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단장한 캠핑의 미에 빠져들다
오색 단장한 캠핑의 미에 빠져들다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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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캠핑과 트레킹__①화양동야영장

맑은 계류와 기암, 숲과 산, 나무  등 다섯 가지 미가 가을을 부른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중국의 무의구곡을 본 따 만든 화양동의 아홉 명소에는 이 땅의 숨겨진 비경지가 품은 고풍스러움과 멋스러움이 살아있다. 그곳에는 자연과 어우러진 우리의 삶이 녹아있으며 그곳에서 하나가 되고자 했던 선조들의 이상이 남아있다. 가을 화양동에는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려 했던 선조들을 자랑하던 맑은 계곡과 기암, 숲과 산, 나무 등 5가지 아름다운 멋이 살아 있다. 

속리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한 화양구곡은 빼어난 계곡 미와 1급수의 맑은 물을 자랑하는 곳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말년을 보내던 화양구곡에는 기암과 암반 위를 흐르는 물살과 담이 자리했다. 또한 계곡 들머리에 널찍한 야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캠핑과 더불어 트레킹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화양동야영장에서 계곡을 따라 9곡 파천까지 오르는 길은 오르막이 거의 없고 널찍한 포장길이 이어져 아이들과 함께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진천인터체인지에서 괴산군으로 들어서면 갈림길마다 설치된 화양동 이정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화양동을 대표하는 아홉 곳의 명소는 우암 송시열이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 따서 이름붙인 것으로 화양목이 많아 화양동이라 칭했다. 그중 암서재에는 직접 정자를 짓고 책을 읽으며 소일하기도 했던 곳이다. 극과극의 첨예한 삶을 살았던 그는 일생을 자신의 철악과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 화양동계곡을 대표하는 화양구곡은 모두 아홉 곳의 빼어난 명경지로 중국의 무의구곡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9월의 화양동야영장은 휴가철의 소란스러움을 뒤로한 채 차분하고 고요했다. 한적한 야영장에는 가을의 정취를 담은 낙엽이 거닐 뿐이다. 낙엽을 치우고 하룻밤의 스위트 홈인 ‘이스턴’을 펼쳤다. 텐트, 자연 속의 비와 바람을 막아 줄 이 오두막은 폴과 천이라는 두 가지 구조가 중심이다. 수평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천과 수직의 공간의 받쳐주는 폴, 이 둘의 조화는 지난 수세기 동안 인디언은 물론이고 히말라야의 고산에서도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

▲ 붉게 물든 단풍나무.
기술이란 것에 가끔 놀라움을 표하게 되지만 텐트 천을 구성하는 나일론이란 섬유는 아마도 등산은 물론이고 아웃도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프랑스의 안나푸르나 초등은 이 나일론이 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그 후 아웃도어 의류와 텐트는 경량화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화양동탐방안내소를 지나 인근 계곡 옆으로 조성된 탐방로로 들어섰다. 굵은 벚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수놓아진 산책로는 여름이면 벚꽃, 가을이면 단풍이 수놓아지는 곳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지를 차곡차곡 채워가는 생명의 순환은 법이나 규제라는 제도를 동원하지 않아도 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과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가능하다면 아마 더욱더 세상은 아름답고 풍족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욕심과 욕망을 버린 만족의 자리일 테니 말이다.

맑은 물 위에 솟은 기암이 일품인 운영담

▲ 화양구곡 중 하나인 운영담. 거울처럼 맑은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곳이다.
낙엽이 쌓인 탐방로 한쪽에는 이른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떨어진 입들을 배경 삼아 가을 사진 촬영에 빠진 커플들도 보인다. 제1곡인 경천대를 지나 첫 번째 다리를 건너 거울처럼 맑은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운영담을 찾았다. 계곡을 따라 급하게만 흘러가던 물살이 잠시 숨을 고르는 이곳은 물가에 솟은 바위와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이다. 이 때문인지 풍경이 아름다운 운영담 주변부터 암서재까지는 상가들이 들어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운영담 위에 자리한 화양서원은 송시열이 병자호란 이후 화양동에 머물며 명나라와의 친분을 강조했던 곳이다. 사실 이 화양서원은 충북지역 유학의 메카라 할 수 있다. 또한 조선 숙종 이후로는 노론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때문에 고종 때는 흥선대원군의 사원 철폐령에 따라 헐리기도 했다. 서원 한쪽에 자리한 만동묘는 명나라 신종과 의종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2001년 복원이 시작된 두 건물은 최근에야 그 모습을 갖췄지만 좁은 계곡에 자리하기엔 너무 억지가 아닐까 싶다. 만동묘를 나와 상가지내를 지나다보면 오른쪽으로 널찍한 암반 위에 자리한 고풍스런 건물이 보이는 데 바로 암서재다. 나무와 암반이 어우러진 둥지 속에 자리한 암서재는 화양구곡의 최고 명경지로 송시열의 별장이며 서재였던 곳이다. 이 암서재 밑이 금사담으로 ‘물 아래 모래가 금가루처럼 빛난다’는 곳이다.

