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캠핑을 시작하다
트레일러 캠핑을 시작하다
  • 서승범 차장|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11.30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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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떠나보는거야

새로운 게 필요해
캠핑을 떠난다고 하면 별로 준비할 게 없다. 어지간한 준비물은 작은 박스 몇 개에 실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 개가 빠졌다고 해도 빈자리를 메우거나 그대로 견디는 방법을 몸이 알고 있어서 그렇다. 처음 캠핑을 떠나는 이들이 이부자리부터 칫솔 치약 수건, 수저까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낯설음과 두려움이 시켰을 것이다. 지나면 안다. 꼭 챙겨야 할 것이 있고 갖추면 편하고 좋은 것도 있다는 걸. 불편함도 나름대로 견디는 재미가 있어 즐길 만하다.

누군가는 낯선 두려움의 크기와 무게 때문에 캠핑을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내가 그렇다. 나에게 트레일러 캠핑이 그렇다. 챙겨야 할 것, 오가며 신경 써야 할 것, 평소에 관리해야 하는 것, 비용의 문제 등 트레일러 캠핑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렬종대로 끝이 없다. 그래서 트레일러 캠핑의 낯설음과 두려움을 걷어내보기로 했다. 오토캠핑이나 백패킹 캠핑 혹은 정박형 트레일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에만 집중해보기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경험이 우리를 반길지, 얼마나 새로운 세상이 우리를 맞을지, 아무것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가볍게, 갑작스럽게.

면허 부활 프로젝트
트레일러 면허 있다. 운전면허증 왼쪽 위에는 ‘1종 보통’ 밑에 ‘특수(트레일러)’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이 면허증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여름 서울 서부면허시험장에서 새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이래 트레일러를 걸고 운전을 한 적이 없다. 트레일러 면허가 필요하지 않은 카고 트레일러는 특수면허를 따기 전에도 몇 번 몰아봤지만 덩치 큰 트레일러를 끌고 캠핑을 간 적은 없다. 불혹 넘긴 나이에 트레일러의 유혹에 넘어간 건 그 너머에 있을 세상이 궁금해서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트레일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지간한 차도 다 들어갈 수 있다. 말하자면 갈 수 있는 장소로 치면 트레일러가 가장 제한적이고 백패킹이 제일 자유롭다. 하지만 이동성과 편의성을 고려하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생각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차를 달리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 수 있다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트레일러 캠핑을 할 수는 없겠지만 트레일러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그곳의 공간과 시간을 누릴 수 있으니. 염두에 둔 테마 혹은 장소가 몇 있긴 하다. 이 즈음이라면 별을 볼 수 있는 거기에 가고 싶고 좀더 지나면 첩첩의 산 능선이 수묵화처럼 펼쳐질 거기에도 머무르고 싶다. 벌써 그리워지는 여름엔 한적한 바닷가 거기에 세워두고 스노클링과 카약을 즐기리라 계획만 세우고 있다. 트레일러 면허를 부활시킨다면 트레일러가 나를 자유케 할지니.

인생엔 트레일러 캠핑을 해야 할 때도… 있겠지?
이런 생각의 나래를 펼친 건 바닷바람 센 영종도 끄트머리 마시란 해변이었다. 처음 목적지는 바위도 많고 파도도 제법 센 선녀바위 주변이. 막상 가보니 트레일러는커녕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었다. 다만 사람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백사장에 텐트를 자유롭게 그것도 무료로 칠 수 있다는 걸 안 건 수확이다. 조개구이집이 많아서 시끄러울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건. 트레일러는 제이코 12H다. 예전 취재를 통해 안면이 있는 캠핑앤조이에 급하게 부탁을 했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12H는 입문자들이 즐기기에 딱 좋은 사이즈와 무게를 자랑한다. 부끄럽지만 트레일러 면허가 없어도 운행할 수 있는 녀석이다. 면허가 필요한 무게 제한 750kg에서 10kg 빠지는 740kg. SUV라면 큰 부담 없이 끌 수 있을 정도다. 카고 트레일러처럼 납작하던 상판이 세모꼴로 세워지면서 다락방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요 옆면에다 풀기로 한다. 첫 트레일러 출정은 캠핑 대신 피크닉으로 대신 했다.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나만의 자그만 다락방에 앉아 물 빠진 갯벌을 보며 수다를 즐겼다. 마샬 스피커로 재즈와 록 음악도 즐기다가 책장도 몇 장 넘겨봤다. 바다라고 부러 챙긴 건 아닌데 폴 퀸네트의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였다. 그러니 또다른 어느 순간에는 트레일러 캠핑을 해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

