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 |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길 ② 캠핑
Backpacking |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길 ② 캠핑
  •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4.1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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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호수, 깊어가는 캠핑의 밤

모락산길은 마땅히 텐트를 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길을 떠난 이상 해가 지기 전에 고단한 몸을 쉴 곳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시 백운호수로 돌아왔다. 수많은 카페와 식당들을 지나쳐 한적해 보이는 농로로 들어서 호숫가 쪽에 캠핑 사이트를 마련했다.

▲ 백운호수는 백운산과 모락산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삼남길 3구간 모락산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화장실이나 세면대 따위는 기대할 수 없는 노지였지만, 한적하고 땅이 고른 게 텐트 2~3동을 치기에는 적합해보였다. 우리만 그렇게 여긴 건 아닌 듯 이곳에서도 지난 캠핑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건너편의 라이브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김광석의 노래가 울려 퍼진 것만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사이트였다.

▲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에 위치한 백운호수는 1953년에 준공됐다.
▲ 날씨가 풀려서 땅에 펙을 박는 일도 수월하다.

쇠당나귀가 무엇이더냐
이번 백패킹의 동반자 김재욱 씨는 2012년 삼성 리더스허브 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쇠당나귀’로 데뷔한 신인 작가다. 쇠당나귀는 구한말 수도 한양에 등장한 최초의 전차를 본 군중들이 전차에 붙여준 이름이다. 19세기 말 조선을 배경으로 한 그의 소설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입담으로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 김재욱 씨는 2012년 삼성 리더스허브 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쇠당나귀’로 데뷔한 신인 작가다.
▲ 백운호수는 그리 크진 않아도 소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반면에 그와는 별개로 온라인 사이트에는 서평 하나 달려 있지 않을 정도로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2000년대의 가장 훌륭한 한국 소설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는 김재욱 작가의 ‘쇠당나귀’는 여전히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판매와 상관없이 적잖은 상금을 받은 탓에 그는 여전히 소설을 쓰면서 잘 지내고 있다.

▲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 밤보다 아침이 오히려 더 쌀쌀하게 느껴진다.

호숫가에 울려 퍼지는 이등병의 편지
아직까지도 주변의 풍경에서 봄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나무에 돋아나는 새순과 밤이 깊어져도 텐트 밖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겨울이 지나갔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증거였다. 간간히 날아드는 물새들을 바라보며 한 잔씩 기울이다 보니 어느 새 보드카 한 병을 다 비웠다. 근래 몇 달 동안은 밤이 너무 추운 나머지 캠핑을 가더라도 차분하게 술을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황급히 술잔을 비우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것이 그동안의 일상이었다.

▲ 아침을 먹고 떠나기 전 호숫가에 나 있는 근처 갈대숲을 산책했다.

간만에 야외에서 벌어진 술자리에서 우리는 조금 무리했고, 가져온 맥주가 떨어지고 나서야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호수 건너편의 카페에서 누군가 목청껏 열창하는 ‘이등병의 편지’가 밤늦게까지 울려 퍼졌다. 물론 ‘이등병의 편지’는 좋은 노래다. 그러나 이 시간대에 이런 곳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분명 제대한 지 20년은 더 지난 적잖은 나이임이 분명했다. 도무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노래가 취침을 방해하진 않았다. 오히려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질수록 술에 취한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TIP
백운호수
백운호수는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에 위치한 1953년에 준공한 인공 호수다. 본래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됐으나,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교통의 접근성으로 인해 인근 수도권 시민의 휴양지로 사랑 받고 있다.

북동쪽의 청계산과 남동쪽의 백운산, 서쪽의 모락산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삼남길 3구간 모락산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백운호수에서는 라이브 카페와 각종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으며, 호수에서는 수상스키와 보트를 탈 수 있어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는다. 우리는 백운호의 영양돌솥정식에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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