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ke & Camp|대이작도 Ⅰ
Bike & Camp|대이작도 Ⅰ
  • 글 강다경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10.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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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은 들었다 놨다

사람들은 때때로 섬에 가고 싶어 한다. 고독과 적적함, 존재에 대한 명상 등이 섬과 닿아있다. 섬에 부는 바람에 떨어내야 할 것들을 안고 세상 같은 것은 나 몰라라 하고 싶을 때,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섬으로 간다. 그러나 아니면 그래서, 섬은 온갖 것들을 품고 있다.

땅에서부터 섬까지
우리나라에는 3천 곳이 넘는 섬이 있다. 기준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고 있으나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463곳, 무인도는 2,719곳으로 2008년 조사되었다. 이 중 인천에 소속된 섬은 155곳.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40곳이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나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한 시간 조금 넘어 서울의 번잡함이 모두 한바탕 꿈인 것만 같은, 그런 섬이 있다. 무릉도원 같은 평화와 고요가 숨 쉬는 땅이다.

▲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시간 40분 들어가면 서울의 번잡함이 모두 한바탕 꿈인 것만 같은 대이작도가 있다.

▲ 대부훼리호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자전거 요금 6천원을 따로 받는다.

그 섬에 가려면 뱃고동 소리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대이작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배는 대부고속훼리호. 인천에서는 5호, 대부도에서는 7호가 다닌다. 인천에서는 2시간 10분, 대부도에서는 1시간 40분이 걸린다. 평일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는 9시에 1대, 대부도에서는 9시 30분에 1대가 있다. 주말에는 8시와 12시(일요일은 오후 2시)에 두 번 운행한다.

평일에 배를 놓치면 다음날 타야 한다. 배는 다른 섬을 거쳐 대이작도로 간다. 승봉도나 소이작도, 자월도, 덕적도 등 대이작도에서도 보이는 섬들이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는 대부훼리호 외에 레인보우호도 있다.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이면 대이작도에 닿지만, 요금이 2만1,600원이다. 자전거는 실을 수 없다.

▲ 대부훼리호는 방아머리선착장에서 9시 30분에 출발한다. 배는 하루 1대다.
▲ 포기하기 십상인 15도 경사의 업힐이 약 6백 미터 가량 대이작로 초반부터 이어진다.

▲ 섬에서만 맡을 수 있는 이상야릇한 고요와 더불어 나는 짠내가 대이작도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 여행자를 맞아준다.

그득한 섬 풍경을 만나다
대이작도에 들어서자마자 환영 팻말에 ‘영화의 고향,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리고 섬 냄새가 물씬 난다. 섬 냄새? 바다 냄새가 아니다. 섬에서만 맡을 수 있는 이상야릇한 고요와 더불어 나는 짠내다. 선착장에는 대이작도 관광지도와 매표소, 매점과 식당이 있다. 대이작도는 면적 2.584㎢의 섬, 선착장에서 섬 끝까지는 약 4km 정도다.

이곳에 매점은 3개다. 선착장에 하나, 작은풀안 해수욕장에 하나, 계남마을에 하나. 그러나 매점에서는 라면이나 과자류, 건전지, 부탄가스 등과 필수품만 팔고 있다. 즉석밥, 랜턴이나 스토브를 켜기 위한 가스는 없다. 당연히 랜턴 심지도 없다.

▲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섬 풍경이 그득하다.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들어가면 등대며 뻘에 몸 풀고 있는 배 몇 척만 봐도 섬 풍경이 그득하다. 큰마을은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와 이작교회, 이작성당, 파출소가 있어 마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큰마을을 지나면 대이작도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 대이작도는 한시도 쉬지 않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자전거를 탔다 내렸다 울다 웃게 한다.
▲ 길은 오직 하나다. 대이작도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면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처음 오르막을 본 순간 정신 차릴 수 없어

대이작로는 장골고개 오르막 초장부터 기를 팍 죽인다. 일행 모두가 포기하고 마는 15도 경사의 업힐이 약 6백 미터 가량 이어진다.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패니어에 트레일러를 줄줄 달고 오르기엔 벅찬 길이다. 섬에서 해안도로를 달리며 ‘룰루랄라~’ 포카리스웨트 광고 같은 장면을 꿈꾸었다면 그런 꿈은 바다에 갔다 버리라는 듯. 길은 오직 하나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끌면서라도 올라가야 한다.

