며 결국 제작에도 연착륙했다. 그 결정체가 바로 <노예 12년>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다.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이자 배우로 참여했는데,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흑인 감독이 오스카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노예 제도로 고통받았던 과거의 온상을 처절하면서도 먹먹하게 담아냈다. 유일한 단점은 잘 생기고 멋진데 마음까지 넓은 역할을 스스로 했다는 오글거림 정도가 다다.

“그동안 나는 노련해져서 좋은 시나리오는 예전보다 빨리 알아차리게 됐다.” 2009년 브래드 피트의 인터뷰 내용이다. 90년대 초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골랐다. 영화의 아주 먼 범주까지 활보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티베트에서의 7년>과 <오션스 일레븐>의 주인공이 같다는 이야기다. 그는 끝이 없고 언제나 신선하고, 가치 있는 작업을 한다. 60대의 브래드 피트는 예전보다 더 기대된다.

*사진제공 네이버 영화, 컬럼비아 픽처스,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