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ke & Camp|대이작도 Ⅱ
Bike & Camp|대이작도 Ⅱ
  • 글 강다경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10.2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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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야 바다야 물고기를 내어라

작은풀안 해수욕장 송림 근처에 텐트 세 동을 쳤다. 풍경 따라 멋을 내고 싶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다가 비를 품은 바람이 심상치 않아 실타프를 쳐 가운데에 자리를 마련하고 텐트를 정돈했다. 200m의 모래 해변이 앞에서 철썩대며 여기로 와 같이 놀자고 초대장을 자꾸 보냈지만, 대이작도 길과 ‘밀당’에 지쳐 급상승한 허기를 달래려 해수욕장 옆 횟집에 가 회를 먼저 떠왔다.

▲ 작은풀안 해수욕장 해변서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대이작도산 광어는 6만원으로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 값은 더하지만 튼실하다. 다른 횟집도 가격은 마찬가지다. 섬사람들끼리 정한 액수이니 지불하고 회를 뜨면 매운탕감 뼈와 야채도 풍성하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다른 손님이 시킨 전어도 몇 마리 싸주신다. 가을 전어에 솔깃해 몇 마리 얻어와 즉석밥에 전어를 먹으니 꿀맛이다.

▲ 우선 베이스캠프를 작은풀안 해수욕장에 마련해두고 대이작도를 돌기로 했다.

지구 북반구의 생활 패턴에 맞게 움직이는 캠퍼 생활
이른 잠이었다. 별도 보이지 않고 멀리 자욱하게 달 같은 것이 보이다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밤을 맞은 섬은 불빛도 없고 인적도 없다. 그렇게 섬은 시간을 지운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해, 이제는 너무 유명해 흔해져버린 정현종 시인의 시 ‘섬’도 텐트에 누워 떠올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고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그러나 그 마음 자체는 흔하지 않다. 모든 다른 개체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 그 섬에 닿고 싶은 애잔한 노력은 말이다. 저 바다처럼 깊은 그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은. 캠핑은, 아주 조금은, 그 사이로 가는 길일 수 있다.

▲ 송림 가까이 깨끗한 모래사장과 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닷물의 수심도 2~300m 가량으로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 좋다.

▲ 작은풀안 해수욕장 근처에는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다. 샤워실은 여름 성수기에만 개방한다.

밤이니 찰싹 찰싹 파도소리만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텐트에서 자면 늘 그렇듯 온갖 자연이 말을 걸고 그 소리가 꽤 귀를 행복하게 한다. 자연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며 깊은 잠에 빠졌다가 빗소리가 우렁차 잠이 깼다. 깨보니 새벽 두 시. 일행인 김진학 국장이 타프가 무너질까봐 빗물을 걷어내고 있었다. 비는 꽤 세차서 가을비라 하기 무색할 지경이다.

민박집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없는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잠을 청했다. 까무룩 잠이 들어 깨보니 해가 밝았다. 텐트 생활은 이렇다. 자연이 여기 있어서, 자연스럽게 해가 뜨면 눈이 떠지는 지구 북반구의 생활 패턴에 맞게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날은 여전히 흐려도 비가 멎어 아침 커피를 마시러 물을 떠왔다. 지하수라 물맛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커피맛은 ‘물빨’에 달렸기에 그 맛이 입에 달라붙는다.

▲ 작은풀안 해수욕장 앞 이작횟집에서 사온 대이작도산 광어회.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오면
우리가 자전거 타고 캠핑 가서 하는 얘기는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에 대한 게 많다. 서울, 강화도, 원주, 충주를 거쳐 대이작도라는 코스도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나왔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더 좋은 코스가 나온다.

“자전거 코스만으로는 어디를 딱 짚는다는 게 어렵죠. 길이 너무 많으니까.”
“…….”
“증도도 괜찮아요. 40km로 하루 3시간이면 갈 수 있어요. 업힐이 꽤 있지만 섬을 한 바퀴 일주를 하는 거야. 슬로우시티에 의미를 두고. ‘힐링’, ‘슬로우’는 자전거랑 콘셉트가 맞으니까.”
“…….”
“나는 자전거 타고 일본 같은 데 가도 좋을 것 같아.”
“저는 오키나와 일주하고 싶어요.”
“큐슈 올레길도 좋아요. 10월 달에 일본 사가현에서 열기구세계대회가 열려요. 나는 아직도 애인지 열기구가 올라가면 내 가슴도 뛰어.”
“좋은 데일수록 먼 것 같아요.”

▲ 매운탕이 맛나 다음날 라면으로 재탕하려 했으나 비바람 때문에 실패했다.
▲ 밤새 꽤 많은 비가 왔지만 우리 텐트는 무사 견고 튼튼.

아침내 비는 뿌렸다 말았다 하며 대이작도 길처럼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한다. 비가 오지 않는 틈을 타 물을 떠다 라면을 끓이고 즉석밥을 데운 후 3분 요리를 데웠다. 햄도 데워 빗소리를 음악 삼아 식사를 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도 어느새 귀에 익었다.

비옷 챙겨 입고 우산 쓰고 바다에 발을 담가보자고 해수욕장 가까이 가니 모래는 보드랍고 물색은 곱다. 서해답지 않은 짙은 에메랄드빛이다. 멀리 풀등으로 치는 파도가 보인다. 파도와 파도 사이 서있으면 마음도 금세 두근두근, 바다처럼, 파도처럼, 살아있다.

▲ 아침내 비는 뿌렸다 말았다 하며 대이작도 길처럼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한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장 그르니에, <섬> 중

▲ 팩 뽑으며 철수 준비 중.

작은풀안 해수욕장
텐트를 칠 수 있는 송림이 있는 해수욕장이다. 소나무가 굵지는 않지만 지척에 깨끗한 모래사장과 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닷물의 수심도 2~300m 가량으로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 좋다. 대이작도에는 작은풀안 해수욕장 이외에도 큰풀안 해수욕장, 계남해변 등 바닷가가 지천에 널려있으나 작은풀안 해수욕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이유는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기 때문.

샤워실은 여름 성수기에만 개방한다. 부근의 풀등펜션 매점에는 라면이나 과자류, 건전지, 부탄가스 등을 팔고 있다. 그러나 캠퍼를 위한 최적의 매점은 아니니 가스를 비롯해 캠핑을 위한 물품을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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