지렁이처럼 느릿느릿 길을 오르다보면 땀은 좀 나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에 놀라고, 대이작도에 심어진 배롱나무의 화사한 아름다움에 놀라고, 여기저기 꽃 향기에 코는 흠씬 행복해진다. 오르막 동안 차는 거의 볼 수 없고 마찬가지로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섬은 우리를 위한 곳인가 싶은 착각이 들고 만다. 부아산으로 가는 등산로를 지나쳐 삼신할미약수터를 지날 때까지 업힐이 이어진다.

▲ 작은풀안 해수욕장의 데크 산책로는 보자마자 걷고 싶게 한다.

▲ 내리막은 왜 늘 짧은 것일까.
▲ 산책로를 지나 바닷가 바위에서 섬의 부산함과 만났다.

작은풀안 해수욕장 멀리 풀등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으로 치닿으면 작은풀안 해수욕장 팻말이 보인다. 작은 풀안에 텐트를 쳐두고 데크 산책로를 따라 나섰다. 25억 1천만 년 되었다는 암석이 이 길에 있다. 인간의 역사보다 바위는 더 오래 지내고, 인류는 멸망해도 지구는 좀 더 오래 살겠구나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던 중에 바위를 보면 아연함이 밀려든다. 지구의 판이 이동하고 대륙이 바뀌고 섬이 우뚝 솟고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그 광경을 이 바위는 알고 있다. 초대륙과 공룡의 시기도 이 바위는 지내왔다.

그러나 바위는 묵묵하게 있음으로 있음을 완성한다. 말이 있고 감탄이 있고 슬픔이 있는 인간과는 다르다. 100년 동안 감정의 고투와 사건 속을 오가는 인간이 보기에는 바위는 그 자리에 있음으로 초현실적이다. 언젠가 인류가 사라져도 바위는 자기가 몇 억년을 여기 있었는지 따위 무관심하게 있을 것이다.

▲ 25억 1천만 년 되었다는 암석은 초대륙과 공룡의 시기를 지나 이 자리에 있다.

▲ 조석간만의 차 때문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모래섬 풀등.

데크 산책로를 지나 바닷가 바위에서 섬의 부산함과 만났다. 섬이 적적하고 고요하다는 것은 인간의 시선이다. 섬에서는 우리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소동이 벌어져서는 바닷가에 사는 갯강구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작은풀안 해수욕장이 명소가 된 이유는 풀등의 덕도 크다. 조석간만의 차 때문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모래섬 풀등. 주말이면 1만원에 풀등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지만 주중에는 15만원 배삯을 내야만 배가 운행한다. 사막에 온 느낌을 자아내고 바다가 남긴 무늬가 모래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는 이곳은 날씨 사정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 계남마을은 평화로운 섬 마을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 낑낑거리며 600m 가량 오르면 부아산 정상이다.

▲ 계남분교는 1967년 영화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이나 현재는 허물어져가는 폐교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입고 있다.

계남분교를 떠난 ‘섬마을 선생님’
작은풀안 해수욕장에서 대이작로로 나와 계남해변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업힐과 다운힐 구간을 지나야 한다. 업힐은 지독하고 다운힐은 행복한 것이 당연지사. 대이작도는 한시도 쉬지 않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자전거를 탔다 내렸다 울다 웃다 하게 한다. 주변의 배롱나무며 온갖 꽃들은 향기롭고 무관심하게 진분홍으로 빛난다.

▲ 웃고 있지만 실은 혼자 폐교에 들어가며 약간 겁이 났다.