제이코 하드탑 폴딩 트레일러 12H…다락방에서 꺼낸 변신 빌라

흔한 스타일은 아니다. 생김새는 카고 트레일러 같지만 지붕을 세우면 맞배지붕이 된다. 가운데가 솟은 것이 흡사 인디안 텐트 같은 느낌이랄까? 접힌 모양만 보면, 짐만 싣는 트레일러라기엔 좀 크고, 사람 몇 명이 들어가 잠을 자는 트레일러라기엔 좁은 것 같은. 겉보기에 그렇단 얘기다. 하지만 지붕 세우고 벽을 맞춰 고정시킨 다음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크다. 좁다는 느낌보다 아늑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 타이어가 중심보다 약간 뒤에 있다. 무게가 앞으로 살짝 모이기 때문에 견인차(자동차)를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오르막이나 내리막 등 경사가 변하는 곳에서 트레일러 뒷부분이 도로에 닿지 않는다.

안에서 보는 느낌은 통나무집과 흡사하다. 4인용이고 기준 덩치 큰 남자 5명이 들어가면 좁아 터지겠지만 성인 남자도 3~4명 정도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12H안에 있는 것, 2인용 침대, 침대로 바꿀 수 있는 탁자와 소파, 화구가 3개 있는 가스레인지, 개수대, 전자레인지, 냉장고. 없는 것, 화장실, 샤워실. 아, 샤워기는 트레일러 밖에 달려 있다. 간이 샤워시설이지만 괜찮다. 냉온수를 섞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크기를 보자.

침대의 길이를 좌우하는 폭은 2160mm, 벽의 두께를 감안해도 충분하다. 길이는 6000mm, 아늑함과 답답함을 가르는 경계라 보인다. 중요한 건 높이, 지붕을 세우면 지면에서 3m 이상, 바닥에서는 2410mm여서 성인 남자가 서도 충분하다. 대신 지붕을 접으면 1570mm에 불과해 지하주차장에도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다. 가격은 2,700만 원,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이고 어닝은 선택사양이다. 시즌별 프로모션 및 가격은 제이코코리아 정식 판매처에 문의하면 된다.
캠핑앤조이 1599-9594

▲ 바닥에 열선은 없지만 겨울에도 발이 시리거나 춥지 않다. 에어컨과 가스히터, 전기히터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절 스위치 바로 밑에는 소화기가 달려 있다. 이 둘의 위치는 출입문 바로 안쪽이다.

▲ 이 정도 오디오 시설이 없는 트레일러는 사실 찾기 힘들다. 이 녀석이 마음에 드는 건 스피커가 실내에도 있지만 바깥을 향해서도 달렸기 때문이다. 여럿이 모인 캠핑장이라면 민폐겠지만, 고즈넉한 오지라면 꽤 매력적이다.

▲ 조리공간과 취침공간만 실내에 넣은 구조상 샤워를 실내에서 할 수 없다. 대신 바깥에서 간단한 샤워를 즐길 수 있도록 운전석 뒤쪽에 간이 샤워기를 달았다. 두 개의 수도꼭지는 당연히 냉수와 온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단 얘기다.

▲ 12H의 냉장고는 가스와 배터리, 전기 3가지로 작동할 수 있다. 장거리를 주행할 때에는 효율이 좋은 가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12H의 냉장고는 멈추지 않는다. 참고로 가스는 트레일러 앞부분 프레임 위에 자리잡고 있다.

▲ 캠핑에 빠질 수 없는 요리가 바비큐일 텐데, 12H는 트레일러 외부에 가스 그릴을 설치할 수 있다. 기름 튀지 않고 냄새 배지 않고 야외에서 곧바로 맛있는 요리 즐길 수 있고, 얼마나 좋은가. 크기도 넉넉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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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3 2017-08-17 10:34:28
트레일러 대여료는 어느정도 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