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 | 강원도 인제 곰배령 ③ 캠핑하기
Backpacking | 강원도 인제 곰배령 ③ 캠핑하기
  •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김태우 기자
  • 승인 2013.11.1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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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추자연휴양림…솔솔 불어오는 강원도의 바람은...칼이었다

곰배령 산행을 마치고 하추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설악산에 첫눈이 내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날이었다. 설피 마을과 진동계곡을 지나면서 줄지어 늘어서 있는 펜션과 민박들을 바라보며 잠시 갈등에 빠지기도 했지만, 뭐 달리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백패킹의 완성은 바로 캠핑이니까. 남자는 역시 캠핑.

▲ 하추 자연휴양림에는 길이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킹 코스가 연결돼 있다.

라이터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저번 달보다 더 두꺼운 침낭과 옷으로 무장했고, 때 이른 감이 있지만, 핫팩까지 챙겼다. 방심은 절대 금물. 호들갑을 피운다기보단 이게 다 군 생활을 철원에서 보내서 강원도라면 치를 떨게 된 탓이다. 가져온 마이도스 듀오 텐트 2동을 30분 만에 완성하고 휴양림 주변을 돌며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와 낙엽을 주워 모았다. 좀 더 미니멀하고 자연 친화적인 캠핑을 위해 이번에 특별히 준비한 아이템들이 있었다. 바로 파이어스틸과 켈리케틀이다.

파이어스틸은 불씨를 만들어내는 금속제 부싯돌이고, 켈리케틀은 아일랜드에서 온 주전자다. 땔감으로 불을 지펴 물을 끓일 수도 있고 입구에 코펠을 올려 요리도 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물건이다. 먼저 잔 나뭇가지와 마른 낙엽을 모아놓고 파이어스틸로 불꽃을 일으켰다. 불을 피우는 건 이제 식은 죽 먹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불꽃과는 별개로 불을 붙이는 건 만만치 않았다.

“야 네가 해봐.”
“그게 그렇게 어렵냐?”
“아니다, 그냥 다시 나 주라.”

서로 차례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다. 힘을 주면서 용을 쓰다가 결국 파이어스틸이 툭 하고 부러져 버렸다. “이게 부러질 수도 있는 건가.” “네가 싸구려를 사니까 그렇지.” 싼 맛에 산 파이어스틸은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다.

▲ 마이도스 듀오 텐트 2동을 치고 세팅까지 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 마이도스 듀오 텐트 2동을 치고 세팅까지 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어쨌든, 배가 너무 고파서 도전은 다음날로 미루기로 하고 우리는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지폈다. 새삼스럽게 이 작은 물건 하나에 모두 환호의 함성을 내지르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이고 준비해온 먹거리로 저녁을 해결했다.

넉넉하지 못하게 준비한 땔감 때문에 켈리케틀의 불길은 금방 사그라졌고, 한밤중에 산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우리는 내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그날 휴양림의 야영데크에는 우리를 제외하곤 단 한명의 캠퍼도 찾아오지 않았고, 적막한 강원도의 칼바람만이 밤새 텐트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 아침에 일어나보니 강아지풀이 서리를 맞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서리에 고개 숙인 강아지풀
핫팩을 넣은 침낭 안은 꽤나 따뜻했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아침이 올 때까지 침낭 속에서 몸을 뭉그적거리다가 텐트 밖으로 기어 나왔다. 화장실에 가는 길에 만난 강아지풀은 서리가 잔뜩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간밤의 추위를 새삼 실감하며 밤새 추위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침낭의 성능에 감탄했다. 행여나 누가 안 믿을까봐 사진부터 먼저 한 장 찍었다.

사이트를 정리하고 침낭과 텐트를 말리려 햇살에 널어둔 사이 휴양림 인근의 트레킹 코스를 따라 가벼운 산책을 다녀왔다. 내린천 계곡에서 물수제비 내기도 하고 도망치는 다람쥐를 쫓는 사이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차 막히겠다. 이제 가야지.” 꿈을 깨우는 강력한 주문 한마디에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 마이도스 듀오 텐트는 중량이 1.7kg에 불과한 초경량 텐트로 미니멀캠핑에 적합한 제품이다.

▲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겁내지 않는 다람쥐.

▲ 힘주지 마라.

▲ 절대 그냥 돌을 물 속에 처박는 게 아니다.

▲ 간밤의 추위로부터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준 장비. 텐트와 침낭 매트리스까지 모두 배낭으로 짊어지고 다닐 수 있는 무게다.

▲ 누가 그랬던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TIP
파이어스틸로 불피우기
돌이나 철을 부딪쳐 만든 불꽃으로 불을 피우는 방식은 철기시대부터 시작되었다. 파이어스틸은 이 유구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캠핑도구다. 구조적으로 단순해서 물에 담그거나 오래 방치해도 기능에 문제가 없다. 불을 피우는 원리도 간단해 막대를 나이프 칼등이나 쇳조각 같은 거친 표면으로 긁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방법이 간단하다고 들이는 수고까지 적은 건 아니다. 마른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긁어서 부싯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휴지나 구긴 종이를 써도 불이 잘 붙는 편이다.

막대를 긁을 때는 강하게 눌러 한 번에 긁어야 한다. 여러 번 살살 긁어봐야 불꽃도 잘 안 일어나고 힘만 든다. 연기가 난다 싶으면 살살 불어가며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우는 것은 언제나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날 우리의 도전은 결국 성공.



TIP
하추자연휴양림
하추자연휴양림은 설악산 기슭에 위치,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하다. 숙식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만이 설치돼 있어,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도보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등산로에는 원추리, 꼬리풀, 노란꽃창포, 용머리 등 50여 종 3만 본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체험장으로도 어울린다.

푸른 물줄기와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룬 내린천 계곡과 민통선 내 유일한 고층 습원지인 대암산 용늪, 최대 야생화 고원 곰배령 등 주변에 관광명소도 즐비하다. 야영 데크에 전기시설은 없지만,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이 있다. 이용요금은 1박에 1만원이고 주차료는 별도다. 예약은 연중 24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ㆍ주소 : 경기도 가평군 상면 임초리 625
ㆍ문의 : 010-8938-1584
ㆍ홈페이지 : www.morningca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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