계남마을에는 대이작도의 팻말에 씌어있던 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인 계남분교가 있다. ‘섬마을 선생님’은 1967년 영화로 보지는 못했다.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만 알고 있는 정도다. 46년이 지난 영화 촬영지를 찾다가 계남마을의 한갓진 풍경에 풍덩 빠져버렸다. 일하는 아주머니와 그 곁에 늘어져 자는 고양이의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다.

계남분교가 학교였다는 것을 그네 지지대 없이는 알기 어렵다. 올라가는 계단은 풀이 무성한 채 염소 한 마리가 환영 인사를 해준다. 그네는 녹이 슨 지지대만 남아있고 운동장이었던 곳도 잔디가 무성하다. 흔적 찾기 놀이를 하듯 교실을 찾고 교문을 찾았다.

▲ 부아산으로 가는 길은 나비가 팔랑대는 것 말고는 고요하다.

▲ 오르막은 곧 내리막이 되어 처음의 땀내는 다 잊게 한다. 대이작도에 다녀온 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섬에 한번쯤 가보라고 전했다.

섬 속의 산, 부아산
섬은 바다와 함께 그린다. 머릿속에 섬을 그릴 때는 그렇게 한다. 그러나 3㎢가 되지 않는 이곳에는 바다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삶과 세상만사가 있다. 대이작도에는 산 두 개가 봉긋 솟아 있다. 부아산과 송이산이다. 우리도 풍경 찾아 산으로 갔다. 송이산은 자전거로 가기 힘들다 해 부아산으로 향했다. 부아산 이름은 어머니가 아이를 업은 모습이라 해 붙었다.

부아산으로 가기 전 삼신할매약수터에서 물 한 잔을 마셨다. 아이를 낳게 해주며 더불어 아이와 한평생 사는 동안 행복하게 해주는 물이란다. 여기서 맛보는 물이 더 단 까닭은 부아산의 정기를 받은 물이기도 하겠으나, 땀샘을 뚫고 나와 허공으로 사라진 수분이 이 물로 보충되기 때문.

▲ 바람에 깎일 대로 깎여 날이 선 바위가 ‘나 여기서 바람 좀 맞으며 자리를 지켰소’ 하고 서있다.
▲ 덕적도, 소이작도, 승봉도, 풀등이 가깝게 보인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연이은 업힐에 쫄깃해진 심장을 달랬다. 땀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물맛에 한동안 취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아스팔트가 깔려 자전거로 오르기 좋다. ‘이 오르막은 곧 내리막’이라는 마음으로 낑낑거리며 600m 가량 오르는 수밖에 없다. 가는 내내 나비가 팔랑대는 것 말고 길은 고요가 찰랑거린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대이작도

요금 : 9,800원(편도), 자전거 6천원
ㆍ인천 / 13,200원(편도), 자전거 8천원
소요시간 : 약 1시간 40분
ㆍ대부도 평일 9:30분, 대이작도 3시 50분 출항
ㆍ토요일 8시, 12시, 일요일 8시 오후 2시 출항
ㆍ운항 일정은 기간과 날씨에 따라 다르다.
ㆍ홈페이지(www.myijakdo.com) 참고

주차장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가면 전망 정자가 있다. 이곳에서 게 한 마리를 만났다. 산에서 굴을 파고 살다 산란 때만 바다로 가는 게다. 정자 옆에는 데크 두 개가 있어 텐트를 칠 수 있다. 그러나 화장실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망 데크에는 여기저기 야생화가 지천이다. 멀리 덕적도, 소이작도, 승봉도가 보인다. 풀등도 가깝게 다가와 있는 듯하다.

다시 주차장으로 나와 왼편으로 가면 부아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바람에 깎일 대로 깎여 날이 선 바위가 ‘나 여기서 바람 좀 맞으며 자리를 지켰소’ 하고 서있다. 주변 섬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 전경 속에서 한동안 넋을 놓고 서있다 빗방울 몇 방울이 재촉해 다시 작은풀안 해수욕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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