자연 속에 하나가 된 암서재는 송시열이 꿈꾸던 이상적인 삶을 대표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책을 읽고 소일하던 그의 삶은 아마도 가장  극명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있어 가장 안락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암서재를 지나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니 바로 첨성대다. 캠프장에 앉아 무료한 시간이 보내기가 아쉬워 나선 산책이지만 주변에 명경지들이 이어지다보니 또 다른 캠핑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해가 갈수록 전국에 걷기 좋은 길들이 늘어나는 것일 게다.

▲ 우암 송시열이 자리의 서재 및 별장으로 이용했던 암서재. 이 암서재 아래가 바로 모래가 금처럼 예쁘다는 금사담이다.
화양동에 기거했던 송시열 역시 젊었을 때는 가르침을 받기 위해 하루 50리 길을 걸어 다녔다고 한다. 그는 김장생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었으며 걷는 동안 배운 것을 암송하고 생각을 다지기도 했다. 우린 걷기를 통해 세상이란 도서관을 접할 수 있고 때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도 한다.

산자락이 감싼 화양구곡의 풍경은 곡선의 부드러움이 주는 자연의 신비를 감추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선조들은 이 곡선의 미를 우리의 건축물에 이용하려 했으며 배흘림기둥이란 독특한 양식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독특한 미적 양식은 서양의 직선과 수직으로 솟은 건축물이 아닌 자연 속에서 하나가된 건축물들을 짓곤 했다.  첨성대를 지나자 포장길이긴 해도 길도 좁아지고 숲속으로 이어져 제법 걷는 즐거움이 느껴진다. 커다란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 있는 능운대를 둘러보고 능운대휴게소를 지나 계곡 가에 자리한 암반의 모습이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다는 와룡암으로 올랐다. 능운대를 지나 와룡암으로 가는 길 역시 산자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때문에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금강산 이남의 명소 중 으뜸이라고 칭찬해마지 않았다. 길가에 자리한 와룡암은 바위 틈새의 갈라진 모양이 용이 승천하며 만들어진 모습 같다.  

맑은 계류가 시원함과 기암들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은 학소대에서 한층 빛을 발한다. 흰 학이 소나무 사이에 집을 짓고 살았다는 학소대는 기암과 어우러진 계곡이 일품이지만 낙영산에서 가령산으로 이어진 긴 산줄기를 감상할 수 있어 가을철 단풍의 명소이기도 하다. 학소대 앞 다리를 건너면 바로 도명산과 낙영산 산행의 들머리로 1시간 20분이면 도명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학소대 다리에 서서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다 마지막 구곡인 파천을 찾아 나섰다.

▲ 화양동야영장은 여름철 성수기 외에는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적한 캠핑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트레킹과 캠핑의 명소 화양동야영장
파천휴게소 아래 자리한 파천으로 가는 길은 맑은 공기가 주는 삼림욕과 함께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숲길이다. 파천은 널찍한 암반 위를 흐르는 물결이 아름다워 여름철에는 찾는 이들이 많다.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듯하다’는 파천을 끝으로 9곡은 모두 끝난다. 파천에서 다시 걸음을 돌려 화양동야영장으로 향했다.

오후의 햇살이 약해지면서 산자락 아래 자리한 야영장에도 스멀스멀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캠핑의 밤은 짧은 휴식의 시간이며 또한 가족과 연인들을 위한 시간이다. 휘발유랜턴을 켜고 의자에 앉아 잠시 걷기에 지친 다리를 풀었다. 요즘은 대부분의 캠퍼들이 전기를 사용하지만 본래 캠핑은 목적은 기계와 문명의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그 일부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캠퍼는 자연 속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 가을을 맞아 낙영산과 도명산 능선을 오르기 위해 화양동을 찾은 사람들.
화로에 불을 피우고 모닥불 주변에 앉았다. 화로불은 캠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캠프장의 잔디와 지면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로대는 밤을 캠핑의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놨으며 가족들 간의 대화의 공간을 제공한다.

밤이 되며 급격하게 기운이 떨어지긴 했지만 모닥불이 있어 따스하다. 캠핑에 참가한 일행들과 모닥불 토크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의 여유, 몸은 문명의 세계를 떠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도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보다. 그래도 빠르게만 흘러가는 디지털의 세상 속에서 캠핑을 통해 정과 사랑의 넘치는 아날로그의 세상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캠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며 축복이다. 어둠이 깊이를 더해 갈수록 별은 더욱더 밝은 빛을 분출한다.


>>> 속리산 화양동야영장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에 자리한 화양동야영장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탐방안내소가 지척이라 캠핑과 더불어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화양동야영장은 화양구곡의 맑은 물이 흘러내려오는 만큼 여름철에는 피서를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캠프장 내에는 150동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으며 화장실과 취사장, 간이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야영장 바로 옆이 식료품이나 필수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매점이 있어 이용하기 좋다. 성수기 이외에는 제법 한가해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동절기에는 화장실과 취사장의 수도관 동파를 막기 위해 취사장과 화장실을 폐쇄할 수 있으니 사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야영장 이용료는 어른 1인 1천6백원(성수기 2천원), 어린이 8백원(성수기 1천원), 주차비 승용차 4천원(성수기 5천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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